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의 눈] 이방인이 아닌, 이제는 가족으로!
[시민기자의 눈] 이방인이 아닌, 이제는 가족으로!
  • 이희내
  • 승인 2015.12.29 10: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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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희내방송작가, 대전대학교 외래교수

[굿모닝충청 이희내 방송작가, 대전대학교 외래교수] 지난 11월 말, 언론지원사업 마무리 취재를 위해 급하게 베트남에 다녀왔다.

원래 6월로 진행되어야 할 취재는 메르스 여파 뿐 아니라, 인터뷰이의 집안 사정으로 계속 연기가 되었고, 한 해의 마무리를 앞두고서야 마지막 촬영이 진행되었다.

국내 거주 외국인 150만 시대를 맞이한 대한민국. 그 중 충청남도는 다문화이주여성과 근로자들이 2번째로 많은 지역 중 하나다.

언어가 다르고 피부색이 달라도 이제 그들은 이주여성으로, 그리고 경제를 이끄는 근로자로, 우리와 함께 부대끼며 살아가는 이웃들이다. 그렇지만 이에 반해, 아직까지 사회의 편견과 잣대는 쉽사리 꺾이질 않는 게 현실이다.

여러 방송사에서 다양한 다문화 프로그램을 맡아봤던 필자지만, 이번 촬영취재는 조금 달랐다.
사람과 사람, 국가와 국가가 사랑으로 맺어진다는 러브라인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조금은 급변하는 현실에 초점을 맞추어 취재를 하고 싶었다.

한국이란 나라를 믿고 소중한 아들과, 딸을 보낸, 다문화 가족들이 느끼는 현 대한민국의 인식에 대해, 그들의 솔직한 답변을 듣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아직도 결혼중개소의 잘못된 결혼 정보로 인해, 속성결혼 폐해가 날로 늘어가는 추세이고, 이주 근로자들의 경우 저임금에 폭행까지 일삼는 등 열악한 노동환경이 여전히 개선되지 않은 현실 속에서, 한국으로 이주해 새로운 삶을 꿈꿨던 이들에겐, 과연 대한민국이  어떻게 비춰지고 있을까…

그래서 솔직히 이번 취재가 걱정 된 것도 사실이었다. 베트남의 경우 “베트남 전쟁”으로 인한 한국군에게 지닌 아픔도 많았고, 요즘 붉어진 이주 여성의 죽음과 노동자 폭행 또한 만만치 않은 사건이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모든 건 나의 기우였다.
 

한국의 다문화 정책에 바라는 점을 가족에게 인터뷰할 때마다 어머님들의 한결같은 이야기는 한국이 좋다. 우리 아이가 많이 부족하긴 하지만, 예쁘게 봐주고 사랑해 달라는 내용 일색이었다.
솔직히 허탈했다. 왜 이리 판에 박힌 말만 하는 건지…

그렇지만 바로 이해가 된 건, 우리의 부모님들 생각이 나서였다.
자식을 가진 부모이기 때문이었으리라.

한국에 시집보낸 딸이… 산업 연수 차 간 아들이… 행여나, 힘들어 질지도 모를까봐…우리에게 그렇게 부탁하고  당부해주길 원했던 것이다.

자신의 아들, 딸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인터뷰 내내 눈물을 머금던 어머니의 눈망울을 잊을 수가 없다.
더불어 가는 시간까지 필자의 손을 꼭 잡고, 자식들을 부탁하는 부모님들을 보니, 웬지 짠한 마음에 취재진들 역시 가슴이 먹먹해졌다.

베트남을 떠나는 날.
공항 한 귀퉁이에서, 한국으로 떠나는 아들과 딸을 부여안고 우는 가족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우리가 자연스레 무시하고, 열악한 환경을 당연스레 했던 그들 역시 한 집안의 어엿한 아들이고 사랑스런 딸이라는 것을 우리는 지나치고 있었던 게 아닐까.

지난 12월 18일은 세계 이주민의 날이었다.
국내엔 150만명의 이주여성들과 이주 근로자들이 가정과, 산업현장을 묵묵히 지키고 있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그들을 또 하나의 가족, 다정한 이웃으로 보듬기 위한 인식의 전환과 함께 가족의 가치와 정, 그리고 관심을 이제 열린 시각으로 담아서 보여줘야 한다.

우리 아버님, 아버님 세대가 독일이란 낯선 나라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자식을 위해 힘든 여정을 시작했던 것처럼, 가족과 자신의 꿈을 위해  한국인으로서 새로운 시작을 하고 있는 그들에게 이제 따스한 손길을 내밀고 함께 동행해야할 때다.

외롭고 고단한 한국에서의 생활이지만, 한국사회의 공존과 인정을 받기를 바라며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그들이, 꿈을 가지기 위해 찾은 이곳 충청남도와 대전이 그들의 제 2의 고향이 될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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