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교육 현장에서] 산 같이, 물 같이, 별 같이
[세종 교육 현장에서] 산 같이, 물 같이, 별 같이
  • 유우석 교사
  • 승인 2015.11.16 17: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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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우석 교사 (교육청 파견)

[굿모닝충청 유우석 교사 교육청 파견] 전자메일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아이디가 필요하다. 지금은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20년  전에는 전자메일이란 말도, 아이디란 말도 낯설었다. 절친한 친구와 함께 전자메일의 아이디를 무엇으로 할까 오랜 궁리 끝에 ‘forever friend'라는 뜻을 담은 'ff'라는 알파벳과 숫자를 조합하여 사용하기로 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이 아이디를 사용하고 있으며 그 친구와도 오랜 기간 우정을 나누며 지내고 있다.

20년 전에 아이디를 정할 때 같이 있던 사람이 절친한 친구가 아니라 연인이었다면 어땠을까? 혹은 내가 큰 사고를 당한 직후였다면? 분명 지금의 아이디와 다른 아이디를 사용했을 것이다. 이름이 가진 의미를 찾아보면 그 사람에 대해 더 잘 알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영화 ‘암살’을 보기 전에 약산 김원봉이라는 최고의 무장투쟁을 이끈 독립운동가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전자 메일의 아이디 같은 ‘약산’이라는 호에 얽힌 이야기를 듣고선 공감하면서 마음이 아팠다.

젊은 시절 김원봉과 김두전 그리고 이명건은 같이 이야기를 하다 각자의 호를 정하게 된다. 그때 지금의 ‘약산 김원봉’, ‘약수 김두전’, ‘여성 이명건’ 이름을 가지게 된다.

알려진 대로 약산 김원봉은 암살에서 알려진 대로 무장투쟁을 이끌며 무장투장을 한다. 이에 반해 약수 김두전은 지속가능한 독립운동과 해방 이후를 생각하며 조직가로서의 독립운동을 한다. 그리고 여성 이명건은 조선 정통 의복을 연구하는 등 문화예술 방면으로 독립운동을 한다.  

그러나 이 세 명은 일제 강점기에서 독립운동을 열심히 했지만 해방 이후의 삶은 순탄치 않았다. 약산 김원봉은 친일 경찰 노덕술에게 고문을 당하고 그 수모를 감당하지 못해 월북을 했다. 마찬가지로 약수 김두전과, 여성 이명건도 국내 상황이 여의치 않아 북한으로 월북한다.

약산 김원봉과 약수 김두전의 ‘약’은 한자로 같을 약이며, 여성 이명건의 ‘여’ 또한 한자로 같은 여자를 쓴다. 즉 이들의 호를 풀어내자면 약산은 ‘산같이’, 약수는 ‘물같이’, 여성은 ‘별같이’라는 뜻을 담는다. 혈기 넘치는 세 명의 청년이 모여 ‘우리 산같이, 물같이, 별같이 살자.’라며 이름을 지으며 의기투합했을 모습이 눈에 선하다.

우리가 역사를 배운다는 것은 나라를 세운 왕이며, 나라를 구한 장군의 이름이나 일제 강점기의 독립운동가의 이름을 외우는 것 너머에 있는 것을 알아가는 것이다. 알려진 독립운동가 뿐만 아니라 ‘산 같이, 물 같이, 별 같이’ 만들고자 서로 삶을 의지하고 약속했던 수많은 사람들의 역사를 공부하는 것이 역사 교육이다. 역사 국정교과서 논란이 뜨겁다. 역사는 역사 교과서 너머에 있다. 지금은 역사 교과서가 역사 교육에 필요한 여러 교재 중에 하나가 아닌가, 혹은 교과서의 필요 여부를 놓고 이야기 할 때인데 국정 교과서라니. 이건 교과서를 ‘신의 말씀’으로 만들겠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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