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 천안=장찬우 기자]"둘 다 천안에서 자라 학교 다닐때 부터 서로 아는 사이였지만 같은 병원에서 태어난 건 몰랐어요."
29살 동갑내기 부부인 김종덕(천안새마을금고 근무)·정은아씨(예그린 한의원 근무).
2011년 연인으로 발전하기 전까지 이들은, 당시 천안 영성동에 있던 이화병원에서 몇 달 차이로 태어난 공통점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우연히 사진 앨범을 보다 같은 병원에서 태어났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결혼해 아이를 가지게 되면 꼭 이화병원에서 아이를 낳자 약속했다.
이 후 이들은 결혼했고 지난 달 14일 밸런타인데이에, 약속대로 이화병원(쌍용동)에서 예쁜 공주님 '서우'를 출산했다.
“이종민 원장님 아직도 계신가요?”
임신한 사실을 알고 이화병원을 찾은 부부는 이종민 원장부터 찾았다.
자신들이 태어났을 때 처음 안겼던 이 원장이 첫 아이 출산을 도와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종덕씨는 8달 만에 태어나 인큐베이터 신세를 져야했고 은아씨는 희귀 혈액형(Rh-)을 가진 친정어머니 때문에 가슴을 졸이며 태어났다.
하지만 서우는 별 탈 없이 건강하게 ‘순풍’ 이 원장 품에 안겼다.
이날 종덕씨와 은아씨, 딸 서우는 이들과 특별한 인연을 가진 이 원장과 함께 가족분만실에서 함박웃음을 지었다.
산후조리 중인 은아씨는 “임신부터 출산까지 편안했다. 우리 부부를 건강하게 태어나게 도와주신 분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놓였다. 가능하다면 둘째도 이 원장님에게 맡기고 싶다. 소중한 인연을 이어가고 싶다”며 밝게 웃었다.
이종민 원장은 “개원한지 30년이 넘었지만 이런 일은 처음이다. 종덕씨가 병원에서 발급해준 출생증을 가지고 와 깜짝 놀랐다. 당시에도 천안에 분만을 하는 산부인과가 여럿 있었는데... 특별한 인연이다. 딸이 들으면 서운하겠지만 은아씨 출산에 더 정성을 쏟은 것 같다”며 감격스러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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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도 몇 번씩 서우를 보러 이화산후조리원에 들린다”는 이 원장은 “서우가 건강하고 예쁘게, 훌륭하게 자라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얼마 전에는 이화병원에서 출산한 한 여성이 며느리와 함께 찾아와 함께 눈물을 흘렸다. 임신 중 불의의 사고로 남편을 잃었던 산모라 잊을 수가 없었다. 몇일 전 문득 '잘 살고 있을까' 생각했는데, 홀로 아들을 키우고 결혼까지 시켜 임신한 며느리와 함께 다시 병원을 찾아 온 것이다. 30년 넘게 한 지역에서 분만을 도운 산부인과 의사로 더 할 수 없는 고마움과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숫자로 본 이화병원
31
1985년 개원해 올해로 31주년을 맞았다.
36,000
한 달 평균 100명의 임부가 이 병원에서 출산해 30년 동안 3만6000여 명이 태어났다.
22
이화병원의 재왕절개 수술 비율은 22%다. 산모 10명중 8명 정도가 자연분만을 한다는 얘기다. WHO(세계보건기구) 권장 비율은 15%다. 이화병원은 WHO 권장비율을 맞추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