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으로 기억하는 방식, 1인 시위입니다
몸으로 기억하는 방식, 1인 시위입니다
스토리밥 작가 협동조합-굿모닝충청 세월호 공동기획 ‘숨쉬는 4.16’ (20) 2015. 2월
  • 스토리밥 작가 협동조합
  • 승인 2016.02.26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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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스토리밥 작가 협동조합] 죽음의 순간에도 삶은 탄생한다. 죽음을 목격하면서 얻은 삶이기에 그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2014년 4월 16일, 그녀의 뱃속에서 새생명이 태어났다. 제주섬을 밟지 못한 채 진도 앞 바다에서 푸른 청춘들이 숨진 그 날이었다. 죽음을 통해 삶을 배운다고 했던가. 정서희 씨가 당진버스터미널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한 것은 그들의 죽음이 눈에 밟혔기 때문이다.

“세월호 1인 시위를 시작한 서울의 오지숙 씨 소식을 페이스북을 통해 보면서 많은 걸 느꼈어요. 저는 아이를 낳은 지 얼마 안 되었다는 핑계로 자기 합리화를 하면서 가만히 있었는데 마음이 괴롭더라구요. 스스로 양심에 가책을 느끼게 되면서 나오게 됐죠. 제가 처음 나온 게 막내가 5개월 차 되던 때였어요. 8월 29일에 처음 당진 버스터미널 앞에 섰죠. 엄마들 모임하는 인터넷 카페에 글을 올렸어요. 제가 나가고 싶은데 같이 해주실 분 없냐고 했죠. 사실 혼자 서기에 겁이 나기도 했거든요. 시간이 지나면서 한 두명씩 참여하는 분들이 늘었구요. 음료수랑 빵을 사주면서 격려하는 분들도 생겼어요.”

거리에 나서는 용기
당진에서 매일같이 1인 시위를 하는 이들이 있다고 해서 스토리밥 작가협동조합 소속 작가가 취재를 갔다. 정서희 씨 아이들이 아직 어리기 때문에 집에서 얘기를 나누기로 했다. 집에 들어선 순간 눈에 들어온 것은 베란다에 걸어놓은 노란 현수막. 세월호를 잊지 않겠다는 구호가 적힌 작은 현수막 이었다. 세월호 관련 현수막을 아파트 베란다에 걸어놓은 것은 잊지 않겠다는 다짐이자 더불어 많은 이들이 기억했으면 하는 소망이었을 것이다.

당진버스터미널 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가는 분들은 10명이 되지 않는다. 그들은 번갈아가면서 1인 시위 릴레이를 벌이고 있다.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주 5일제 근무와 같은 의무감으로 그들은 피켓을 들고 노란리본을 나눠주고 있다. 인터뷰에 함께 한 이들은 1인 시위를 처음 시작한 정서희씨를 비롯해 유내영, 박은희 씨 세 사람이다. 다소 늦게 합류한 유내영씨도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고민을 많이 했다고 한다.

“저는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 낯설어 하는 편인데요. 처음에 나갈 때 굉장히 고민을 했어요. 하지만 유가족들이 비 오는 날 행진하는 것을 보면서 용기를 냈죠. 처음에는 사람들의 반응이나 시선이 안타깝기도 하고 밉기도 했죠. 시선을 보면 느껴지잖아요. 저 사람이 관심을 갖고 있는지, 아니면 딴지를 걸고 싶은지 느낌이 있거든요  그런데 무관심이 제일 마음 아픈 것 같아요. 다른 사람들도 그게 제일 힘들다고 하더라고요”

대학시절 문학 공부를 한 박은희씨는 지난해 5월부터 1인 시위에 동참을 했다.
“제가 처음 피켓을 든 게 지난해 5월 7일이었어요. 그동안에도 참혹함이나 부끄러움을 느끼고 있었는데요. 정서희 씨가 시위에 나서게 된 동기나 마음들을 전해 들으면서 충격적으로 받아들였어요. 처음에는 몰랐던 사이였지만 시위에 함께 나서면서 지금은 마음을 나누고 있죠”

세월호 사고를 통해 스스로 변했다고 생각하는 이들의 공통점은 자신의 삶이 세월호 사고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말한다. 일상에 매몰되어 평범하게 살아온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아이 엄마는 아이를 키우고 살림을 하는 게 소중했다. 직장에 다니는 직장인은 꼬박꼬박 월급받고 승진하는 일에 기뻐하고 즐거워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 그 행복과 즐거움의 한켠에서 “왜, 학생들을 구하지 못했을까?” 라는 의문을 갖게 되었고, 정부의 무능과 언론의 왜곡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정서희 씨도 마찬가지였다.

“저는 정치적 상황이나 사회현실에 관심이 전혀 없었어요. 집에서 애를 보고 있었고, 아이들 친구 엄마 만나서 수다 떠는 게 대부분이었어요. 세월호 사고 이후 제 삶에 큰 변화가 일어난 건 분명합니다. 그때부터 전태일 평전도 읽어봤고, 우리나라 역사의 참혹함을 알게 됐죠. 그러면서 무관심이 또다른 상처를 만들 수 있다는 것도 깨닫게 됐어요. 더 나아가 연대라는 것도 알게 됐던 것 같아요. 세월호 시위 활동을 하다가  다른 지역에서 1인 시위 하는 분들 만나면 다른 어떤 사람보다 더욱 끈끈한 감정을 느끼게 되요. 그런 게 연대가 아닌가 싶어요. 서울에 백화점 앞에 간 적이 있었는데 고공농성하신 분을 처음 봤어요. 그 분들을 보면서 안타까운 느낌이 들더라구요. 제가 세월호 1인 시위를 하면서 많이 울었거든요.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경험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생각을 갖게 되면서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고 봅니다”

 

   
   
 

무관심은 또 다른 상처를 만든다
당진에서 1인 시위에 참여하는 분들은 정서희 씨를 통해 처음 인연을 맺는 이들도 있었지만 지역사회에서 교감을 나눈 이들도 있었다. 그들을 더욱 끈끈한 연대의 관계로 맺게 한 것이 1인 시위였다. 박은희 씨는 아들과 함께 참여한 세월호 시위를 통해 이런 생각을 갖게 되었다고 전했다.

“저는 아들의 얘기가 기억이 남더라고요. 아들과 함께 참석한 유가족 간담회를 끝내고 나서 화장실에서 마주쳤는데 이 아이가 울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라고 질문을 했어요. 너무 무기력하다는 생각과 동시에 이런 일들이 너무 빨리 잊혀지고 있다는 게 무섭기도 했죠. 그래서 저는 아들과 같이 1인 시위를 하고 있어요. 아들의 경우에는 어쩌면 길 찾기의 과정이 아니었나 이런 생각도 듭니다. 청소년들이 갖는 사회의 위치라는 게 정말 별 볼일이 없구나. 어른도 아니고 중간에 끼어서 하라는 대로만 해야 하는 또래의 친구들이 죽었다는 생각에 수많은 질문을 갖게 된거죠. 아들의 시위 참여는 그런 것에 대한 물음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던 것 같아요. 내가 내 방식대로 기억할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찾아가고 질문을 던지고 또 환기시키고 이런 것들로 1인 시위를 했던 것 같아요. 사회가 우리에게, 아이들에게, 또 청소년들에게 어떤 짓을 했는지 기억하고 잊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으로 1인 시위를 하고 있죠.”

인터뷰 하는 도중에 많은 이들이 세월호를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했다. 어떤 이는 바느질 하는 솜씨로 아이들의 꿈을 인형으로 만들고 있고, 어떤 이는 목공 실력으로 나무에 세월호 문구를 새기기도 한다. 그들이 하는 활동의 공통점은 세월호 사고를 잊지 말자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녀들을 키우는 엄마와 아빠들이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거리로 나서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서희 씨는 외면할 수 없는 삶 때문이라고 말한다.
 

“너무 어이가 없는 사고였고 젊은 학생들이었잖아요. 저도 아이를 가진 부모이기 때문에 그 심정을 짐작할 수는 있을 것 같아요. 우리가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했던 일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이것은 국가가 나서서 해결을 해줘야 할 일인데 아직까지 질질 끌고 있다는 것은 뭔가 큰 문제가 있다는 반증이 아닌가 싶어요. 진실이 밝혀지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가끔 들 때도 있지만요. 그래서 더욱 제가 잊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쨌거나 그들의 삶이 송두리째 뺏긴 거잖아요. 동시대에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외면을 못하겠더라고요. 어떤 사람은 너무 아파서 외면한다고 하는데 저는 그게 더 괴로웠고. 이게 평생 생각이 날 것 같아요”

박은희씨는 단순한 사고와 참사를 넘어서 엄청난 학살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을 했다.
“저는 사고를 보면서 참사가 아니라 학살이 아닐까 생각을 해요. 이런 생각이 더욱 확고해지고 있다는 느낌도 갖게 되구요. 사실 논란이 되고 있는 위안부 같은 경우에도 굉장한 학살수준의 상처라고 할 수 있잖아요. 이건 남의 나라에 의해서 저질러 진 거 잖아요. 그런데 세월호는 우리나라 정부가 구조를 안 해서 죽은 겁니다. 구조를 안했다는 자료들이 계속 나오잖아요. 그런 측면에서는 학살의 성격을 갖고 있는 사고라고 할 수 있죠. 저희는 끝까지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행동하겠다는 의지는 있거든요. 그래서 그때까지 행동을 하려고 합니다”

유내영씨 또한 80년대 광주의 엄청난 비극이 떠오른다며 진실규명에 목소리를 높였다.
“물론 다른 측면이 있기는 하지만 학교 다닐 때 광주에 가서 느꼈던 심정하고 비슷한 것 같아요. 무섭기도 하고 가슴에 와 닿는 섬뜩함이 있었던 것 같아요. 대규모로 짜여졌거나 의도된 것들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더욱 아프더라구요 그래서 꼭 진실을 밝혀야 된다는 생각을 하는거죠”

우리사회의 안전불감증과 망각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노란리본과 연대에 대해서도 화제를 이어갔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에 삶의 변화와 인식의 변화에 대한 생각이 밀려왔다. 나와 전혀 관계가 없을 것 같은 사건 사고가 내 삶의 중요한 자리에 들어오면서 마음과 태도는 달라진다. 사고와 사건이 타인의 상처가 아니라 내가 아파야 할 나의 상처라는 생각을 갖는 순간, 세상의 아픔은 공유해야만 하는 당위성으로 다가온다. 세월호 참사를 잊지 말자며 피켓을 드는 엄마들의 마음이 그럴 것이다. 안산에서 서울에서 팽목에서 대전에서, 그리고 서해안 당진에 사는 사람들의 마음이 이어질 때 진실규명의 목소리는 결코 가라앉지 않을 것이다.

그녀들은 시위를 끝내고 난 뒤 인터넷 카페에 자잘한 후기와 느낌을 적어놓는다. 그 일부를 옮기는 것으로 세월호를 기억하는 당진 사람들의 인터뷰 글을 맺는다. 그들은 내일도 다시 거리를 나설 것이다. 곁에 사람들이 있어 외롭지 않을 것이다.

1인 시위의 후기를 남기며 
“설 연휴를 마치고 다시 피켓을 들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유가족들이 생각납니다. 얼마나 그립고 보고 싶을까. 짐작조차 할 수 없는 그 슬픔에 목이 멥니다. 새로운 한해를 축복하며 둘러앉아 먹던 떡국도, 다소곳한 세배도, 따뜻한 덕담도, 얼마나 그리울까요. 세뱃돈 받고 환하게 웃는 아이들의 모습이 얼마나 보고 싶을까요. 얼마나 안고 싶을까요.”

“인상은 무서운데 찬찬히 피켓 보다가 핸드폰에 노란리본 고리 단 아저씨. 피켓을 다 보고 가다가 다시 되돌아와 한개 더 집어가시네요”

“함께 가는 친구들이 있어서 참 좋다. 지역 여러 곳에서 같은 마음으로 1인 시위하는 동지들 덕분에 오늘도 힘을 얻는다”

“단원고 교실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의자에 앉아 있을 아이들, 떠들썩해야 하는 복도, 여기저기서 농구, 축구하느라 뛰어다녀야 할 운동장, 그곳엔 꽃과 사진과 간절한 메모들이 가득하다. 이 많은 아이들 선생님들이 별이 됐는데, 이 나라는 도대체 뭐가 무서워서 진실을 감추려고 하고, 현장을 치우려고 하는지, 미치겠다”

“머리를 숙이고 기도했다. 진실은 꼭 밝혀질 것이지요. 역사를 보면 그렇더라구요. 근데 제발 이번 진실은 빨리 밝혀주세요. 아직도 차가운 바다에 있는 선생님들 아이들 엄마 아빠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게 해주세요. 단원고 교실이 역사속으로 사라지지 않도록 해주세요. 제발요”

“확실히 어른들보다는 청소년들과 아이들이 관심을 많이 갖는 것 같아요. 피켓도 읽고, 리본도 가져가고, 친구들 가방에 달아주고, 눈 마주치면 살짝 웃어주고... 이 아이들이 편견이나 선입견 없이 세상을 마주하길, 투명하게 분노할 줄 알고 이웃과 손잡을 줄 아는 어른으로 자라길 바래봅니다”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당진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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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희 2017-01-09 22:11:42
감사합니다
기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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