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칼럼] 은행나무
[닥터 칼럼] 은행나무
  • 김성현 원장
  • 승인 2015.12.02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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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현 원장 춘하추동 한의원

[굿모닝충청 김성현 원장 춘하추동 한의원] 깊어간다. 가을이 깊어간다. 봄과 여름의 흐름에 깊어간다는 표현은 어색하지만 가을은 참 잘 어울린다. 무형적이던 유형적이던 무언가 무르익고, 시간의 함께함이 어느 정도 오래되어야 깊어지는 느낌이다. 창밖 노랗게 물들어 가는 은행나무를 바라보면 더 깊어지는 가을을 가슴에 안아 볼수 있다. O.헨리의 단편소설에 나오는 담쟁이 덩굴의 마지막 잎새만큼 생명력이 뛰어난 은행잎을 바라보며 오늘은 차분히 은행나무에 대해 알아본다.

살아있는 식물화석 은행
중국 저장성(浙江省 절강성) 양자강 하류지역의 천목산(天目山)이 원산지인 은행나무는 몇억년전 공룡이 번성했던 겉씨식물(나자식물 裸子植物, gymnosperm)의 전성기부터 소철, 메타세쿼이아와 함께 살아있는 식물화석이라 말할수 있는 나무이다. 그 사이에 몇 번의 빙하기와 소행성 충돌등의 영향으로 많은 생물들이 지구상에서 사라져 버렸는데도 은행나무는 현재까지 거뜬히 지구상에 자리를 잡고 있다. 근래 2차 세계대전 당시 원자폭탄이 떨어졌던 일본 히로시마의 방사능 오염속에서도 살아남았다 한다. 그렇게 힘들게 견뎌온 까닭일까? 세계적으로 은행나무과에는 오직 은행나무 1속, 1종만이 있을 뿐이며, 또다른 어떤 변종도 없이 홀로 외롭게 자라왔다.

유교의 상징목 살구나무 은행나무
은행(銀杏)은 ‘은빛 살구’를 의미하는 한자이다. 은행나무의 열매가 살구나무 열매를 닮아서 붙인 것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사액(賜額)서원인 경북 영주의 소수서원을 비롯하여 한국의 여러 서원에는 은행나무가 자리잡고 있는데 그 기원은 공자(孔子)가 살구나무 아래(행단-杏壇)에서 제자를 가르친 이후부터이다. 아마도 한국 서원에 살구나무 대신 은행나무를 심은 이유는 살구나무의 ‘행’과 은행의 ‘행’이 같고, 오래 살지 않는 살구나무보다 천년 이상 살 수 있으며 가을에 수확하면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어서 은행나무를 택했을 것 같다.

은행나무 열매를 한의학에서는 백과(白果)라 하는데 열매의 껍질을 벗기면 흰색이 드러나기 때문에 붙인 이름이다. 또 다른 이름으로는 잎이 오리발과 닮아서 붙인 이름 ‘압각수(鴨脚樹)’가 유명하며 열매가 아들을 지나 손자대에 열린다는 뜻인 ‘공손수(公孫樹)’가 있다.

최고의 방화수(放火樹) 은행나무
기나긴 몇 억년을 견디어 온 은행나무의 생명력은 두껍고 딱딱하게 굳은 나무줄기를 만져보면 알 수 있다. 두꺼운 코르크층이 많아 불에 가까이 있어도 나무의 중심부와 형성층의 세포분열 조직은 잘 보호되어 피해를 받지 않고 화재의 확산을 방지하므로 방화수로도 이용된다. 일례로 일제시대 독립운동의 거점이 되기도 한 용문사에 수령 1000년 이상의 은행나무가 있었는데 일제가 1907년에 고의로 화재를 내었는데도 무사했다고 한다.

한의학에서는 오행(五行)이론으로 병리기전을 설명하기도 하는데, 호흡기 병리중 화극금(火克金)의 병리가 있다. 호흡기는 금(金)에 속하여 화(火)를 제일 두려워하는데, 은행은 직접 화를 끄지는 않지만 금기운을 도와 피해를 최소화 하는데에는 효과가 있다.

호흡기 질환 및 비뇨기 질환에 응용
이시진의 본초강목에서는 “은행은 맛이 달고 성질이 삽(澁)하며 수렴(收斂)한다. 폐기를 보하여 기침과 천식을 멎게 하며 소변의 이상을 조절하고 여성의 대하를 치료한다. 약간의 독성이 있어 살충의 효과도 있다”라고 나와 있다. 진사탁(陳士鐸)의 본초비록에서는 은행은 임독맥을 보한다(자율신경조절)고 하였으며, 부인과 질환으로 유명한 부청주(傅靑主)는 산약(마), 감인(가시연꽃), 황백, 차전자(질경이)와 함께 여성 대하(帶下)질환에 은행을 응용하였다. 중약대사전에서는 심장의 기능을 돕고 혈액순환을 좋게 하며 야뇨증, 주독해소에 도움을 준다고 나와 있다. 은행을 볶아서 그냥 먹거나 술안주로도 먹고 신선로등 여러 음식에 고명으로 이용하기도 하는데 은행에는 청산배당체(靑酸配糖體-아미그달린)를 함유하고 있어 지나치게 많이 섭취할 경우 복통과 구토등의 중독 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 심한 경우엔 현기증과 마비와 심장빈맥등을 호소할 수 있다.

혈액순환 개선제 징코민
은행나무의 학명은 ‘징코 빌로바’(Ginkgo Biloba)이다. 원래 ‘은행’(銀杏)의 일본식 발음이 ‘Ginkyo’인데 출판사에서 출간할때 y를 g로 잘못 써놓은뒤 ‘Ginkgo’로 정착돼 버렸다. 이 이름을 따서 만들어진 유명한 약이 징코민이다.

혈액순환제인 ‘징코민’은 넘치는 생명력을 갖고 있는 은행나무의 추출액을 이용해 만든 것이다. 처음 개발한 독일 제약회사 쉬바베는 징코민이 혈액순환촉진제로 혈소판이 응고되지 않도록 점도를 낮춰 주고 혈관을 확장하는 역할로 심장병 예방을 하며, 당뇨병으로 피가 굳어져 괴사가 일어나는 것도 예방한다는 것을 발견하였는데, 중국등 다른나라의 은행잎에 비하여 한국산 은행잎은 유효성분이 10배 이상 높아 고혈압과 당뇨, 심장질환등에 탁월한 효능을 나타내어 한국의 은행잎을 전량 수입하여 약을 만들어 냈다. 이후 우리나라의 동방제약이 쉬바베가 개발한 성분과 동일한 성분을 자체적으로 추출하는 데 성공한뒤 법정소송 끝에 승리하게 되어 우리 은행잎으로 우리제약회사가 혈액순환개선제를 만들어내게 되었다.

가로수 은행나무
가을철이면 노란 잎으로 가을의 적막함을 감싸주는 대표적인 가로수가 은행나무이다. 예전에는 전국의 많은 대도시들이 자동차 배기가스를 흡수해 정화하는 능력이 좋고, 또 병충해에도 강한 은행나무를 가로수로 삼았다. 이때는 대략 40%대 이상의 점유율로 30%대의 미국플라타너스로 불리는 양버즘나무를 월등히 앞지르기도 하였다. 그런데 열매가 맺어질 즈음에 종자가 떨어져 고약한 냄새가 나고, 낙엽까지 많아 청소하기 어렵고, 시민들이 은행 열매를 줍느라 교통사고 위험도 있고, 은행나무 가지 폭이 넓게 자라 도로 교통 표지판이나 건물 간판을 가린다고 하여 아쉽게도 점점 다른 인기있는 나무로 가로수가 바뀌어 가고 있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많이 남아있는 대표적인 가로수는 은행나무이다. 더 늦기전에 올 가을에는 도심가 곳곳에 남아있는 은행나무 잎을 밟으며 깊어가는 가을을 느끼며 계절의 흐름을 만끽하는것도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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