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칼럼] 몰입과 기억의 관계성
[리더십 칼럼] 몰입과 기억의 관계성
  • 서상윤
  • 승인 2016.02.05 13: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서상윤 Talk~톡 스피치 대표 한국교육콘텐츠개발협회 회장

[굿모닝충청 서상윤 Talk~톡 스피치 대표] ‘적어야 산다’ 라는 적자생존의 용어가 가끔 회자되곤 한다. 생각하던 것을 잊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미있는 것은 나이가 들면서 점점 적자생존의 문구도 색이 바래지고 있다.

며칠 전 지인들이 여행을 가기 위해 집결했는데 필요한 것들을 챙기지 못하고 그냥 왔다며 투덜대기 시작했다. 필요한 것을 이것저것 적어 놓았는데 집을 떠날 때는 정작 챙겨 놓고도 그냥 두고 오거나 적어 놓은 사실 자체를 잊어먹는 경우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면서 기억력이 점점 감퇴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누구나 그런 상황을 접하게 되면 ‘아~ 나도 이젠 늙어가고 있구나!’ 라는 서글픈 생각이 들것이다. 그러나 이것을 생리적인 현상으로 당연히 받아들이기에는 인생이 너무 아깝다.

그렇다면 이런 현상을 늦출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필자는 의사가 아니기 때문에 의학적으로 풀 수 있는 방법은 모른다. 하지만 우리 뇌에 오랫동안 기억이 남아있게 하는 방법은 알고 있다. 그것은 ‘몰입’을 통해 우리 뇌에 각인시키는 것이다. 어떤 대상에 몰입한다는 것은 그것에 깊은 관심을 갖는다는 것을 말한다. 그 대상이 좋아서 몰입할 수도 있고 혹은 가치 있는 것으로 여겨 몰입이 일어날 수도 있다.

놀이터에서 뛰노는 아이들을 보면 몰입의 상태를 보여준다. 한여름에는 땀을 뻘뻘 흘리고 한겨울에는 손과 발이 꽁꽁 얼어붙어도 지칠 줄 모르고 뛰논다. 그들은 놀이를 통해 즐거움을 추구하는 것 외에 다른 목적이 없기 때문이다. 한 동안 ‘일을 놀이처럼 하라’는 얘기가 회자됐는데 이는 놀이에 몰입돼 즐겁게 뛰노는 아이들처럼 일을 하라는 의미였다.

그런데 살다보면 어느 것에 몰입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몰입은 그것이 즐겁거나 가치가 크거나 절체절명의 순간을 벗어나고자 할 때 일어나기 때문이다. 갓 태어 난 아기가 엄마 젖을 물고 빠는 힘은 굉장하다고 한다. 모 방송국 프로그램에서 실험해 본 결과 성인의 악력(握力)보다 훨씬 강하더라는 것이다. 학자들은 갓난아이가 젖을 물고 빠는 것은 생존을 위한 절체절명의 행동이라고 지적한다. 본능적으로 살아남아야 한다는 일념에 몰입되어 있기 때문에 엄청난 에너지를 쏟는 다는 것이다.

며칠 전 필자가 겨울여행을 하면서 문득 차창 밖 눈 덮인 야산을 보니 어렸을 적 날짐승을 잡기 위해 약을 놓고 새총을 쏘던 즐거운 기억이 떠올랐다. 그런데 오랜 군 생활을 통해 눈 덮인 야산에서 수많은 훈련을 받았지만 그것들은 잘 떠오르지 않았다. 몰입을 한다는 것은 능동적으로 행동할 때 가능하며 본인의 의지가 아닌 어쩔 수 없이 하는 상황이라면 그 기억은 오래 가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톨스토이 격언 중에 당신에게 가장 소중한 시간은?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사람은?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이냐고 질문을 했다. 그리고 그 답은 바로 지금 바로 옆에 있는 사람, 지금 하고 있는 일이라고 했다.

만약 지난 10년 동안 과거를 후회하면서 그 속에서 살았다면 내 몸은 현재에 있었지만 마음은 현재에 없었다고 볼 수 있다. 반대로 앞날에 벌어질 일을 미리 당겨서 걱정하고 불안 해 하며 10년을 보냈다면 그 역시 내 마음은 현실에 없었다고 볼 수 있다. 마음이 현재에 있지 않았던 시간들, 그건 살아도 산 것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 여기에서, 하고 있는 일에 몰입해야 비로소 자신의 삶을 온전하게 체험할 수 있다.

몰입을 하게 되면 뇌는 그 장면을 사진 찍듯 생생하게 찍는다. 그리고 몰입을 할수록 그 순간 기억의 스냅 샷이 자주 찍힌다. 단위시간 당 기억하는 장면이 많아지는 것이다. 즉 마음의 시간이 길어지는 것이다. 마음의 시간이 길어지면 나이가 들더라도 시간이 빨리 지나간 것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나이와 시간은 비례한다는 통념을 깰 수 있다.

‘몰입체감의 법칙’이 있다. 사람은 성장하면서 점차적으로 몰입이 체감하는 과정을 겪게 된다는 논리이다. 아이 때에는 모든 것에 쉽게 몰입되지만 아이들이 놀이터를 벗어나는 순간 즉 학교를 들어가고 직장을 잡고 결혼을 하게 되면서 몰입하는 것이 점차 힘들어진다. 왜냐하면 멀티테스킹(multi-tasking)을 해야 하는 상황이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여기저기 신경 쓰이는 것이 많고 주의가 사방으로 분산되니까 기억의 스냅 샷도 띄엄띄엄 찍히게 된다. 찍은 사진이 몇 장 안 되니까 금방 재생이 끝난다. 그렇기 때문에 가능하면 멀티태스킹을 줄이고 주변의 방해를 받지 않고 한 번에 한 가지씩 현재 하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적어도 하루의 일정한 시간만큼은 멀티태스킹에서 벗어나 온전하게 기억의 스냅 샷을 회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야 몰입할 수 있고 그것이 온전하게 뇌에 저장되면서 마음의 시간도 길어지게 된다. 마음의 시간이 길어지면 우리의 노년도 매우 풍요로운 삶이 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굿모닝충청(일반주간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0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다 01283
  • 등록일 : 2012-07-01
  • 발행일 : 2012-07-01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창간일 : 2012년 7월 1일
  • 굿모닝충청(인터넷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7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아00326
  • 등록일 : 2019-02-26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굿모닝충청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굿모닝충청.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mcc@goodmorningcc.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