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정석의 新만인보] ‘두 번째 바보 정치인’ 새정치연합 김부겸 전 의원
[나정석의 新만인보] ‘두 번째 바보 정치인’ 새정치연합 김부겸 전 의원
“안희정은 충남, 나는 대구에서 야권 새로운 미래 만들 것”
  • 나정석 대기자
  • 승인 2015.11.30 12: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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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삶을 영위하고 있는 정치·경제·문화예술·학계 등 인사들을 중심으로 그들의 삶과 인생의 소회, 자신들의 전문분야에 대한 미래의 의견을 중심으로 얘기를 들어본다. 미래에 대한 통찰력과 날카로운 비판의식, 가슴 따뜻한 이야기를 통해 이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이들이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하고자 한다.

[굿모닝충청 나정석 대기자] 홀연 미래가 보장된 편안한 삶을 벗어나 제 스스로 호구(虎口)로 들어갔다. 그게 4년 전이다. 호기롭게 호랑이굴에 들어갔지만 호기만으론 호랑이를 잡을 수 없었다. 그러나 그는 야당의 불모지 대구에서 총선과 대구시장선거에서 40%가 넘는 의미 있는 득표를 했다. 불모지 대구에 새 터전을 잡은 그를 사람들은 한국정치사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는 의미 있는 정치인으로 주목하기 시작했다.

한편으로는 지역주의에 온몸으로 저항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 이름 앞에 붙었던 수식어가 그에게로 옮아갔다. ‘두 번째 바보 정치인’이다. 그의 세 번째 도전이 내년에 성공할지, 실패한다면 언제까지 이어질지 현재로선 속단할 순 없다.

내년 4월 대구 수성갑에서 맞붙을 그의 세 번째 도전 상대는 고교·대학·재야 선배인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될 가능성이 100%에 가깝다. ‘김 대 김의 전쟁’은 5개월 전에 시작됐다. 이래서 “정치는 비정하다”는 말이 나온 모양이다. 대구에서 또 다른 ‘이정현의 기적’을 꿈꾸는 3선 출신의 김부겸 전 의원을 지난 23일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최근 근황은?
얼마 전 팝 칼럼리스트 김태환 씨와 ‘공존의 공화국을 위하여’ 라는 대담집을 내고, 서울과 대구에서 북콘서트를 했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청년실업, 수출부진 등 매우 어려운 상황입니다. 우리나라가 이렇게 힘든데 여야가 싸우기만 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집니다. 보수나 진보라는 딱지를 서로에게 붙여놓고 이념 싸움이나 해서는 문제를 풀 수가 없습니다. 공존의 길을 가야 합니다. 그래서 책 제목을 ‘공존의 공화국을 위하여’ 라고 붙였습니다.

-3선 뒤 경기도 군포를 떠나 19대 국회 대구로 내려간 이유는 뭔지.
단순히 배지를 한 번 더 다는 것이 좀 부끄러웠습니다. 군포에서 3선을 했지만 점점 나태해지고,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니라 적당히 관리하는 식으로 정치를 하는 스스로를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반면 우리 사회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여전히 많은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문제가 ‘지역주의’라고 생각했습니다.

‘지역주의’가 대한민국의 정치 발전을 가로막는 벽이라면 그걸 한 번 넘어보고 싶었습니다. 그것이 대구로 오게 만들었습니다. 대구에서도 이제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두 번의 선거에서 비록 낙선했지만 지금도 열심히 뛰고 있습니다. 기왕 시작했으니 삼세판은 해볼 생각입니다.

-20대 총선 각종 여론조사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지만 김문수 지사가 만만치 않은 상대고, 새정치연합에 대한 실망감도 크다. 영남에서의 지역주의 과연 극복 가능할 것인가.
지금 김문수 후보를 상대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어쩌면 보이지 않은 커다란 장벽과 경쟁하고 있다고 보아야 합니다. 그 장벽을 넘기 위해선 김문수 후보를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 대구의 마음을 얻은 것이 더 중요합니다. 그동안 대구에서 야당은 그 존재감조차도 없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호남이든 영남이든 정치인들이 막대기만 꽂으면 당선되는 상황은 없어져야 합니다. 어느 사회든 정치적으로 균형이 잡혀있어 여야가 서로 견제해야 발전할 수 있습니다.

지금 지역내총생산 지표인 1인당 GRDP를 보면 전국 16개 광역시도 중 16위, 맨 꼴찌가 대구입니다. 그 다음 15위도 광주입니다. 지금 지역주의의 아성이라는 두 도시가 꼴찌를 다투고 있는 셈입니다. 반면 충남이 2위입니다. 충남은 여야는 물론 충청 기반의 정치 세력까지 균형을 맞추고 있습니다. 지역주의부터 깨야 지방과 지역이 활력이 돌고 발전의 가능성이 열립니다.

그래서 지난 총선 호남에서 이정현 의원이 당선된 것은 정치적으로 의미가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이 한 번의 우연적 승리가 아니라 대한민국 지역주의 정치가 깨지는 결과로 발전해야 합니다. 이번 대구에서 그 정치혁명이 시작될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새정치연합은 민생, 경제, 혁신 등 새누리당에 정책이슈를 줄줄이 선점당하고 있는 데다 그나마 세월호, 메르스, 국정교과서, 노동개혁 등 국민적 요구마저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한마디로 정책부재에 대한 비판이 심한데.
본래 야당은 정부여당과 비교하여 정책능력을 보여주는데 많은 어려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최근 새정치연합이 보여준 모습은 참으로 실망스럽습니다.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은 야당으로 정권이 바뀌길 원하고 있는데, 새정치연합의 지지도는 새누리당의 절반도 못 미치는 상황입니다. 그만큼 야당에 대한 국민의 실망이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선 야당은 여당에게 끌려 다녀선 안 됩니다. 야당은 정부와 여당이 잘못하면 혹독하게 비판해야 합니다.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에 대해선 항상 먼저 정책 대안을 제시하고 여당과 정부를 견제해야 합니다. 지금 새정치연합은 무엇보다 당내 문제를 신속하게 해결해야 합니다. 더 이상 당내 혼란과 분열은 공멸의 길입니다. ‘통합과 혁신’이란 대원칙을 세우고 당 내부 문제부터 하루속히 매듭지어야 합니다. 이제는 국민이 원하는 정치, 야당으로서의 역할에 힘을 쏟아야 합니다. 이대로 가다간 모두 전멸입니다.

-대선이후 끊이지 않고 있는 새정치연합의 분열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극복해야 하나.
지금 새정치연합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내부 분열을 끝내는 통합의 노력입니다. 총선이 5개월도 남지 않은 상황입니다. 선거를 진두지휘해야 할 당이 아직도 혼돈의 상황입니다. 지금 새정치연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희생과 대통합의 정신’입니다. 원래 야당은 하나 남김없이 다 합쳐도 여당을 이기기가 힘듭니다. 그런데도 야당이 계속 분열한다면 그것은 여당에게 정권을 스스로 갖다 바치는 꼴입니다. 지금 야당은 자신의 기득권을 던지는 희생정신과 사소한 차이를 극복하는 대통합의 정신이 강조될 때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14대, 16대 부산에 도전했다가 낙선 후 지역주의 극복의 아이콘으로 떠오르며 2002년 대선에 성공했다. 총선 결과에 따라 변수가 생길 수 있지만 현재 2017년 대선 출마에 대한 입장은.
지금은 대구에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정치 지도자는 국민이 만들어 주는 것이며, 정치인은 매 순간 국민이 요구하는 명령에 충실해야 합니다. 정치지도자에 대한 국민의 명령은 항상 그 시대의 정신이며 준엄한 것입니다. 지금 국민의 명령은 대구에서 ‘지역주의’를 깨트리는 밀알이 되라는 것입니다. 대구에 모든 것을 쏟아 부을 예정입니다.

-안희정 지사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나.
지난 달 서울에서 박영선 의원 북콘서트가 있었고 그 자리를 함께 했습니다. 이제는 대중지도자로서 정치적 안목도 매우 높아졌고, 한 마디 한 마디 말들 속에 자신의 철학과 비전이 분명하게 녹아 있었습니다. 한마디로 말해 야권의 몇 안 되는 정치적 자산이며, 훌륭한 지도자가 될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19대 대선 정권교체를 위한 김부겸과 안희정, 영남과 충청의 역할에 대한 고민이 있을 듯한데.
공교롭게도 두 곳 모두 야당이 매우 어려운 지역입니다. 안희정은 충남지사로서 대한민국에서 가장 모범적인 지방자치를 보여줘야 하고, 김부겸은 대구에서 야권 정치인의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회가 되면 자주 만나 야권의 비전과 방향에 대해서도 함께 토론할 생각합니다. 더불어 야당에 새로운 리더십을 세우는 과정에도 함께하도록 하겠습니다.

-김부겸에게 정치란?
저에게 있어 정치의 목적은 상생입니다. 너를 죽여야 내가 사는 것은 상극입니다. 너와 내가 더불어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인식은 상생입니다. 상극을 넘어 상생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것이 시대정신입니다.

우리 사회는 지금 저성장과 양극화라는 늪에 빠져 있습니다. 계층 간 소득격차는 갈수록 심각해져 공동체를 위협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너를 죽여야 내가 산다는 상극의 세계가 되어버렸습니다. 따라서 정치는 더더욱 공존과 상생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러나 오늘의 정치는 진영논리에 빠져 있습니다. 사회 어느 분야보다 더 편 가르기가 심합니다. 적에 대한 증오심을 강화함으로써 자기 진영만 결집하기에 급급하고 있습니다.

정치인이 국민들의 삶과 생활 속에 깊숙이 들어가 민생을 살펴도 부족한 시기에 하루가 멀다하고 둘로 나뉘어 싸우고 있습니다. 이런 정치는 우리 모두를 패배자로 만듭니다. 정치를 국민의 민생과 사회의 정의를 실현하는 경쟁으로 만드는 것이 제가 추구하는 정치입니다.

-마지막으로 대구시민과 국민들께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지역발전을 위해서는 정치인이 군림하는 게 아니라 일꾼이 되어야 합니다. 늘 깨어있고 부지런히 뛰어야 합니다. 그러자면 경쟁을 시켜야 합니다. 경쟁은 독점을 깨야 가능합니다. 이미 대구 시민들도 경쟁을 통해 발전하자는 목소리를 내고 계십니다. 그 목소리에 부응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대한민국 정치가 국민을 우선하는 정치로, 국민을 둘로 나누는 정치가 아니라 통합하는 정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지역주의부터 넘어서야 합니다. 제가 대구에 내려 온 가장 큰 이유입니다. 대구 시민과 함께 지역주의를 넘어서 보고자 합니다. 대구에서부터 공존과 상생의 정치를 만들어 내겠습니다.

요즘 김 전 의원의 하루 일과는 새벽 5시쯤 시작해 자정 무렵 끝이 난다. 그 결과 이제 그를 외면하는 대구시민은 없다고 한다. 처음 대구에 내려온 4년 전과는 그게 천지 차이란다. 김 전 의원은 “대구에서 정치적 경쟁이 사라진 지 30년이 됐다” 면서도 “대구가 보수아성으로 낙인찍힌 데 억울해하는 시민들이 적지 않다”며 내년 4월 총선에 대한 기대감을 내보였다. 최근 대중문화평론가 김태훈 씨와 공동으로 쓴 ‘공존의 공화국을 위하여’ 북콘서트를 대구와 서울에서 개최하며 표밭갈이에 한창이다.

한편, 김부겸 전 의원은 경북 상주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초·중·고를 나온 뒤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했다. 재야활동을 하다 한겨레민주당, 꼬마민주당을 통해 정치를 시작해 경기도 군포에서 16·17·18대 의원을 역임했다. TK를 대표하는 야당 정치인으로 성장한 그는 한때 새누리당 전신, 한나라당에 몸담았다 2003년 이부영·이우재·김영춘·안영근 의원과 함께 한나라당을 탈당, ‘독수리 5형제’가 됐다.

   
 

나정석 대기자.

서울대 독어독문과 졸업.
월간지 코리아뉴스매거진 발행인.
전문기업 이노프트 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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