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식의 잡학사전] 깍두기, 양반음식 아니다?
[김근식의 잡학사전] 깍두기, 양반음식 아니다?
19-한국음식의 지존 ‘김치’
  • 김근식
  • 승인 2016.01.27 16:2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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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식 더클래식아카데미 원장 前) 국회의원 보좌관 T.041-565-8004 http://cafe.daum.net/theClassic

[굿모닝충청 김근식 더클래식아카데미 원장] ‘만약에 김치가 없었더라면 무슨 맛으로 밥을 먹을까. 진수성찬 산해진미 날 유혹해도 김치 없으면 왠지 허전해. 김치 없인 못 살아 정말 못 살아 나는 나는 너를 못 잊어. 맛으로 보나 향기로 보나 빠질 수 없지. 입맛을 바꿀 수 있나. 만약에 김치가 없어진다면 무슨 찬으로 상에 차릴까 중국음식 일본음식 다 차려놔도 김치 빠지면 왠지 허전해. 김치 없인 못 살아 정말 못 살아 나는 나는 너를 못 잊어. 맛으로 보나 향기로 보나 빠질 수 없지. 입맛을 바꿀 수 있나.’

독도는 우리 땅을 작곡한 작곡가 겸 가수 정광태 씨가 만든 ‘김치 주제가’의 노랫말이다. 노랫말에서처럼 우리 식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김치와 서양음식인 치즈, 그리고 위스키의 공통점은 발효식품이라는 것 외에도 한 가지가 더 있으니 사진을 찍을 때 웃는 얼굴을 만드는 단어라는 점이다.

김치류를 뜻하는 최초의 단어는 약 3천 년 전 중국문헌 시경의 저(菹)를 들 수 있는데 이는 오이를 이용한 채소절임을 뜻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15세기 후반 당나라의 시인 두보의 시를 우리말로 옮긴 ‘두보언해’에는 ‘저(菹)’를 ‘디히’로 번역하고 있어 중국어와는 별개로 절임채소를 뜻하는 우리 고유의 말이 있었다는 증거로 해석된다.

지금도 김치류를 부르는 우리말에는 ‘지’의 흔적이 남아 있으니 오이지, 석박지, 짠지 등의 단어가 그것이며 아직 구개음화가 일어나지 않은 평안도 방언에 ‘오이디, 짠디’라는 말이 남아 있음을 ‘디히’라는 어원을 연관 짓기도 하는데 16세기의 한 문헌에서 오늘날의 장아찌를 ‘장앳디히’로 표기하고 있음 또한 이 같은 이론을 뒷받침하고 있다.

조선 중종 13년의 기록에 ‘쉰무우 딤채국’이라는 이름이 나오고 1600년대의 문헌 ‘주방’에서는 가지 등의 야채를 간장 등의 양념을 해 담근 것을 ‘야지히’라고 기록하면서 침채(沈菜)라는 말이 등장하는데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사용되었던 침채는 아마도 소금에 절인 채소류에서 국물이 배어나와 그 속에 잠기게 되는 김치 담그는 방식을 한자어로 표현한 것으로 생각된다.

‘훈몽자회’에서 저(菹)를 일컬어 ‘딤채 조’라 하였으니 이후 딤채가 구개음화 과정을 거쳐 김채, 짐치, 김치로 바뀌었을 것이라는 것이 김치의 어원에 대한 국내파들의 견해이다.

그런가 하면 소금으로 절인 야채를 뜻하는 또 다른 한자어인 ‘함채(鹹菜)’의 중국식 발음인 함차이(Hahm Tasy) 또는 감차이 (Kahm Tasy)가 우리말로 옮겨오는 과정에서 김치(Kimchi)로 발음되었다는 견해도 있으니 고추가 들어오기 이전의 김치는 어떤 형태로든 중국의 영향을 받았을 것임을 짐작하게 한다.

김치에 고추를 넣은 기록은 1827년 ‘임원십육지’에서 발견되는데 글쓴이는 ‘산초와 함께 고추를 넣은 김치를 먹으니 봄이 온 듯하다.’고 기록하였다. 이 무렵부터 산초 대신 사용된 고추는 가루가 아닌 통고추나 고춧잎 등을 사용했고 오늘날처럼 고춧가루를 쓴 것은 이보다 뒤의 일이다.

요즘 우리가 즐겨 먹는 통배추 김치는 궁중에서 값비싼 재료를 버무려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속을 넣어 만들어 먹던 김치가 양반가문을 통해 민간으로까지 전파된 것이다.

1924년에 발행된 한 일간지의 기사에 따르면 김치로는 대궐 안의 김치가 으뜸이고 궐내에 출입하는 대관집의 것이 다음인데 민유식, 윤덕영, 박영효 대감 집의 김치가 맛이 좋다고 했으니 오늘날 너도나도 갖은 양념에 버무린 배추김치를 먹을 수 있게 된 것은 시대를 잘 타고 태어난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배추김치와 더불어 빼놓을 수 없는 대표김치인 깍두기는 정조임금의 딸인 숙선옹주가 개발해 정조로부터 칭찬을 받았고 이로 인해 여염집까지 전파되었다는 구전이 1940년에 홍선표가 쓴 ‘조선요리학’에 기록되어 있으나 1920년대 이전의 문헌에 깍두기라는 단어가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다지 신빙성이 없어 보인다.

판소리 춘향전에는 거지 행색을 한 이몽룡이 변사또의 잔치에 참석해 밥상을 받는 장면에서 “개다리 소반에 담은 콩나물, 깍두기, 막걸리 한 사발 놓은 상을 발길로 걷어 차 던지며...”라는 대목이 나오니 깍두기는 아마도 양반의 음식은 아니었음을 능히 짐작하게 한다.

깍두기는 무김치를 담그거나 조리에 쓰고 남는 무 조각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놀이 등에서 적당히 끼워 주는 사람을 ‘깍두기’라 부르기도 하니 배추김치에 비해서는 이래저래 홀대받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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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기 2016-01-27 19:06:26
원장님, 깍두기가 쓰고 남은 무조각으로 만들었다면, 통무우를 굵게 몇조각으로 썰어서 배추와 함께 만들었던 김장김치의 백미 동치미는 어떻습니까? 한겨울에 바깢 날씨가 아무리 추워도 부서진 얼음이 몇조각 둥둥 떠다니는 동치미는 빠질 수가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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