[지요하의 작은 옹달샘] 국정교과서로 역사에 대한 ‘물음표’ 차단할 수 없다
[지요하의 작은 옹달샘] 국정교과서로 역사에 대한 ‘물음표’ 차단할 수 없다
물음표를 갖게 하는 교육, 물음표가 존재하는 사회를 주장하며…
  • 지요하
  • 승인 2015.11.12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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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요하 소설가

[굿모닝충청 지요하 소설가] 지난달 31일, 천주교 대전교구 태안성당에서 의미 있는 행사가 있었다. 충청남도 천주교 신자 행정공무원들과 가족들의 피정 행사였다. 열아홉 번째 맞는 행사라는데, 300여 명이 참가했다. 교구장 주교의 미사 주례로 끝을 맺은 이 날의 공무원 피정 행사에 나도 강사로 참여했다. 은퇴 사제인 김신호 원로 신부의 특강에 이어 내가 30분 동안 강론을 했다.

내 개인으로는 영광된 일이기도 했다. 내가 적을 두고 있는 태안성당에서 충청남도 각 지역의 공무원 신자들과 가족들을 대상으로 강론을 하기는 처음이었다. 과거에 다른 본당들과 개신교 예배당에 가서 강론을 한 경험은 여러 번이고, 우리 본당에서도 여러 번 강론대에 서봤지만, 도내 각 지역에서 온 공무원 신자들 앞에서 강론을 하게 되리라는 건 생각도 못한 일이었다.

우선 공소 역사 8년을 합해 60년 가까운 연륜을 쌓고 있는 태안성당과, 2004년 착공하여 2006년 완공을 보고 2011년에 성전봉헌식을 거행한, 여러 가지 특성을 지니고 있는 아름다운 대성당에 관한 이야기들을 소개했다. 그리고 신앙인의 자세와 관련하여 ‘물음표’의 의미를 되짚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물음표’의 의미와 생명력

나는 젊은 시절부터 우리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물음표라는 생각을 가져왔다. 신앙인 뿐만 아니라 무종교인들에게도 ‘왜?’라는 물음은 매우 중요하다. 나는 왜 내 뜻과는 아무 관계없이 이 세상에 태어났는가? 나는 도대체 무엇 때문에 사는가? 그리고 왜 죽어야만 하는가? 죽음이란 무엇인가? 죽음으로 모든 것이 완전히 끝나는 것인가? 그렇다면 한세상을 산다는 것에 무슨 의미와 가치가 있는가?

이러한 의문들은 누구에게나 있고 자연발생적인 것이기도 하지만, 그 물음표를 얼마나 온전히 명확히 세우는지가 중요하다. 그 물음표의 유무와 명확성에 따라 인생의 길과 질이 달라진다. 사람에 따라서는 그 물음표가 기본적이면서 결정적인 구도의 길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물음표를 명확히 세워보지 못한 채 한세상을 살아간다. 자기 앞에 물음표가 제시되어도 외면하거나 무시하기도 한다. 물음표의 의미와 가치를 헤아려 볼 새도 없이 그냥 ‘사니까 사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래도 인간의 삶 안에 내재해 있는 물음표는 강력한 원동력으로 이 세상을 이끌어간다. 인간의 물음표가 있어 신도 존재할 수 있고 종교도 성립될 수 있다. 무릇 예술도 물음표의 의미를 규명하고 천착하기 위한 시도이며, 모든 과학문명도 물음표로부터 발원한다. 그러므로 인간의 물음표, 즉 탐구심은 신이 인간에게 베푼 가장 값진 선물이다.

따라서 인간 세상에는 여러 가지 양태로 물음표가 존재하고 작동하기 마련이다. 그 물음표로 말미암아 사회가 진화하고 역사가 발전하는 것임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 물음표가 제대로 작동하는 사회야말로 역동적인 사회, 발전하는 사회, 민주주의가 꽃피는 사회가 될 수 있다.

▲국정교과서 반대 1인 시위 지난 4일 교육부 앞에서 김승환 전북교육감이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는 1인 시위를 했다.

국정교과서로 물음표를 잠재울 수는 없다

인류사회가 학교를 세우고 자라나는 세대를 교육하는 것은 바로 물음표를 갖게 하고 잘 작동시키기 위해서다. 역사 교육은 더욱 그러하다. 인간의 역사, 민족의 역사, 국가의 역사에 대한 물음표들을 줄기차게 생성시키기 위해 역사 교육을 시행한다. 역사에 대한 지식뿐만 아니라 역사의 행간과 행간들을 명확히 비춰볼 수 있는 돋보기와 물음표를 지니게 하려는 것이 역사교육의 목적이다.

우리나라의 역사 안에는 ‘반성적 공간’이 매우 협소하다. 대재앙이나 국난을 겪었으면서도 그것에 대한 통렬한 반성의 역사를 만들지 못한 탓에, 그것을 다시 겪지 않을 지혜로운 극복의 역사를 제대로 만들지 못해왔다. 수십 년간 이민족의 지배를 당하고 나서도 그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러므로 ‘극복의 역사’는 우리 시대에도 가장 큰 명제로 남아 있다.

이러한 인식은 우리의 역사교육 현장에 이미 명확해진 상태다. 그리하여 우리 역사에 대한 물음표가 더욱 활발해져야 할 시기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렇건만 ‘역사교과서 국정화’라는 40여 년 전의 유물이 낮도깨비처럼 갑작스럽게 출현했다. 너무도 엉뚱하고 뜬금없는 일이어서 국민들이 겪는 충격은 매우 크다.

하지만 이미 정치인들과 관료들보다 더욱 높은 의식 수준을 지니게 된 국민들은 느닷없이 출현한 40여 년 전 유물의 정체를 쉽게 판별할 수 있게 됐다. 국정화라는 이름의 그 유물은 색깔론과 종북몰이가 주특기다. 국민들을 분열시켜 이념전쟁의 도가니 속으로 몰아넣는 것을 매우 즐긴다. 독선과 아집, 왜곡과 기만, 불법과 꼼수, 통제와 획일, 착각과 자기최면, 또 집단 몰이성 등등 갖가지 부정적인 것들을 누덕누덕 걸치고 있다. 낮도깨비 형상임이 분명하다.

오늘의 현실 권력을 거머쥔 그 유물은 자기최면에 빠져 역사의 수레바퀴를 붙잡고 40여 전으로 되돌리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국민들은 수레바퀴를 빼앗기지 않고 미래로 전진시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대항하고 있다.

일시적으로는 국정화라는 이름의 그 유물이 목적을 달성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다고 해서 인간의 삶 안에서 원동력으로 계속 존재하고 작동하는 물음표를 온전히 소멸시킬 수는 없다. 국정화라는 역주행 속에서도, 독재의 강압 속에서도 물음표는 계속 생성하며 작동한다. 그리하여 오늘의 어두운 굴곡마저도 역사의 한 굽이에서 물음표의 예리한 창끝으로 준엄하게 해부하고 단죄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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