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의 눈] 효자 이야기
[시민기자의 눈] 효자 이야기
  • 홍경석
  • 승인 2016.02.03 15: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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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경석수필가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굿모닝충청 홍경석 수필가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야근은 참 힘들다. 잠을 못 자는 까닭에 아침에 퇴근하자면 묵직한 피로감이 오른쪽 어깨에 맨 가방 안으로까지 그 피곤의 더께가 분산된다. 깜빡깜빡한 눈을 겨우 떠 지하철에서 내려 시내버스로 환승코자 중앙로 역으로 나와 지상으로 올라왔다.

저만치 보이는 정류장 역시 안개가 낀 듯 희끄무레하여 잘 안 보였다. 그렇게 터벅터벅 걸어가노라니 누군가 손을 번쩍 들며 나를 맞았다. “홍 부장~ 어디 가는 겨?” 유심히 살펴보니 예전 언론사에서 같이 근무했던 B형이었다.

"어? 형~! 형은 어디 가셔유?" “응, 주말엔 노모를 뵈려고 항상 서울의 본가에 가잖아.” “아~! 역시 형은 효자셔유.” 2번 급행버스가 냉큼 왔다. 우린 그 버스에 올라서도 환담을 멈출 수 없었다. “근디 책은 언제 나오는 겨?”

대전에서 생활한 지도 꽤 오래된 덕분에(?) 시나브로 충청도 말씨에까지 ‘감염된’ B형이 더욱 살가웠다. “아이구~ 말씀 마셔유. 또 연기돼서 일주일 후로 연기됐슈.” “하기야 책을 낸다는 게 아무나 하는 일이간디.”

“그나저나 어머님 건강은 어떠셔유?” “노인양반들이야 늘 그렇지 뭐.” 책이 나오는 즉시 출간기념회를 하자고 거듭 약속한 뒤 내가 먼저 복합터미널에서 하차했다. “잘 다녀오셔유~” “그려, 고마워. 동생도 책 나오면 대박치길 나도 응원할 게.”

“고마워유!”

지금껏 거론한 B형은 효자(孝子)다. 그래서 말인데 내 주변 사람들은 하나같이 다 효자들이다. 출근하면 늘 뵙는 J형 또한 마찬가지다. 심지어 장모님께는 30년 가까이 매달 용돈을 보내드리고 있다니 말 다 했다.

고향 천안의 죽마고우인 D친구 또한 매한가지다. 작년 말 아버님을 여의고 어머니만 계시는데 친구가 평소에 쏟는 눅진한 효심(孝心)은 정말이지 심청이도 울고 갈 정도다. 반면 나는 효도를 하고자 해도 대상이 안 계시어 유감이다.

어머니는 나의 생후 첫 돌 즈음 ‘증발’되었다. 술로 세상을 조롱했던 아버지 또한 오십도 못 채우고 영면하셨다. 하여 돈이라도 잘 벌면 장모님께 효도라도 할 터인데 그놈의 돈은 나만 유독 그렇게 비켜가고 있으니 그게 문제다.

하지만 사람 팔자는 시간문제라고 했다. 책이 발간되어 잘 팔린다면 그깟 효도 또한 시간문제인 때문이다. 인세가 입금되는 즉시 인출하여 처갓집을 찾으리라. 그리곤 “어머님, 이거 용돈으로 쓰십쇼!”라면서 빳빳한 신사임당 지폐 스무 장을 봉투에 담아 드리고 싶다.

“저울의 한 쪽 편에 세계를 실어 놓고, 다른 쪽 편에는 나의 어머니를 실어 놓는다면 세계의 편이 훨씬 가벼울 것이다”는 말이 있다. 맞는 말이다. 지인들의 어머니와 아버지들께서 모두 무병장수하시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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