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영호가 본 모네展] 삶이 그림을 만날 때 행복하다
    [임영호가 본 모네展] 삶이 그림을 만날 때 행복하다
    • 임영호 코레일 상임감사
    • 승인 2016.01.05 09:5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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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영호 코레일 상임감사

    살면서 좋은 그림을 만날 수 있다면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 이상으로 행복하다. 그런데 삶에서 그림을 만날 때가 흔하지 않다. 어찌 어찌해서 그림 한 작품을 만나게 되면 그 앞에서 으레 주눅이 들고 때로는 경건한 마음까지 들기도 한다.

    우리지역 언론 굿모닝충청에서 모처럼 명화 전시회를 열고 있다. ‘모네, 빛을 그리다’ 전이다. 얼마 전 나는 유성에서 행사를 마치고 전시회가 열리는 과학공원 내 대전무역전시관을 찾았다. 평일 오전 아침인데도 관람객이 북적였다. 그러나 여느 전시장과는 달리 복잡하거나 떠들썩하지 않고 오히려 부드러우면서도 차분한 느낌이 들었다

    일반 그림 전시회의 형식과 달랐다. 마치 영화를 감상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렇게도 할 수 있는 건가?’, ‘명화가 IT를 만나니 이런 창의력과 상상력이 생기는구나’, ‘융합(convergence)이라는 것이 바로 이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 전시회 현장에서 화가 모네의 평범한 일상의 삶이 묘사된 그림이 IT을 통하여 재현되면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화가가 살았던 당시의 세계로 여행을 떠나고, 그 여행을 하면서 친근해진 풍경이 내 마음에 살짝 안겨 명화가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왔다.

    전시된 그림의 주인공 클로드 모네(Claude Monet)는 1840년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나 1926년 프랑스 지베르니에서 생을 마감했다. 1850년대 유럽은 아직 정돈되지 않은 상태였다. 산업혁명은 점점 한층 무르익어 가고 있었으나 부작용이 이것저것 나타나고, 프랑스 혁명은 이념적으로 자유 민주주의 완성을 향하여 가고 있으나 혁명의 후유증인 나폴레옹의 잔재가 아직 남아 있어 어수선했다.

    모네하면 으레 ‘빛’을 연상한다. 그는 회화사에 한 획을 그은 화가이다. 프랑스 인상파의 개척자이다. 당시는 사물 하나하나를 정확히 그리는 ‘사실주의’가 대세였다. 예를 들어 사과는 빨갛게, 나뭇잎은 파랗게 그리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모네는 빛으로 인한 사물의 느낌을 느낀 대로 그렸다. 그가 1872년 전시회에 ‘해돋이’라는 그림을 처음으로 출품했을 때 화단으로부터 혹평을 받았다. 대상을 사실이 아닌 느낌이나 인상만 그렸을 뿐이라고 조롱했다. 그때 붙여진 ‘인상파(Impressionism)’라는 별명이 이후 이런 회화 흐름의 정식 이름이 되었다.

    모네는 순간순간 빛에 따라 변하는 자연현상에서 느낀 것을 표현하기 위하여 굉장한 열정을 쏟았다. 그는 자연과 빛을 관찰하기 위하여 추운 겨울이든 더운 여름이든 야외에서 즐겨 그림을 그렸다. 특히 시간이나 날씨,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빛과 색채를 같은 대상일지라도 다양한 모습으로 그렸다.

    그의 그림은 당연히 초기에 인정받지 못했다. 인정받지 못하면 누구도 그림을 사주지 않는다. 그도 당시의 인상파 화가들이 겪은 것처럼 가난에 몹시 시달려 자살까지 시도했다. 하지만 천운일까? 80세 이후까지 장수한 덕분에 대중들이 차츰 인상파의 작품을 이해하기 시작했고 인정하기 시작함에 따라 삶의 후반부에는 정원이 딸린 저택을 살 수 있을 정도로 부유해졌다. 모네의 유명한 작품 ‘수련 연못’ 연작 300점도 지베르니에 있는 자택 정원에서 말년에 그린 것들이다.

    예술가에게는 구원자처럼 여인들이 등장한다. 모네도 예외가 아니다. 그에게는 ‘까미유’가 있다. 그녀는 모네의 초기시절 함께 고생했던 첫 번째 연인이며 부인이다. 그는 원래 모델이었고 당시 모델은 옷을 벗는 통에 창녀처럼 취급을 당했다. 당연히 그들의 결혼에 가족들은 반대했다.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한 그녀였지만 안타깝게도 32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까미유는 ‘파라솔을 든 여인’으로 그림 속에 등장한다. 그녀는 미풍이 부는 늦은 봄날, 들꽃이 피어있는 언덕 위에서 흰 드레스에 파라솔을 쓰고 서 있고, 바로 아래에서 모네는 재빠르게 붓을 놀렸을 게다. 당시의 풍경은 이 전시회의 스크린을 통하여 생생하게 전달된다. 바람이 살짝 부는 듯 한 노란 들꽃의 움직임, 살짝 감겨진 드레스, 바람에 얼굴을 덮는 스카프가 정말 인상적이다. 거기에는 그들 사이에 난 아들 ‘장’도 등장한다.

    까미유가 나오는 ‘파라솔을 든 여인’은 한 점이 아니다. 그림 속에 많이 나타난다. 그때 모네는 빛에 대한 연구를 한참 할 때였다. 그래서 사진을 찍는 것처럼 같은 피사체를 수 없이 그렸다. 그림 속에서 까미유를 볼 때 30대 중반이었던 모네가 생활은 어려웠지만 이 시절이 가장 행복한 때가 아니었나 느껴졌다.

    그는 까미유가 침대에서 죽어가는 마지막 모습도 그림으로 남겼다. 같은 시대 인상파 화가인 빈센트 반 고흐가 동거녀인 창녀를 모델로 쓴 것처럼 곤궁한 탓으로 자기 아내를 모델로 쓴 것 같다. 예술가에게 삶과 예술은 함께 하기가 정말 힘든 것 같다.

    모네는 이 ‘파라솔을 든 여인’을 까미유가 죽은 후에도 그렸다. 그의 두 번째 부인은 이혼녀인 ‘알리스 오리데’이다. 모네는 그녀를 역시 바람 부는 언덕위로 몰았다. 느끼는 그대로, 보이는 그대로 그리는 모네의 오르데의 ‘파라솔을 든 여인’은 아주 평범했다. 이걸 봐서는 오르데 보다는 까미유를 더 사랑한 것처럼 보인다. 모네의 40대 중반 그림에는 같은 장소에서 오리데 부인의 딸 ‘쉬잔’도 파라솔을 들고 등장한다.

    그림도 할 이야기를 소설처럼 그린다. 당시의 분위기를 글 대신에 그림으로 말한다. 인상파 화가들은 도시에서 활동한 화가들이다. 특히 배경이 된 파리의 모습을 그림에서 자세히 들여다보면 알 수 있다. 모네의 그림은 더욱 그렇다. 빛과 색채를 통하여 당시의 날씨도, 그의 기분조차도 느낄 수 있다.

    다르아브르항을 그린 모네의 1872년 작품 ‘해돋이’ 그림을 보면 아침 햇살이 빛나는 항구에서 고기잡이 모습이 보이고, 멀리 굴뚝 연기가 항구를 뒤덮고 있다. 당시 산업혁명의 영향으로 석탄을 때는 공장들이 여기저기 들어서서 공해가 심각하다는 것을 느낀다.

    모네의 그림에서 찾을 수 있는 또 하나는 19세기 중반의 유럽이 일본 예술에 빠졌다는 것이다. 소위 ‘자포이즘’이다. 이 양식을 태동케 한 것은 인상파 화가들이다. 그들은 새로운 영감을 강력한 대비, 과감한 붓 터치가 특징인 일본 판화에서 찾았다.

    일본은 임진왜란 이후 조선의 문화를 수입하여 일본예술을 한 차원 발전시켰다. 바로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의 뛰어난 에도 시대 문화예술이다. 그 일본예술에 대한 사랑이 유럽을 덮었다. 그 여세로 일본은 1855년 파리 만국박람회를 참가했고 그 영향으로 유럽은 온통 일본풍이었다.

    모네의 ‘다리’는 그가 살던 지베르니의 정원의 일본식 다리이다. 모네는 지베르니 집 곳곳을 일본 도자기와 판화로 장식했고 ‘까미유’에게 기모노를 입혀 그림을 그렸듯이 일본의 화려한 전통 의상이나 일본풍 배경으로 그림을 즐겨 그렸다. 모네뿐만 아니다. 반 고흐도 마찬가지였다.

    고흐의 그림 ‘탕기 영감의 초상’도 배경에 후지산이 보이고 ‘귀에 붕대를 감은 고흐의 자화상’의 후면에 일본 판화그림이 있다.

    ‘모네, 빛을 그리다’ 전시회에서는 다른 인상파 화가의 그림도 일부 소개했다. 모네보다 선배로 인상파의 아버지로 불리며 ‘풀밭위의 식사’를 그린 마네, 동생 테오와 ‘영혼의 편지’를 주고받은 것으로 유명한 반 고흐, 소설 ‘달과 6펜스’의 실제 주인공 폴 고갱, 보불전쟁에서 전사한 바지유, 여인의 육체의 아름다움을 주로 그린 르누아르 등이다.

    한 시간 가까이 전시회를 머물면서 한 마디로 행복했다. 몇 시간을 머물러도 결코 지루하지 않을 것 같았다. 시간가는 줄 모르게 물 흐르듯 지나갔다. 미술을 전공한 해설사의 친절한 설명과 살아 움직이는 모네 그림 앞에서의 추억의 ‘인증 샷’도 재미를 더했다. 더구나 영화처럼 화폭에 담긴 사물에 금방 빠져 들어가, 작은 들꽃에서도,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에서도 순간순간의 기쁨을 느낄 수 있었다.

    어느 미술 평론가가 한 말이 생각난다. ‘훌륭한 화가는 자신의 그림으로 우리에게 영향을 끼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종국에 가서는 우리 마음속의 풍경까지 바꾸어 놓는다’고.

    전시회의 모네 그림이 정말 그랬다. 시간 내서 이 전시회를 가면 명화에 대한 비밀스런 아름다움이 피어나 마음속에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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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곱배기 2018-01-08 06:11:14
    미술품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도 글을 통해 감상할 수 있도록 섬세하게 소개해 주신데 대하여 고마움을 전하며 앞으로도 좋은 내용 기대합니다. 감사 인사 꾸-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