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의 눈] 가야산의 가야구곡 (伽倻九曲)
[시민기자의 눈] 가야산의 가야구곡 (伽倻九曲)
  • 이기웅
  • 승인 2015.12.17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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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기웅예산 시민기자

[굿모닝충청 이기웅 예산 시민기자] 18세기 이전까지 내포지역을 하나의 문화권으로 묶어낸 역량이 가야산에 숨겨져 있다.

충청도 가야산 가야구곡은 송시열과 내포지역의 윤봉구와 한원진 등 시대를 대표하는 유학자들이 모여 사람과 짐승의 본성이 다르다는 인물성이론을 꿈꾸며, 조선을 성리학으로 집대성해 유교국가로 설계하자고 논의한 곳이다.

또 가야산에 살던 병계 윤봉구는 옥양봉과 석문봉에 이르는 계곡의 아름다운 비경 9곳을 가야구곡이라 명명했다.

그중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수려한 석문담에 주자의 무이구곡을 본 따서 정사[精舍]를 짓고 학문에 정진하던 공간으로 윤봉구가 가야산을 중심으로 내포지역에 유학이 뿌리내렸다. 이처럼 조선시대 풍류를 즐기는 충청도 선비들의 문화공간으로 내포지역의 선비치고 가야구곡을 다녀가지 않은 사람이 없다. 

아울러 병계 윤봉구가 가야산에서 산천경계가 좋은 가야동을 차지하고 주인 노릇을 하자 강문팔학사는 물론이고 그 외에 많은 사우들이 가야동을 찾아와 시문을 남겨놓았다.

죽천(竹泉) 김진규(1658~1716) 대제학을 지낸 포암(圃菴) 윤봉조(1680~1781), 운평(雲坪) 송능상(1710~1758),죽하(竹下) 김익(1723~1790), 월곡(月谷) 오원(1700~1740) 흥선대원군(興宣大院君) 이하응(1820~1898) 운양(雲養) 김윤식(1835~1922) 등이 그들이다.

하지만 원래의 경관은 엉뚱한 사업으로 자꾸 훼손되고 있어 정작 이곳에 얽힌 많은 이야기를 아는 사람은 드물다.

예산군은 몇 년 전 아무런 연구와 고증 없이 개발한다고 어설프게 10억이라는 큰돈만 날려버렸다.
사업은 서둘렀고 준비와 연구도 부족했다. 행정은 절차와 과정이 있어야 한다. 사업의 의미를 설명하고 의견을 묻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마을의 주인은 주민인데 행정과 전문가를 자처하는 일부 향토사학자의 주도하에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며 생긴 문제점들이다.

지역주민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현장 고증이 없다보니 구곡의 위치도 모르거나 잘못 비정돼 안내판조차 못 세우자 지역민과 탐방객도 모르는 의미 없는 길이 돼버렸다.

또 마을회관 옆의 농산물판매장으로 지어진 건축물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방치돼 있다.
결과적으로 돈 날리고 지역의 풍부한 자산인 유교문화를 낭비하는 꼴이 돼버렸다.
지금부터라도 가야산 민초들의 이야기와 소소한 옛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을 발굴, 내포지역 최고의 유교문화자산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연구하고 준비해야한다.
무분별한 개발로 변해버린 구곡의 상류부터 본 모습을 찾기 위해 쓰레기를 치우고 정비가 꼭 필요하다.

고증을 통해 구곡길과 주변에 있는 유적인 사암류숙과 명빈 박씨와 연령군 등 고려시대와 조선왕실 유적의 문화재 동선에 대한 안내판을 세우고 가야사지와 남연군묘 주변에 해설사도 상주‧배치해야 한다.

가야구곡 구간이 대부분 마을 안쪽을 흐르는 냇가로 사업을 통해 구곡문화를 활용, 마을공동체의 문화와 역사가 지켜지도록 논의돼야 한다.
구간 대부분이 토지 보상 문제가 없는 도유지로 연구와 고증을 통해 콘텐츠로 발굴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유학자들의 공간인 가야구곡과 내포 불교역사와 문화적 관점에서 매우 가치 있는 콘텐츠라고 할 수 있고 옛 사람들의 꿈과 희망을 되살리는 기회가 될 것이다.

가야구곡 주변의 조성왕실의 유적과 가야사지 등 절터를 중심으로 걸을 수 있는 길을 연결하고 옛 사람들의 삶의 흔적과 역사를 얹으면 백제시대 가야사와 조우하고 조선시대 유학자들을 만날 수 있는 옛절터로 가는 길 유학자를 만날 수 있는 휴식과 수행의 길이 될 것이다.

이젠 엉뚱한 곳에 길 내고 파헤치는 토건사업이 아닌 가야산에서 새로운 세상을 꿈꾸던 선비들이 남긴 이야기와 흔적에 눈길을 줬으면 한다. 예산군과 내포지역사회가 이만한 자원을 방치하는 것은 너무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내포지역의 주산인 가야산을 중심으로 독특한 내포문화권을 형성하고 있어 내포지역 공동 노력을 통하여 상호 발전을 모색할 수 있는 방법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조선시대 내포지역 선비들의 문화의 중심이었고 답사일번지였던 이곳을 새롭게 연구하고 조명, 내포가야산의 상가리가 앞으로 유교와 선비문화 답사일번지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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