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오래된 스토리는 세대를 잇는 다리다
도시의 오래된 스토리는 세대를 잇는 다리다
스토리밥 작가 협동조합의 ‘그곳에 가면 이야기가 있다’(29)
  • 스토리밥 작가 협동조합
  • 승인 2016.01.20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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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스토리밥 작가 협동조합] 이야기를 잡는 그물, 스토리 기획단
“옛날 옛적에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에...” 이렇게 시작하는 옛날 이야기를 듣고 자란 어른들이 많다. 호랑보다 무서운 것은 곶감이라는 말을 지금도 쓰는 어른들도 많이 있다. 겨울밤 화로 앞에서 할머니가 들려주던 옛날이야기를 추억처럼 간직하고 있는 이들도 적지 않다. 나이가 지긋하게 든 사람들은 “옛날에는 말이야” 이런 말로 자주 이야기를 시작한다. 지나온 시절에 대한 추억이 아련하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것을 경험하기 보다는 과거의 것을 반추하며  향수에 잠기고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는 경향이 강하다.

이야기는 개인의 경험과 체험에서 비롯되는 게 일반적이다. 적어도 자신이 살고 자랐던 유년기나 청소년 시절의 이야기는 평생동안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수시로 들춰보게 된다.

오래된 사람, 오래된 마을일수록 이야기가 많을 수 밖에 없다. 거기에는 한 때 빛났던 영광의 날들도 있을 것이고, 지금은 쇠락한 아픔도 있을 것이다. 한마디로 빛과 그림자가 공존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야기의 구조가 입체적일 수 밖에 없다. 대전의 경우에는 원도심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대전시가 원도심의 스토리에 주목하는 이유도 오래된 이야기의 샘물이 그곳에서 나온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대전시 도시재생본부 도시재생정책과에서는 “대전시 스토리 기획단”을 운영했다.

대전이라는 도시의 독특한 색깔을 바탕으로 도시의 경쟁력을 제고하고 대전만의 스토리를 기획해보자는 취지에서 였다. 1905년 경부선 철도 개통과 1932년 충남도청 이전 등으로 대전은 근대도시로서의 위상을 갖춰 나갔다.

근대화 관련 유산과 관련해 스토리가 풍부한 도시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곳이 대전이다. 도시의 형성과 현대화를 거치면서 원도심 일원의 공간에서는 다양한 스토리가 만들어지고 전해졌다. 거기에 담겨있는 스토리를 재조명하자는 뜻에서 스토리 기획단을 발족시킨 것이다.

기획단은 워킹그룹 활동을 통해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원도심의 원천스토리를 발굴하기로의견을 모았다. 스토리가 있는 찾고 싶은 도시 대전, 대전만의 색깔을 담은 스토리 투어프로그램 등 올해 다양한 스토리콘텐츠를 선보일 것으로 기대가 되고 있다.

보고 즐기는 관광과 여행을 뒤로 하고 남아있는 것은 무엇일까? 사람들은 아름다운 풍경과 입을 즐겁게 했던 먹을거리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런 것은 시각과 미각에 대한 인상으로 남아 있을 뿐, 여행의 기승전결이나 여행지의 특성을 풀어낼 수 있는 이야기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이야기는 풍경과 인상에 대한 기억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고 파편처럼 흩어져 있는 퍼즐조각을 하나의 그림으로 완성하는 중요한 매개체이다. 예전의 이야기가 옛날 옛적으로 시작된 형식주의에 얽매여 있다면, 지금의 이야기는 다양한 매체의 등장과 다양한 사회구조의 성격에 맞게 그 모습도 달라질 필요가 있다. 그것은 원천 스토리를 어떻게 가공하는지에 따라 그 모습이 사뭇 달라질 수 있다. 그 역할을 자임하고 있는 곳이 바로 <대전시 스토리 기획단>인 것이다. 기획단은 오는 봄에 <스토리 발굴단>을 출범시켜 그물로 고기를 잡아내듯 다양한 스토리들을 훑어낼 것이다.

   
   
 

스토리는 도시의 증거이다
대전의 스토리 발굴이 왜 중요한지, 그동안 “스토리밥 작가협동조합” 작가들이 원도심을 취재하면서 썼던 사연들을 잠시 만나보자.

먼저 중앙시장에서 50년 동안 살아온 심경자씨의 이야기다. 난로 옆에서 텔레비전에 눈길을 주고 있던 나이 지긋한 사장님에게 중앙시장에 관한 얘기를 붙여보았다. 중앙시장에서 20년을 보냈다는 그는 손사래를 치며 침구를 파는 집 사장님을 추천한다. 이곳에서만 50년이 넘게 장사를 하고 있는 분이라는 것이다.

“예전 중앙시장 A동에서 담요 파는 일로 시작해 20년을 넘겼고 여기 중앙시장 화월통으로 옮겨 침구로 30년이 다 되었으니까, 50년이 훌쩍이네. 시집오면서부터 시작한 일이. 아이들 다 키우고 시집, 장가보냈으니. 이제 나이도 70이 넘었고.”

적잖은 손님들이 오가는 매장에서 70의 나이로는 보이지 않는 심경자 사장님은 작은 의자를 선뜻 내밀었다.

“시장도 많이 변했지. 모습도 변했고 인심도 많이 변한 것 같지만 그래도 전통시장이니까 아직도 따뜻한 마음씨들을 간직하고 있어요.”
중앙시장을 가로로 관통하는 긴 길은 예전부터 화월통이라 불렸다. 이야기는 길의 이름이 어떻게 태어났는지부터 시작했다.

“이 길에 화월식당이라고 있었어요. 대전에 있는 최고급 식당 중에 하나였지. 일식집인데 대전시의 연구원이나 공무원, 기관에 있던 사람들이 많이 찾던 유명한 식당이었는데, 지금은 없어졌지만 그 식당으로 통하는 거리라는 말이지. 원동국민학교 그러니까 옛 동구청 있던 자리부터.”

이런 이야기를 해줄 수 있는 사람들이 대전에 얼마나 남아있는지 돌아본다면 그들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의미의 중요성은 설명하지 않아도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중앙시장에서 침구를 파는 사장님의 이야기는 단순한 개인의 추억담이 아니라 대전의 지리지이자 풍속사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스토리의 채록은 더욱 중요해진다.

세대를 잇는 스토리
이제 나이 서른. 원도심에서 자리를 잡은 젊은이들의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원도심에 있는 카페 “도시여행자”는 발견하지 못했던 것들을 발견할 수 있도록 안내를 해주는 공간이다.

여행카페이자 북카페인 도시여행자를 운영하는 이는 김준태씨. 그는 몇 년 전에도 대학 4학년이었고, 지금도 대학 4학년이다. 휴학을 반복하고 있으니 언제 졸업을 할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김씨는 대전을 사랑하고 축구를 사랑하는 혈기 가득한 올해 나이 서른의  짙푸른 청춘이다.그는 이곳에서 대전 알리기 전도사를 자임하고 있다.

짧은 소개에서 알 수 있듯 오래된 원도심에 새로운 세대가 자리를 잡은 것은 또 하나의 스토리를 예고하는 것이다.

앞서 살펴본 중앙시장의 상인이 과거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스토리텔러라면, 김준태씨의 경우는 2016년 지금의 시대를 전달하는 신세대 스토리텔러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세대차이는 중요하지 않다. 아니 세대 차이로 인해 스토리의 층위는 더욱 다양해 질 수 있다. 그것이 스토리가 생성하고 변주하는 매력이기도 하다. 그 스토리의 중심에 다음과 같은 골목이야기가 자리 잡으면 어떨까.

“골목이 사라지고 있다. 아파트에 사는 아이들은 골목안 추억을 만들지 못한다. 요즘의 세대들은 골목에서 비석치기, 구슬치기, 고무줄놀이를 하던 풍경을 만나지 못한다.예전의 골목에서는 재잘거리던 아이들이 웃음소리가 널리 퍼졌고 동네 어르신들이 평상 위에 앉아 오가는 사람들의 안부를 물었다. 도시가 개발되면서 사연을 간직한 골목은 하나 둘 지워지기 시작했다.”

선화동 골목이어도 좋고 소제동 골목이어도 좋다. 지금도 사람들이 다니는 골목이라는 점에서 골목에 퇴색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 60년 전 골목을 다녔던 아이는 고무신을 신었을테고, 지금 골목을 다니는 젊은이는 스니커즈 운동화를 신었을 뿐, 골목에 남기는 사연의 공통분모는 존재한다.

골목의 역사를 찾고, 골목에 남아있는 아이들의 재잘거림을 주워담는 것, 그것이 바로 스토리의 발굴이자 채록이고 해석이다. 오래된 골목만큼이나 오래된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는 대전의 헌책방도 스토리발굴의 대상에서 비껴나지 않을 것이다.

대전중앙시장 한복거리 옆 신중앙시장 주차타워 앞에 몇 개의 헌책방들이 모여 있다. 주차를 하고 거리에 나서자 나란히 붙어 있는 영창서점, 고려당서점, 부여서점이 눈에 들어왔다.

비교적 날씨가 온순한 주말 오후라 그런지 여러 명의 손님들이 책을 고르고 있었다. 책들이 첩첩 산을 이루고 있는 고려당서점 앞에는 책더미를 의자 삼아 서너 분의 어르신들이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우리나라에 칼라책이 부족한 때였는데 미군부대에서 나오는 책들을 보니 칼라책들이 많았어. 저걸 그냥 쓰레기로 버리면 안 되겠다 생각했지. 예상대로 잘 팔렸어. 그게 도화선이 되어 지금껏 헌책방이 이어지고 있네.”

나이 팔순의 어르신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헌책방이 만들어 진 역사이기도 하지만, 대전이라는 도시가 어떻게 문화적 원형을 갖고 형성되어 왔는지 들려주는 스토리이기도 하다.

대전시가 “스토리기획단”과 “스토리발굴단” 운영을 통해 발굴하는 이야기 가운데에는 누구나 알고 있는 이야기도 있겠지만, 가끔은 새로운 이야기도 들어 있을 것이다. 이야기를 하나 둘 모으다 보면 겹치면서 풍부해지는 또 하나의 이야기가 만들어질테고, 부족했던 이야기의 구조가 채워지기도 할 것이다.

새로운 이야기에 대한 기대를 갖기 보다는 함께 공유하는 이야기를 늘려 나가는 것이 더욱 중요할지 모른다. 그런 점에서 2016년 한 해 동안 이야기의 숲에서 헤매다 길을 잃어도 좋을 것이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이야기의 끝을 찾을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 역할의 중심에 기획단과 발굴단을 운영하는 대전시 도시재생본부 도시재생정책과가 있다.

원도심 스토리 발굴에 나서는 대전시 도시재생정책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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