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티즌 윤정섭 사장 “감독님 난 축구 몰라요”
대전시티즌 윤정섭 사장 “감독님 난 축구 몰라요”
선수단 운영 감독에 전권 위임..."먼 곳 바라보며 구단 운영할 터"
  • 한남희 기자
  • 승인 2016.01.18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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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정섭(59) 대전시티즌 신임 대표이사는 "그간의 기업 운영 경험을 토대로 구단의 안정적 운영을 꾀하고 마케팅 강화를 통해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구단으로 거듭나겠다"는 취임 포부를 밝혔다.

[굿모닝충청 한남희 기자]올 시즌 다시 챌린지(2부 리그)에서 ‘눈물 젖은 빵’을 먹어야할 대전시티즌 대표이사에 윤정섭(59·사진) 전 다우주택건설 이사가 지난 5일 선임됐다.

윤 대표이사는 대전을 다시 클래식으로 승격시켜야 하는 것과 경영정상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물론 이 두 가지 모두를 올해 안에 하기도 어렵지만 자칫 서두르다보면 모두를 잃을 수 있기 때문에 좀 더 중기적인 시각에서 접근이 필요하는 지적이 많다.

취임 한 주를 갓 넘긴 그를 만나봤다.

자리에 앉자마자 윤 대표는 용병 문제를 비롯해 서명원의 바이아웃 등 선수 수급 등과 관련해서 숨 돌릴 틈도 없이 10여분간 브리핑을 했다.

축구 명문 대전상고 졸업한 그는 선수출신은 아니지만 그의 설명을 듣고 있노라면 평소 축구에 대한 관심과 애정도를 가늠할 수 있었다. 직원들이 업무파악하라고 던져 준 사과 상자 한 개 분량의 서류만 갖고 일주일새 소화할 수 있는 깊이는 훌쩍 넘어선 것이었다.

선수단은 물론 프런트 운영과 관련해서도 어느정도 원칙과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우선 그는 전임 사장이 마무리 짓지 못한 사무국장 부활을 매듭짓겠다는 방침이다.

윤 대표는 "프로구단은 선수단과 사무국을 연결해주는 고리가 필요하다. 축구를 근본적으로 아는 그런 사람 중에 적임자를 물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다리 건너면 다 아는 지역사회에서 윤 대표가 가장 경계할 것은 '청탁'을 꼽았다. 특히 선수단 운영에서 그는 "청탁은 선수를 죽이는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경계했다.

윤 대표는 "과거나 지금도 '누가 어느 선수를 부탁했다'는 등 루머가 있는 게 사실"이라며 "내가 취임한 이후 청탁은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선수단 운영에 대해서는 최대한 감독과 코칭스태프에게 일임한다는 것이 그의 원칙이다.

윤 대표는 “나는 (최문식) 감독에게 오자마자 한 얘기가 있는데 그 말이 바로 ‘감독님 저는 축구 몰라요’였다”며 “실제 잘 알지도 못하지만 어설프게 아는 것을 갖고 감독에게 감나라 배나라하면 배가 산으로 올라간다, ‘난 경영만 하겠으니 당신은 경기만 하라’고 부탁이자 다짐을 했다”고 말했다.

전문경영인 출신으로 어려움에 직면한 대전 살림살이에 숨통을 트이게 하는 게 그의 역할이라는 것.

이를 위한 첫 걸음으로 윤 대표는 마케팅 강화를 꼽았다.

그는 “4만 넘는 관중을 채울 수 있는 축구장에 (관중) 2500명은 말이 안 되는 것”이라며 “야구장에 가서라도 (한화에) 양해를 구하고 직원들과 함께 축구표를 팔 각오가 돼 있다”고 공언했다.

구단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끌어 모으는 것도 과제다. 정확히 공개돼 있지 않지만 지난해 대전의 선수 평균 연봉은 채 5000만원이 안 된다. 우승팀 전북의 선수 평균 연봉은 대전의 6배가 넘는 3억 3000만원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표는 “물론 덩치 큰 후원 몇 개 들어오면 좋겠지만 작은 후원이라도 동참할 수 있도록 마케팅을 강화하는 것이 장기적 측면에서는 구단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라며 “직원들에게 ‘거쳐갔던 다른 사장들과 내가 다르다는 것을 보여 줄테니 여러분들도 변화해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 윤정섭(59) 대전시티즌 신임 대표이사는 "그간의 기업 운영 경험을 토대로 구단의 안정적 운영을 꾀하고 마케팅 강화를 통해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구단으로 거듭나겠다"는 취임 포부를 밝혔다.

취임 일주일 새 그는 지인들로부터 수백 통의 전화와 문자를 받았다고 한다. 전화를 받으면서도 업무를 파악해야 하는 만큼 휴대전화는 바이올린을 연주하듯 머리와 목에 끼고 살았다.

그러다보니 근육통과 함께 편두통까지 찾아왔다. 60평생 거들떠도 안 봤던 두통약의 도움을 받아야 할 정도다.

구단 대표이사라고 해서 성적은 무조건 감독에게 책임지라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2014년 챌린지로 추락했던 대전은 아드리아노라는 걸출한 외국인 선수를 필두로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단숨에 클래식으로 승격했다.

하지만 우려했던 대로 지난해 대전은 1년을 버티지 못하고 다시 챌린지로 떨어졌다. 챌린지 1위 팀은 K리그 클래식으로 자동 승격되며, 2위 팀부터 4위 팀까지 플레이오프를 실시한다.

3위 팀과 4위 팀 간의 단판 승부에서 이긴 팀이 2위 팀과 단판 승부를 하며 여기에서 이긴 팀이 K리그 클래식 11위 팀과 11월 30일과 12월 4일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를 한다. 

클래식에서 떨어진 만큼 챌린지 리그 4강 안에 들기는 크게 어렵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올해는 2014년과는 사뭇 다르다.

최대 적수는 대전과 함께 이번에 챌린지로 강등된 부산아이파크. 기업이 운영하는 팀 중 최초로 챌린지로 강등된 팀이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 순위로 볼 때 대전보다 한 단계 위이자 승점도 7점차에 불과하지만 모기업의 지원을 등에 업고 2018시즌 클래식 진입을 목표로 대대적인 리빌딩을 진행 중이다.

지난 시즌 챌린지 2위팀 부천FC와 안산 경찰청, 서울 이랜드 등도 강팀으로 꼽힌다. 

윤 대표는 "정규리그 우승으로 클래식 직행이 목표지만 지금 팀 사정으로 봐서는 전반기 4강도 녹록지 않는 게 현실"이라고 진단한 뒤 "목표는 있지만 자칫 당장의 결과만을 보고 달려들어서는 기본이 강한 팀을 만들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유소년팀 선수들을 보면 미래가 보인다. 이런 좋은 선수들을 빼앗기지 않고 3년에서 길게는 5년까지 멀리 바라보고 팀을 리빌딩한다면 분명 대전도 강팀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며 "당장은 욕을 먹더라도 중장기적으로 팀을 재건할 사람이 필요하다.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라고 힘을 줬다.

윤 감독은 서포터즈와의 관계 회복 등 팬과의 스킨십 강화에도 좀 더 신경을 쓸 계획이다.

끝으로 그는 "감독이나 프런트 모두 우승을 향해 뛰는 것이다. 하지만 우승을 못해도 어이 없이 맥없이 지는 경기는 하지 않을 것"이라며 "팬 여러분도 조금만 더 애정을 갖고 지켜봐주신다면 강팀으로의 변신으로 반드시 보답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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