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총선 후보자도 모르는 ‘내 지역구’
[노트북을 열며] 총선 후보자도 모르는 ‘내 지역구’
  • 이호영 기자
  • 승인 2015.12.21 15: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이호영 정치팀장

[굿모닝충청 이호영 기자] “내년 총선에 출마하는 ○○○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어느 지역이신지…”
“유성에 출마합니다.”
“분구가 된다던데…”
“예, 아직은 결정이 안 됐습니다. 조만간 확정되는 대로 선거구를 정할 계획입니다.”
“……”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예비후보자 등록이 15일 시작됐지만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결국 선거구 획정에 대한 어떠한 합의안도 내놓지 못하고 활동을 마감함에 따라 사상 초유의 깜깜이 선거 사태를 빚고 있다.

오는 31일까지도 여야 합의가 이루어지지 못하면 현직 국회의원들의 지역구가 사라지는 것은 물론 예비후보들도 모두 간판을 내려야 한다.

새누리당이 현행 의원정수 300석을 유지한 채 지역구 수만 7개가량 늘리자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새정치연합에서는 지역구를 늘리고 비례대표를 줄이려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팽팽히 맞서면서 한 치의 진전도 보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루가 아쉬운 원외 인사들은 어쩔 수 없이 예비후보에 등록하고 활동을 시작했지만, 당장 분구가 이루어지거나 없어질지도 모르는 지역구 후보자나 유권자들로서는 혼란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 

보다 못한 정의화 국회의장이 전시·천재지변에 준하는 ‘입법 비상사태’를 언급하며 직권상정이라는 특단의 조치를 경고했지만, 당분간 협상은 쉽지 않아 보인다.

특히 새누리당이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에서 지역구를 7석 늘리는 대신 비례대표를 줄이는 안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새정치연합의 반발 등 논란도 예상된다.

더구나 새정치연합은 지난 13일 안철수 의원의 탈당 선언 이후 분당 위기가 고조되면서 내부 입장 정리도 만만치 않은 모습이다. 15일 국회 상임위 대부분이 야당의 불참 속에서 파행 운영된 것은 물론 선거구 획정을 위해 잡아놓은 본회의마저 열리지 못했다.

또 하나 문제는 새정치연합의 대량 탈당사태 및 안 의원의 신당창당이 가시화될 경우 총선 출마자들도 이합집산을 통해 소속 당 자체가 바뀌면서 대소동이 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총선 출마자도 모르는 내 지역구, 출마자도 모르는 내 당…, 이것이 현재 대한민국 정치의 현주소인 것이다. 그리고 그 정치의 중심에 유권자는 없다.

우리는 지난달 8일 25년 만에 치러진 미얀마 총선에서 아웅산 수치 여사가 이끄는 제1야당이 압승을 거두면서 53년 만에 민주화의 물꼬가 트였다는 뉴스에 큰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하지만 현재 선거구 획정 하나 해결하지 못하고 벌써 몇 달째 여야 간 대치를 보이고 있는 우리 상황에서 과연 20년 먼저 민주화를 이루어냈다고, 민주적으로 국가가 운영되고 있다고 자부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소수의 정치인들이 유권자를 볼모로 그들만의 리그를 유지하기 위해 법적 절차마저도 무시하고 있는 현실이 미얀마의 상황보다 나을 것이 있는지도 되짚어볼 부분이다.

앞으로 남은 120일, 내년 제20대 총선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우리 유권자들도 냉철히 판단해 옥석을 가려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굿모닝충청(일반주간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0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다 01283
  • 등록일 : 2012-07-01
  • 발행일 : 2012-07-01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창간일 : 2012년 7월 1일
  • 굿모닝충청(인터넷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7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아00326
  • 등록일 : 2019-02-26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굿모닝충청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굿모닝충청.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mcc@goodmorningcc.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