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도대체 누구 말이 맞는 거야?
[편집국에서] 도대체 누구 말이 맞는 거야?
  • 황해동 기자
  • 승인 2015.12.03 09: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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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해동 총괄팀장

[굿모닝충청 황해동 기자] “도대체 누구 말이 맞는 거야? 에잇, 짜증나 죽겠네…”
저승사자라도 나타나야 하나. 아니다. 야구 심판이 낫겠다. 투수들이 던진 공이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했는지, 벗어났는지, 오심이라도 좋으니 속이라도 시원하게 판단을 내려줬으면 좋겠다.

그런데 열길 물속이 아니라, 한 길도 안 되는 사람 속이니, 그 속에 담긴 진위를 알 수가 있나. 관중들은 답답한 노릇이다. 사람 속을 읽는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니, 비디오 판독이라도 요청을 해야 하나.

작금의 대전지역 정치권의 행태가 이와 다르지 않다. 국회의원 나리들이 모처럼 대전지역에 찾아온 경사를 두고 서로 “내덕입니다”라고 외치니, 누구 말이 맞는지 알아먹기가 쉽지 않다. 그냥 “총선이 다가오는 모양이구만…”이라고 치부하자니, 목구멍 넘어 치미는 궁금증을 억제할 수가 없다.

충청권 광역철도 대전통과 구간의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조사 통과를 둘러싼 여야 의원들의 치적 공방을 두고 이르는 말이다.

멱살 잡고 치고 박은 것까지는 아니지만, 말로는 이미 그 이상을 넘었다. 치열함을 넘어 이전투구의 양상을 넘나들고 있다. 이 사업이 대전에는 도시철도 3호선을 대신하는 중요한 사업이니 그러할 만도 하겠다지만, 절로 혀를 차게 된다.

여와 야로 나뉜 의원 나리들은 서로 자신들의 공로만 강조한다. ‘내덕이다’라는 주장이다. 이 사업이 어떻게 태동해서, 어떻게 진행돼 왔는지, 결실을 맺기까지 어떤 과정을 겪었는지 모르지 않을 터인데도 말이다.

누구 말이 사실이고, 누구 말이 거짓인지 도통 알아먹을 수 없다. 때 아닌, 아니 시의적절(?)한 ‘거짓말’ 논쟁이 볼썽사납다.

논란은 예기치 않게 시작됐다. 지난달 24일 YS 빈소를 찾은 새정치민주연합 박병석 의원의 발언을 시작으로, 곧바로 새누리당 의원들이 긴급 기자 간담회를 열어 그동안 자신들의 공적을 자랑했다.

정부의 공식 발표가 나기도 전의 일이다. 정부 발표를 기다리며, 대전시장 기자회견을 준비하던 대전시의 노력은 헛심이었다.

정부 공식 발표는 25일 나왔다. 권선택 대전시장은 곧바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장에는 박병석 의원이 동석했지만, 이미 모양새를 잃었다.

여야 의원들의 치적공방은 이후 본격적으로 전개됐다. 권 시장과 박병석 의원은 방송에 출연해 자신들의 치적을 늘어놨고, 모 일간지는 이 두 사람의 공적을 대대적으로 소개했다. 새누리당도 정용기 의원과 박성효 전 대전시장, 이장우 의원 등을 중심으로 새정치연합을 질타하고 나섰다. 치적공방이 정쟁으로 점화된 셈이다. 지역의 다른 언론들도 앞 다퉈 양측의 성명과 자료를 기사화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여야 모두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다만, 자신들의 공적을 부풀리기 위해 일부 사실을 숨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 뿐이다.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사업은 어느 한 사람만의 공적이 아니다.
누구의 아이디어고, 누가 정책으로 소화했고, 예타 통과 과정까지 누가 더 노력했고 등은 대전시민들에게 큰 의미가 있어 보이지 않는다. 박성효, 정용기, 박병석, 이장우, 염홍철, 권선택 등등 모두가 힘을 합해 일궈낸 결실이다.

‘내가 더 잘했다’ 보다 ‘네가 더 잘했다’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리는 상황이라는 말이다.
시즌이 다가오면서 정치인들이 가장 공을 들이는 것은 치적 자랑이다. 표를 얻어야 하고, 그 표가 자신의 정치 생명을 연장시키는 양분이니, 이해할만 하다.

어느 정도의 과장도 용납이 되는 시기가 바로 이때다. 다만 도가 지나치면, 되레 외면을 받게 된다. 여론을 호도하거나, 사실을 왜곡해서 자신의 가치를 올려보겠다는 심산이라면 일찌감치 접는 게 낫다.

진실은 언덕 너머에 있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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