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 정종윤 기자] 천안시 안서동의 대학가. 지난달 25일 저녁 50대 초반의 부부와 고등학생, 중학생 등 가족 손님이 들어와 자리에 앉았다. 테이블에 자리 잡은 가족들 사이에선 화기애애한 대화가 오갔다.
“대학가면 연애도 해보고, 친구들하고만 어울려 다니면서 술만 마시지 말라”는 부모의 말에, “걱정 마세요. 연애도 하고 좋은 친구들 사귀고 공부도 열심히 할게요”라는 이번에 수능 시험을 치른 아들의 대답이다. 가족은 식사와 함께 소주 1병, 탄산음료 1병을 주문했다.
가족이 식사를 한지 1시간 쯤 지나 갑자기 경찰이 들이닥쳤고, 이 음식점은 청소년(만 19세 미만)에게 술을 판매하는 것을 금지한 청소년보호법과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단속에 걸렸다.
음식점 사장 정모(46) 씨는 “부모가 아들에게 술을 준게 왜 우리 잘못인지 모르겠다. 아들의 법적 보호자인 부모가 주문하고 술을 준 건데 음식점을 처벌하는 게 맞느냐”고 울분을 토했다.
청소년 주류 판매 단속 때문에 음식점에 비상이 걸렸다. 가족 단위 신년 모임에 부모와 함께 온 청소년들이 부모 등 어른 허락 하에 술을 마셔도 단속에 걸리기 때문이다.
청소년에게 술을 팔면 청소년보호법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지고 영업정지 2개월 정도의 행정처분도 함께 부과된다.
대전시 식품안전과에 따르면 지난해 청소년에게 주류를 판매하다 적발된 대전시내 업소 112곳 중 110곳은 일반음식점이었다.
술을 산 사람이 청소년인지에 대한 신분 확인은 업주가 해야 한다. 또 음식점에서 청소년이 술을 마시는지에 대해서도 확인할 의무는 업주에게 있다. 부모와 동행하거나 직장 선배, 동료와 함께 온 19세 미만 청소년이 술을 마셔도 업주가 책임 져야한다. 현행법이 그러하다.
이렇게 애매한 법 때문에 애꿎은 업주만 피해가 발생해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고1의 자녀를 둔 이모(46·남) 씨는 “집에서 종종 아들과 술 한 잔 한다. 아들이 고1이 되면서 한 달에 한번정도 자리를 갖기 시작했는데 밖에서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며 술을 배우느니 주도를 아빠인 내가 가르치는게 낫겠다 싶어 주게 됐다”고 전했다. 그는 또 “외식을 할 경우에도 식당에서 아들과 술을 마신 적 있는데 부모가 동행해 허락한 자리인데 업주가 단속에 걸리는 것은 불합리한 처사 같다”고 밝혔다.
시민 김모(49·여) 씨는 “부모가 함께인데 무식하게 취할 정도로 술을 마시는 가족이 어딨겠냐”며 “분위기와 주도를 배우게 하는 자리로, 또 자식들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면서 마실 수도 있는 것이지 이마저도 단속하는 것은 너무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반면 일부 시민은 “부모와 동행한 술자리라 하더라도 미성년자 음주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신모(43·여) 씨는 “법에 미성년자 음주는 안된다고 명시돼 있으면 안 하면 되는 것이다. 굳이 법까지 어겨가며 식당 업주에게 피해를 줘야겠느냐”고 반문했다.
한국외식업중앙회 대전지회 관계자는 “부모와 동행해 소량의 술을 마시는 경우까지 처벌하는 건 과도하다. 업주가 무슨 잘못이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단속에 적발되면 영업정지를 당하고 이렇게 되다보면 영세 자영업체들은 줄줄이 폐업 할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