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약속했잖아요, 잊지 않는다고…
아이들에게 약속했잖아요, 잊지 않는다고…
스토리밥 작가 협동조합-굿모닝충청 세월호 공동기획 ‘숨쉬는 4.16’ ⑰ 참교육학부모회 대전지부 강영미·최윤정 님을 만나다
  • 스토리밥 작가 협동조합
  • 승인 2015.11.25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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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스토리밥 작가 협동조합] 그들은 매달 16일 마다 세월호 참사를 잊지 말라는 뜻에서 집회를 갖는다. <매월 16일 세월호 기억행동>이라는 이름으로 피켓을 들고 서명을 받으며 잊혀질 수 없는 세월호를 기억한다. 그들은 참교육학부모회 대전지부 사람들이다. 지난해 8월 준비위원회를 결성해 올해 3월에 정식으로 창립을 했으니 이제 조직의 씨앗을 뿌렸다고 할 수 있다. 전국 규모의 참교육학부모회는 1989년 창립이 됐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 아이들을 안전한 환경에서 행복하게 키울 수 없을까 고민하면서 대전지부가 출발을 하게 된 것이다. 스토리밥 작가협동조합이 참교육 학부모회 대전지부의 전현직 사무국장인 강영미씨와 최윤정씨를 만났다.

 

▲ 강영미 씨

매월 16일마다 활동하고 있는데 언제부터 했는지?

강영미 (이하 강) 저희가 16일마다 하게 된 것은 대전지부를 창립하고 나서 부터지만요. 지부를 준비하는 기간 동안에도 일주일에 두 세 번씩 특별법 제정을 위한 서명이나 피켓팅을 거리에서 수시로 했어요.
대전역을 비롯해 대형마트 백화점 등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서 엄마들 끼리 나서서 계속 진행을 했죠,

한 달에 한 번씩 꾸준하게 하는 이유는?

최윤정 (이하 최)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는 기억을 해야 되잖아요. 국가는 왜 국민을 구조하지 않았는지. 왜 아이들도 이유를 모른 채 ‘가만히 있으라’는 말만 듣고 죽어야 했는지. 그걸 꼭 밝혀야 하는 의미도 있구요.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우리 아이들에게 어른으로서 지켜주지 못한 미안한 마음, 잊지 않고 끝까지 함께 하겠다는 참교육학부모회의 약속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유모차 끌고 참여하는 마음이 더욱 아팠을텐데요?

강 : 4살 된 딸이 있어요. 세월호 사고 전에는 사실 정치에 크게 관심 있던 사람은 아니었어요. 그냥 집에서 내 아이 잘 키우겠다는 그런 평범한 주부였어요.
세월호 사고 때 모든 국민이 한 마음이었잖아요. 사고가 일어난 날 아침에 전원구조라는 뉴스를 본 이후에 우리 아기 두돌 사진 촬영을 했어요. 별 생각 없이 촬영하고 집에 와서 뉴스를 봤는데, 배에 몇 백 명이 갇혀 있다는 거에요.
상당한 충격을 받았죠. 그 이후로 몇 날 며칠 뉴스만 봤어요. 생존자는 없는지, 그런데 이상한 것은 뉴스가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다는 의구심이 들어서 그때부터 공중파 언론을 보지 않고 대안언론을 찾아서 보게 된 거에요.
트위터, 페이스북를 비롯해 인터넷방송을 잠도 못자고 봤어요. 그런데 언론에서 하는 이야기와 현장 소식이 다르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어요.
그리고 유가족들의 절규를 보고 내가 뭐를 할 수 있을까 고민을 했죠. 마침 육아 카페에서 침묵시위를 한 다는 걸 봤어요. 이런 자리에 내 목소리를 더해야겠다 해서 나갔어요.
그때 당시 나가서 했던 말이, 어른들이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어른들의 잘못이다, 끝까지 진실을 밝혀줄게라고 약속을 했잖아요. 약속을 계속 지킨다는 의미로 유모차를 끌고 나간거죠.

세월호 희생 학생들과 같은 또래의 딸을 키우는 입장었는데…

최 : 저는 고등학교 3학년 딸하고 초등학교 3학년 딸을 둘을 두고 있어요. 작년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기 한 달 전 쯤인가요. 우리 딸 아이도 똑같은 코스로 제주도를 갔다 왔거든요. 그때 부모들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었어요.
‘아이에게 2박 3일 왕복 비행기 아니면 갈 때는 배, 올 때는 비행기’ 이런 식으로 했는데요. 아이에게 배도 타보고 비행기도 타보고 이런 기억을 갖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대부분 엄마들이 그걸 선택해서 수학여행을 다녀왔죠.
근데 아이가 수학여행 가기 전에 했던 말이 생각나네요. ‘엄마 나 내일 수학여행 갈 때 배가 침몰하면 어떻게 하지? 바다에 빠지면 어떻게 하지?’ 이러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어이없는 소리 하지 말고,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도 마라 그런 일이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된다. 우리나라가 그렇게 허술한 나라가 아니다 그랬죠.
그런데 정말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겁니다 . 딸 아이가 말을 꺼낸 지 한 달 만에 그게 현실이 되어 돌아온거죠. 아이가 야간자습 끝나고 돌아왔는데, 우리 아이 안고 막 울었어요. 이게 정말 현실이 됐다.
미안하다. 네가 그렇게 말했을 때 이런 일이 생기지 않을 거라고, 당연하게 생각했는데 이제 어떻게 하냐며 아이를 안고 한참을 울었던 기억이 나요.

▲ 최윤정 씨

이제그만 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런 말을 들었을 때 드는 생각은?

강 : 저희가 리본 나눔 작업을 하고 있는데요 그 리본을 집에서 각자 만들기도 하거든요.
친정엄마 가게에서 만든 적이 있는데, 한 분이 지금 이렇게 오래됐는데 너무 하는 것 같다고 하시는 거에요. 그 얘기를 듣고 있으니까 화가 나더라구요. 아직 배 안에서 구조되지 못한 미수습자가 9명이나 있고, 인양 작업도 제대로 되는지 소식도 제대로 나오지도 않고, 또 배가 왜 침몰했고 구조되지 못했는지 하나도 알지 못하잖아요. 게다가 세월호 특조위 활동은 지지부진하잖아요.
이런 상황에서 그런 말을 들으면 사람들한테 화도 나고, 냉정하다고 생각이 들더라구요. 문제는 언론에서 제대로 다뤄주지 않고 왜곡해서 보도하기 때문에 그것만 보고 진실이 아니라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는 겁니다.
어떻게 보면 안타깝죠. 지금 제대로 된 언론이 없고, 잘 모르고, 그렇다 보니 진실을 왜 밝혀야 하는지 거리에서 알 릴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최 : 세월호 참사를 단순 교통사고로 치부하는 사람들도 있죠. 이제 지긋지긋하다. 경기도 어려운데 이제 그만 좀 하고 일상으로 돌아가자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저는 이런 사람들에게 힐스브로 참사의 정확한 진실을 알기 위해 26년간 노력해온 영국 사회의 모습은 어떻게 보일까? 궁금하더라구요.
힐스브로 참사는 영국 셰필드의 힐스브로 경기장에서 1989년 4월 15일에 열린 리버풀과 노팅엄 포레스트 간의 FA컵 준결승전에서 96명의 리버풀 팬들이 사망한 사건인데요.
경기장 수용규모를 넘어서 관객들이 압사를 당한 참사입니다. 힐스브로 참사에 대한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지금도 조사는 진행중인데요. ‘힐스브로 참사는 막을 수 있었다. 희생자 96명 중 41명은 경찰 초기대응 실패로 사망했다’는 결론을 이끌어 냈습니다.
얼마나 정밀한 검사를 했기에 약 40여명도 아니고 정확하게 41명을 살릴 수 있었다고 발표할 수 있었을까요?
힐스브로 참사를 겪은 뒤 26년째 진실을 찾고, 경찰에게 ‘살인’혐의 적용까지 검토하는 영국과 숱한 참사를 겪으면서 그때마다 인재라는 뉴스 멘트가 반복하고 있는 대한민국을 되돌아 보게 됩니다.
얼마 전에는 힐스브로 참사에 관련해 책임을 회피하던 영국 경찰이 자신들의 실수를 인정했습니다. 무려 26년 만의 일인데요. 그동안의 노력과 관심이 없었다면 이 또한 잊혀졌을 겁니다.
그런걸 보면 세월호 참사에 대한 관심은 당연이 지속되어야 할 겁니다

 

사고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데, 대응의 문제가 아닐까요?

최 : 개인적으로 큰 사고를 겪은 적은 없지만요. 세월호 참사 이후에 언제든지 내 일이 될 수 있고, 제2 제3의 세월호 참사는 여전히 계속 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마음에 있는 것 같아요.
요즘 ‘묻지마 범죄’가 너무 많잖아요. 그래서 예전에는 뉴스를 통해 듣던 사건 사고들이 나에게 닥치면 어떨까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죠.
길을 가다가 멀리서 걸어오는 남자나 갑자기 나를 주먹으로 때리면 어떻게 하지? 이런 불안감도 계속 생기는 것 같아요. 우리사회가 사람을 불신하게 만들고, 불신을 조장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문제는 심리적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는 거죠

강: 우리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는데요. 안전교육을 받아요. 그런데 옆에 어린이집에서 불이 났었는데, 선생님들이 발 빠르게 화단에 나와서 아기들을 한명씩 착착 꺼내서 구조하는 걸 목격한 적이 있어요.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죠.
소방차가 도착하기 전이었으니까요. 그런 안전교육이 우리 어린이집에서는 잘 되고 있는지 잘 알 수가 없어요.
그냥 종이에만 안전교육을 한다, 받았다 얘기만 듣고 있지 실제로 되고 있는지도 모르겠구요. 어린이집도 그렇다 치고 우리가 학교에서 그런 교육을 제대로 받아본 적도 없잖아요. 평소에 안전교육이 잘 되어 있으면, 빠르게 대응할 수 있지만 세월호 참사처럼 대기하라든지, 선생님들도 잘 모르니까 그런 상황이 발생하는 거잖아요.
예를 들어서 어린이집에 갈 때도, 자동차 안전벨트는 제대로 하는지 제대로 확인이 안되니까 걱정도 되구요 그렇다보니 계속 불안해요. 나라를 못 믿겠어요.

앞으로 계획하고 있는 내용들이 있다면?

강 : 세월호 참사 이후에 지방선거가 있었잖아요. 그런데 많은 엄마들이 세월호 이후에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되고 6·4지방 선거 때 정부 여당을 비판하는 여론이 있었죠. 이런 과정이 교육감 선거에 영향이 있었다고 생각해요.
여러 지역에서는 진보교육감이 당선된 걸 보더라도 그렇죠, 반면 대전의 교육환경은 아직까지 낙후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중학교 무상급식은 대전과 인천만 안 되고 있고요. 혁신학교 문제, 9시 등교 문제 등 많은 교육관련 부분에서 대전이 열악한 상황이어서 이런 부분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학생인권과 관련한 문제도 관심을 기울여 내년에는 학생인권조례 활동도 할 계획이에요.

최 : 매달 16일에 하는 세월호 활동을 계속할 거구요. 이외에도 엄마표 영어소모임, 영화소모임, 독서 모임 등을 통해서 회원과 함께하는 모임도 이어가구요.
또 유기농 체험, 역사기행 프로그램들을 가족이 함께하는 프로그램도 진행할 것입니다. 그리고 대전의 공교육을 바로 세우기 위한 정책 활동과 대안제시 운동을 지속적으로 하려고 합니다.
더불어 전국적인 현황에 대한 이슈들에 대해 연대해서 활동도 꾸준히 해야죠.

안전문제에 대해서 하고 싶은 이야기는?

강 : 세월호 참사 이전으로 돌아갈 순 없어요. 세월호라는 큰 비극을 겪었는데도, 아무런 발전이 없다면 대한민국은 희망이 없다고 생각을 해요.
세월호 참사에 온갖 총체적 적폐가 담겨 있잖아요. 그 일이 밝혀지지 않으면 우리나라는 안전한 나라라고 믿고 살아갈 수 없거든요. 거리에서 세월호 참사가 왜 일어났고, 앞으로 어떻게 우리가 안전하게 사고가 더 이상 일어나지 않는 나라로 만들 것인가는 정부의 의지도 있지만, 정부의 의지를 만드는 것은 시민의 의지라고 믿거든요.
시민들이, 국민들이 앞으로 더 이상의 비극을 갖지 않기 위해서. 더 이상 ‘그만하라’는 말 대신에 내 가족에게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하고, 이 진실을 밝히기 위해 끝까지 함께 한다고 했던 약속을 지켜야 할 것 같아요.

최: 세월호 이후의 교육은 세월호 이전과 달라야 한다고 생각해요. 무엇보다 세월호 이전의 교육이 “가만히 있어라”는 획일과 통제의 교육이었다면 세월호 이후에는 불의에 가만있지 않는 ‘민주시민 교육’이 되어야 할겁니다.
앞으로의 교육은 민주시민을 양성하는 교육이 되어 자율성이 살아나는 교육, 자기 자신을 규율의 주인으로 만들어갈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가만히 있어라 참고 견디기만 하라고 한 교육이 세월호 아이들의 희생을 더 크게 만들었으니까요 그리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는 국민 한 사람 한 사람 세월호 리본을 나눠주고 있잖아요.
아무리 정부가 우리의 눈과 귀를 닫아도 우리가 관심을 가질 때, 절대 진실은 가려지지 않을 거라 생각해요.
리본을 다는 작은 노력들이 모아지면 약속도 지켜질 겁니다. 끝까지 잊지 않겠다고 세상을 떠난 아이들에게 약속을 했잖아요.
세월호 아이들의 꿈과 미래를 지켜주지 못한 어른으로써 끝까지 우리가 작은 노력들을 잊지 않아야 한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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