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유권자들을 54일 간이나 볼모로 삼았나
누가 유권자들을 54일 간이나 볼모로 삼았나
  • 이호영 기자
  • 승인 2016.02.23 18: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호영 정치팀장

[굿모닝충청 이호영 기자] 김무성·김종인 여야 대표가 23일 정의화 국회의장 주재 회동을 갖고 제20대 총선 지역구 수를 253석으로 최종 합의했다. 법정 선거구가 사라진지 54일, 총선은 불과 50일 앞둔 상황에서 이루어진 일이다. 선거구 획정안은 오는 29일 본회의에서 처리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여야는 지난해 12월 31일까지 선거구 획정안이 국회에 제출했어야 하지만 정부의 노동개혁·경제활성화법 통과를 위해 선거구 획정안을 볼모로 지루한 공방전을 펼치면서 결국 두 달 가까이 전국의 선거구가 사라지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당초 헌법재판소는 2014년 10월 현행 국회의원 선거구의 인구편차를 최대 3대 1로 정해놓은 공직선거법 25조 2항에 대해 헌법 불일치 결정을 내리고 지난해 12월까지 유예를 줬지만, 그동안 국회는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오히려 곧 할 듯 말 듯 성과 없는 회동 횟수만 늘려가면서 예비후보들의 발을 묶어놓고 경선 국면을 ‘현역’들에게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한 꼼수를 쓰고 있다는 의혹만 난무했다.

다행히 여야 대표가 이날 지역별 인구편차를 14만~28만 명에 맞추기로 함에 따라 대전과 충남에서 각 1석씩 선거구를 증설돼 충청권 표의 등가성과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발생한 불공정 선거운동에 따른 정치신인들의 피해와 국민들의 주권 침해에 대해서는 분명한 책임소재를 가려야 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책임은 선거구 획정에 대한 의무를 방기한 ‘역대 최악’ 19대 국회 의원들이 져야할 것이다.

그동안 선거구 조정이 예상되는 지역에 출마하는 정치 신인들은 현역 의원들이 ‘배지’를 달고 의정보고회다 뭐다 거침없이 활보하는 동안 지역구와 유권자도 없이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제한적인 선거운동만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유권자인 국민들 역시 누가 지역과 국가를 위한 일꾼으로 적합한지 살펴볼 기회마저 빼앗겨왔다. 대의민주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피선거권 제한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이날 분구가 사실상 확정된 대전 유성에서는 현역의원을 제외한 14명, 충남 천안에서는 현역을 제외한 16명, 아산에서도 6명의 예비후보들이 지난해 12월 15일부터 70일 동안 선거구가 없는 운동장에서 깜깜이 경기를 펼쳐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유권자들 역시 70일이나 되는 소중한 시간 동안 누가 자기 지역의 예비후보인지 몰라 사실상 무관심으로 일관할 수밖에 없었다.

비례대표를 줄여 지역구를 7석 늘리는 꼼수도 문제다. 사실상 인구 하한을 충족하지 못하는 농어촌 지역구 현역 의원들의 기득권을 지켜주는 특혜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여야 대표 합의 발표가 있자마자 시민단체에서는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의 불공정한 선거제도 개악은 기득권을 공고히 하고 선거의 불공정성을 확대한 행위” 라고 맹비난했다. 19대 국회가 20대 국회의 비례성과 대표성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또한 비례대표가 축소되면 소수정당의 원내진입도 제한될 수밖에 없다. 득표율에 따른 당별 배분이 줄어들면서 상대적으로 지역구에서 열악한 소수정당이 가져갈 수 있는 의석수도 축소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후보투표와 함께 비례대표 선출을 위한 정당투표를 동시에 실시한다. 후보와 지지 정당은 별개인 만큼 이것도 역시 유권자의 선택권이 제한당하는 것이다.

아울러 청년, 여성, 다문화, 노동자, 중소상인 등 기존 정당에 포함될 수 있었던 다양한 계층의 비례대표도 결국 축소될 것이 자명하다.

이런 일들이 모두 국민적 동의 없이 대한민국 제19대 국회에서 293명의 국회의원들이 벌인 것이다. 개중에 ‘나는 아니다’고 주장할 수도 있겠지만 결과 자체를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제 이에 대한 심판은 며칠 남지 않은 4월 13일 제20대 총선 투표권을 가진 유권자들의 몫으로 돌아왔다. 더 이상 19대와 같은 국회가 생기지 않기를 기대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굿모닝충청(일반주간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0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다 01283
  • 등록일 : 2012-07-01
  • 발행일 : 2012-07-01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창간일 : 2012년 7월 1일
  • 굿모닝충청(인터넷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7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아00326
  • 등록일 : 2019-02-26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굿모닝충청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굿모닝충청.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mcc@goodmorningcc.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