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호의 일본철도기행] ③변신의 귀재, 일본이 부럽다
[임영호의 일본철도기행] ③변신의 귀재, 일본이 부럽다
  • 임영호 코레일 상임감사
  • 승인 2016.03.25 09: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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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아침에 음악을 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1번이다. 오늘 동경을 향하여 출발하는 날이다. 2월 23일 6시 51분 하카타역에서 일단 신오사카역으로 가는 열차를 타야한다. JR큐슈 영업구역은 신오사카역까지다. 거기서 동경 행으로 갈아탄다.

복합열차

용산역에서 함께 붙여서 출발하여 익산역에서 분리, 호남선·전라선 갈라서 가는 것처럼 일본에도 복합열차가 있다. 여기 하카타역에서 붙어 가다가 떨어져 하나는 모리오카에서 아키타로, 또 하나는 후쿠시마에서 신죠까지 간다.

열차가 위로 올라갈수록 산과 들은 푸른빛에서 회색빛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나무들은 봄의 소리를 놓치지 않으려고 바람에도 꼼짝 않고 꼿꼿하게 남쪽을 향해 서 있었다.

3시간 쯤 지나자 신오사카역이 나왔다. 일본 신간선이 건설될 때 역도 새로 만들었다. 고속선은 직선이라 선형을 먼저 직선으로 개량해야 한다. 과거의 역은 그대로 놓고 새로운 신간선역은 도시이름에 '신'자를 앞에 붙여서 역명을 지었다. 다만 가고시마 역명만은 가고시마 중앙역이다.

일본 최초의 고속철도 차량

나는 8년 전 쯤 신문기사에서 보았던 신오사카역에서 이루어진 한 은퇴식을 기억한다. 신간선의 시작부터 44년 동안 운행했던 열차에 대한 은퇴 기념식이다. 이 열차의 호칭은 히카리(光)호 0계이다. 수많은 철도 팬 들이 몰려들어 일본의 고도 성장기를 상징하는 명차의 ‘라스트 런’을 배웅했다. 이 열차는 세계 처음으로 시속 200㎞ 이상을 달렸다. ‘라스트 런’ 출발 전에 최초 신간선을 설계했던 분의 아들이 참석했다

그는 이렇게 인사했다 “이 열차는 사라져 버리는 것이 아니다. 단지 역할이 끝나서 당당하게 은퇴해 가는 것이다. 수고했다. 박수로 배웅하고 싶다.” 철도 팬들은 “고마워! 수고했다”고 소리쳤다. 사물에 대하여 감정을 입힐 수 있는 것은 인간의 진심이다. 이 진심이 사물에 혼을 불어 넣어 다시 우리에게 반응한다.

후지산 전경

일본은 섬나라 이지만 산 나라이다. 200m가 넘는 산이 무려 500개나 된다. 그 중 으뜸은 3776m의 후지산이다. 일본지폐 천엔권에 호수에서 바라본 후지산 풍경이 있다. 어느 여행기에서 보니 신오사카에서 1시간 35분 정도 가면 오른편 창가에서 볼 수 있다고 한다. 시간을 쟀다. 1시간 20여분이 지나자 눈발이 세지면서 진눈깨비가 몰아쳤다. 앞이 컴컴했다. 고개를 내밀어 애써 봐도 볼 수가 없었다.

우리 역사에도 후지산이 등장한다. 조선통신사가 임진왜란 후 국교정상화를 위하여 1607년 일본에 간다. 마음은 풍경의 창이다. 처음에는 후지산을 ‘한 덩어리의 큰 돌’로 폄하하다가 하나의 ‘자연’으로, 국교정상화가 이루어지자 ‘신선이 사는 곳’으로 표현했다. 후지산은 일본 최고의 걸작품에는 틀림이 없다.

도시락

일본의 환승은 역 구내에서 이루어진다. 10시 16분 동경 행 신간선에 올랐다. 신오사카역에서 동경역까지의 구간은 JR동해의 영업구간이다. 신간선에 승차하기 전에 ‘에끼벤’으로 불리는 도시락을 샀다. 동경으로 가는 열차는 처음에는 빈자리가 대부분이었으나 먼저 자유석을 채우더니 동경이 가까워지자 특실까지도 거의 만석이 되어갔다.

심바시역

13시 10분, 정시에 동경역에 도착했다. 오늘은 오후 일정이 여유롭다. 동경 심바시로 가서 경전철인 붉은 부리갈매기의 뜻인 '유리카모메'를 탔다. 신바시는 매립하여 조성한 동경의 신도시이다. ‘유리카모메’는 승무원도 운전원도 없는 모노레일이다. 1992년에 건설 되었고 고무차륜으로 달린다. 총 14.7㎞, 역은 16개, 한 량에 정원 20명씩 6량, 최고속도 60키로, 종점까지 31분정도 걸린다. 활동인구가 많은 상업지역이라 특히 출퇴근 시간에 혼잡하다. 하루 10만 명이 이용한다.

유리카메모

위에서 내려다본 동경만은 생각보다 대단히 컸다. 생각이 과거로 흘러갔다. 160년 전만 하더라도 이곳은 갈대밭이었다. 1853년 페리제독이 나타나 함포를 쏘며 통상을 요구했다. 당시 정권은 갈대밭인 이곳에 진지를 쌓고 대항했다. 이 큰 흑선을 본 사무라이들은 너무나 놀랐다. 다음 해인 1854년 하급무사를 중심으로 메이지 유신이라는 혁명을 일으켰다.

흑선

이들의 현실인식과 이상주의, 헌신과 용기로 30년 동안 선진문물을 배우고 익혀 청나라와 러시아와 싸워 이겼고, 조선의 공주 우금치에서 최후의 동학군을 전멸시킨 다음 조선을 합병했다.

당시 조선 대원군은 미 군함이나 프랑스 군함을 물리쳤다고 의기양양했다. 조선은 더욱더 강력한 쇄국정책을 폈다. 기득권을 버리고 나라의 앞날을 생각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거냐?

리처드 도킨스(Rrichard Dawkins, 1941~)는 ‘이기적 유전자’라는 책에서 ‘가장 확실하고 소박한 사실은 인간이란 자기보존을 위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이타적으로 보이는 행동도 결국 자기 개체를 위한 이기적 목적의 발로이다. 냉정한 자기비판만이 생존가능성을 높인다’ 라고 말한다.

대원군의 쇄국정책보다 250년 전에 네덜란드인 박연도, 하멜도 조선에 머물렀다. 그들은 조총기술을 전수해 주었으나 불행하게도 우리는 감흥이 너무 적었다. 조선이란 나라는 꿈을 포기한 나라였던가? 일본의 현실주의가 부럽다. 변신의 귀재다. 누구는 ‘일본은 없다’고 했으나 일본은 엄연히 위대하게 존재한다.

라멘집

도시락으로 점심을 때워서 그런지 출출했다. 역 근처 라면집으로 향했다. 돼지고기 수육이 얹어진 된장국물 라면을 선택했다. 1967년 중학교 1학년 때 처음 라면을 접했다. 처음에는 끓여 먹는 것보다 과자처럼 고소한 맛에 생으로 먹었다. 이후로 라면은 나의 기호식품 1호가 되었고 일주일에 한번은 먹는다. 나는 오랜 친구를 상봉하듯 반가운 마음에 초고속으로 라면 한 그릇을 국물까지도 먹어 치웠다.

라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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