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일기] 멋있는 제 남편을 소개합니다
[다문화일기] 멋있는 제 남편을 소개합니다
나의 사랑 나의 코리아! 좌충우돌 ‘다문화 일기’ (26)
  • 람보정
  • 승인 2015.12.18 09: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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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람보정 중국] 안녕하세요? 저는 중국에서 온 람보정입니다.
세월이 총알처럼 빨리 지나간 것 같습니다. 엊그제 한국으로 오는 비행기를 탄 것 같은데, 벌써 한국에 온지 3년이나 되었습니다. 3년의 시간은 저에게 짧기도 하지만 길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한국에 온 후 기쁨과 슬픔, 그리고 아픔의 경험들이 너무 많아서 중국에서 25년 동안 살면서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일들을 이 시간동안 모두 다 겪었기 때문입니다

결혼 전 중국에서 친구 집에 놀러갔다가 우연히 남편을 만났습니다. 남편은 회사 일로 중국에 몇 달 간 출장을 나와 있었습니다. 친구 집에 들어가는 순간 몇 초 동안 시간이 정지된 것 같았습니다.

제가 즐겨 보던 한국TV에서 본 남자 주인공을 눈앞에서 만난 느낌이었습니다. 키도 크고 멋있고 피부도 하얗고 몸도 날씬하며 남성미가 물씬 풍기는 너무 멋진 남자가 내 앞에 떡하니 버티고 서있는 모습을 본 순간 ‘이 남자야 이 남자!’라고 속으로 생각했지요.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 모르지만 멋진 모습에 빠져버렸습니다.

친구 남편이 통역해 줘서 무슨 일로 중국에 왔는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한국생활이나 전통문화가 많이 궁금해서 이것저것 많이 물어 봤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다가 점점 호기심이 많이 생겼고 그날 한국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그후 시간이 날때면 남편과 같이 이곳저곳을 놀러 다녔습니다. 언어소통이 안됐지만 눈짓 몸짓으로 표현했고 이상하게 서로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 있었습니다.

남편은 몇 개월 있다가 한국에 돌아간 후 다시 왔고 이렇게 왔다갔다 하면서 2년이란 시간이 흘렀습니다. 남편은 무척 젠틀하고 배려심도 많고 꼼꼼했고, 그런 남편 성격이 좋아서 나는 짝사랑에 빠져버렸습니다. 부모님도 남편을 좋아해서 남편이랑 결혼하면 아무문제 없겠다는 생각을 하시는 것 같아 부모님께 남편을 좋아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저는 집에서 막내로 자라 요리는커녕 집안일을 할 줄 아는 것이 없었습니다. 부모님은 이렇게 아무준비 없이 머나먼 한국으로 가도 괜찮냐고 걱정을 많이 하시며 물었습니다. 나는 “괜찮다”고 큰소리를 치며 내가 다 알아서 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놀랍게도 남편은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날에 제게 결혼하자고 청혼을 하였습니다. 혼자 속으로 애를 태우던 저는 남편의 얘기를 듣고 행복해서 눈물이 났습니다. 남편이 한국에 돌아간 후 곧바로 중국에서 하던 일을 정리하고 남편을 사랑하는 마음만 갖고 낯선 한국 땅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생각과 달리 만만한 게 아니었습니다. 남편은 회사일로 아침 6시에 나가면 저녁7시가 넘어서야 돌아왔습니다. 회사일이 잘 풀리지 않자 집에 와서도 업무스트레스를 풀기위해서 게임만하고 저에겐 영 무관심해 보였습니다. 하루하루가 의미 없고 지루했습니다. 밖에 나가면 만날 사람도 없고 할 일도 없고 외롭다는 느낌으로 가득차서 매일 매일이 진짜 힘들고 싫었습니다.

7월의 한국은 너무나 더워서 꼼짝 못하고 집에만 있었습니다. 또 한국말을 잘 몰라서 밖에 나가도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못 알아들으니 나가기가 무서워지기까지 했습니다. 그래서 나를 혼자 두는 남편이 더 미워지기 시작했고 원망스러웠습니다.

중국과 한국은 문화도 다르고 표현 방식도 다르기 때문에 가끔 예의가 없는 것 같아 서로를 오해하기도 했습니다. 한창 신혼의 단꿈을 꿀 시기에 둘 다 결혼생활에 불만만 쌓여가는 매우 힘든 상태가 되었습니다.

도저히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중국에 다녀오겠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좋은 얼굴로 중국에 다녀오겠다고 해도 너무 갑작스러울 텐데, 얼굴 가득 불만스러운 얼굴로 중국에 가겠다니 남편은 내 마음이 정말 심각하다는 것을 느낀 것 같았습니다.

한국에 와서 잊고 지냈던 결혼 전 데이트하던 모습으로 돌아가 맥주와 치킨을 앞에 두고 서로에 대해 서운했던 이야기며 오해했던 일들을 밤새 모두 풀어냈습니다.

다음날 일찍 퇴근한 남편은 주스와 떡을 잔뜩 사들고 와서 제 손을 잡고 위층 아래층 아주머니들께 인사를 시키며 저를 부탁했습니다. 평소 남들에게 고개만 까딱하고 말던 숫기 없는 내 남편이 한국 아주머니들께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저를 소개하는데, 처음 남편을 만났을 때 제가 홀딱 반했던 바로 그 사람을 다시 만난 것 같아서 마음이 무척 설레었습니다.

남편한테 설레다니 제가 팔불출인건가요? 그래도 사실인 걸요! 남편은 꼼꼼하게 제가 한국생활에 적응할 수 있는 방법들을 알아보았고 마침 다문화가족사랑회를 찾아서 제가 다닐 수 있도록 도와주었습니다.
 

저는 다문화사랑회에서 많은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고 한국어도 배울 수 있었습니다. 가끔 봉사활동도 있어서 한국 분들을 통해 한국의 문화도 많이 배웠습니다. 센터에서 컴퓨터도 배우고 재봉일과 제과 제빵도 배우게 되었습니다. 선생님도 무척 친절하시고 생활하다 부딪히는 여러 문제를 물어보면 적극적으로 도와주십니다. 선생님들 덕분에 제 성격은 점점 더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저는 요즈음 남편이 회사일로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것을 알고 남편을 편안하게 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남편도 제가 외국인으로서 한국에서의 생활이 보람되고 행복할 수 있도록  많이 도와주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남편의 노력 덕분에 이제 제법 한국생활에 적응해서 자신감도 많이 생겼습니다. 이제는 밖에 나가도 무섭지 않고 당당하게 무슨 일이나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 남편이랑 행복하게 살면서 열심히 공부하고 나중에 저처럼 이주 여성들을  힘껏 도와 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다문화 일기’ 시리즈는 대전 다문화가족사랑회(회장 박옥진, 042-825-7233)와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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