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장 필리버스터, ‘제2의 노무현’ 만드나
역대 최장 필리버스터, ‘제2의 노무현’ 만드나
김광진·은수미 등 일약 스타덤… 신경민·정청래 등 중진도 무게감 더해
  • 배다솜 기자
  • 승인 2016.02.28 17: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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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제5공화국 청문회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

[굿모닝충청 배다솜 기자] “절대 권력을 갖고 있는 권부에는 5년 동안 34억 5000만원을 널름널름 갖다 주면서 내 공장에서 내 돈 벌어주려고 일하다가 죽은 노동자에 대해서는 4000만원, 8000만원을 주냐를 갖고 그렇게 싸워야 합니까? 그것이 인도적입니까? 그게 기업이 할 일입니까? 답변하십시오.”

1988년 제5공화국 청문회에서 당시 신참 국회의원이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5공 주요 인사들에게 쏘아붙인 말이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당선 후 전두환 전 대통령 시절의 비리나 5공의 암흑 정치 등에 대한 청문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노 전 대통령은 전두환 전 대통령을 비롯해 허삼수, 허화평, 장세동 씨 등 당대 국가의 막강한 권력에 날카로운 질문을 쏟아냈다. 청문회는 전국에 TV로 생중계됐고, 노무현 이라는 이름이 국민들에게 각인되며 그는 일약 청문회 스타로 떠올랐다. 이를 계기로 제16대 대한민국 대통령에 당선된다.

최근 야당이 테러방지법을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엿새째 이어오면서 전국적으로 인지도가 높지 않던 몇몇 국회의원들이 크게 각광받으며 5공 청문회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에 비유될 정도로 널리 회자되고 있다.

지난 23일 오후 7시쯤부터 김광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발언으로 시작된 필리버스터는 문병호(국민의당), 은수미(더민주), 박원석(정의당), 유승희·최민희(더민주), 김제남(정의당), 신경민·강기정·김경협(더민주), 서기호(정의당), 김현·김용익·배재정·전순옥·추미애·정청래·진선미·최규성·오제세·박혜자(더민주), 권은희(국민의당), 이학영(더민주) 의원으로 이어져 현재 110시간을 넘어섰다.

필리버스터에 참여한 의들은 연단에 오르는 족족 신기록을 세워가며 더욱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처음 발언대에 오른 김광진 의원은 5시간 34분 동안 발언하며 김대중 전 대통령의 5시간 19분 필리버스터 기록을 경신하고 국내 본회의 최장 기록을 세웠다. 그는 필리버스터가 결정된 직후 자료를 준비할 시간도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장시간 연설을 진행해 뒤이어 발언할 의원들의 자료 준비 시간을 벌어줬다는 평을 받았다.

이어 3번째 주자로 나선 은수미 의원은 10시간 18분으로 신민당 박한상 전 의원이 상임위 회의에서 기록한 10시간 15분, 미국 상원의원 버니 샌더스의 8시간 34분을 넘어섰다.

은 의원은 “같이 밤을 샌다고 생각해 달라”고 발언을 시작해 “국민은 밥만 먹고 사는 존재가 아니다. 헌법 상 표현의 자유가 있어야 하고, 어떤 억압에서도 자유로워야 한다”고 외쳤다.

또 새누리당 김용남 의원이 “그런다고 공천 못 받아요”라고 소리쳐 장내 소란은 물론 온·오프라인에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은 의원은 공개적으로 사과를 요구한 후 발언을 이어갔고, 초선 비례대표 의원으로 인지도가 낮았던 은 의원은 전국적인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뿐만 아니라 이후 은 의원실은 “후원금 통장정리를 하러 갔더니 8개의 통장이 정리됐다. 2500건이 넘어 총 액수 집계도 어려운 상황이고, 아직도 계좌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25일 오후 8시 56분부터 필리버스터 발언에 들어간 강기정 의원은 국회선진화법이 시행되기 전 미국산 소고기 파동 등을 언급하며 눈물을 흘렸다.

강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의 현역 컷오프에 해당돼 공천에서 배제된 상황에서 필리버스터를 이어가 국민들의 관심을 받았다. 그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며 총 5시간 4분 동안의 필리버스터를 마무리했다. 강 의원은 특유의 목소리와 강건한 발언 모습으로 목사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으며, Holy(신성한)+ -buster(필리버스터)의 합성어인 홀리버스터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냈다.

강 의원의 ‘눈물’의 필리버스터에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자신의 트위터에 “광주가 어려울 때 끝까지 당을 지켰던 사람답다”는 응원의 글을 남기기도 했다.

이후 필리버스터에 나선 의원들은 연달아 5시간 이상의 발언을 이어갔고, 김경협 의원의 발언을 마친 후엔 캐나다 신민주당의 단체 필리버스터 기록을 경신했다.

27일 오전 4시 41분 발언에 들어간 정청래 의원은 11시간 39분으로 은 의원의 기록을 넘었다. 현재까지 국내 최장 기록이다.

정 의원은 시작 후 2시간 가량 원고를 거의 보지 않은 상태에서 발언을 이어가 놀라움을 안겨줬으며, 발언 10시간 28분 째 항의하는 말소리가 들리자 “이름이 누구죠? 지금 말씀하시는 분? 헌법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헌법도 모르면 조용히 하십시오” 라고 강경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정 의원에 이어 18번째 주자로 나선 진선미 의원은 지난 대선 때 있었던 국정원 여직원 댓글사건을 언급하며 “박 대통령은 책상을 열 번 쳤다고 한다. 저는 제 가슴을 열 번 치고 싶다”면서 주먹으로 자신의 가슴을 열 번 내려쳤다. 진 의원이 굳은 표정으로 가슴을 내려치는 동영상은 한동안 SNS에 떠돌며 화제가 됐고, 그는 28일 오전 1시 37분 9시간 16분간의 발언을 마쳤다.

현재 이학영 의원이 오후 12시 22시 발언을 시작, 5시간을 돌파하며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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