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의 눈] 다시, 봄이 오다
[시민기자의 눈] 다시, 봄이 오다
  • 이희내
  • 승인 2016.03.30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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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내 방송작가, 대전대학교 외래교수

[굿모닝충청 이희내 방송작가, 대전대학교 외래교수] 초록빛 생동감이 가득하고, 자연마다 봄꽃이 찬란한 자태를 자랑하며 다시, 봄이 찾아왔다.

대한민국의 봄꽃 1번지라 불리는 섬진강 하구에 위치한 하동은 해마다 춘삼월이면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매화로 환상적인 풍광을 자랑한다.

특히 4월이 되면 하동의 19번 국도는 화개장터에서 쌍계사까지 이어지는 십리벚꽃길이 펼쳐져 장관을 이루며 대한민국 봄날의 주인공이 되기도 한다. 그렇지만, 정작 이곳 주민들은 ‘꽃’에 취할 겨를이 없다. 특히 주작물인 배와 매실은 꽃 피기 전후로 잔손이 많이 가는 농사라 하루하루가 분주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가을의 풍요를 향해 달리기 시작한 농가의 봄. 그렇지만 한 해를 바라보는 농부의 마음은 그리 밝지만은 않다고 한다. 농산물 수입에 공급과잉까지 겹쳐 애써 땀 흘려도 손에 쥐는 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작년 매실 50킬로의 가격이 운송료와 인건비를 제외하고 300원으로 책정된 한 농부의 정산서를 봤기 때문이다.

화려한 봄꽃의 향연이 가득한 요즘... 하지만 그 풍경 너머로, 한 발 더 들어가면, 그 속엔 땀내 나는 농부의 맨 얼굴이 있다.

농부에게 봄이란, ‘꽃’이 아니라 ‘땀’이다. 하지만 이 봄날, 농촌에서 마주친  농부들의 땀내와 맨 얼굴 그리고 이 땅이 있기에, 농부는 오늘도 희망을 일군다.

하동에서 주로 재배되는 작물은 배와 매실이라고 한다. 그 중에서도 배는 약 치는 작업만 6번에, 전정 작업부터 꽃눈 정리 작업까지 일일이 사람의 손길을 요하는, 품이 많이 드는 작물이다. 오죽하면 백 번의 손길이 간다고 해서 과일 이름도 ‘배’라고 지었다는 우스갯소리가 생겼을까 싶기도 하다. 그런데 최근, 이 배나무를 베어내거나 농장을 폐원하는 농가가 속출하고 있다고 한다. 과잉생산으로 인해 배 값이 폭락하면서 농사를 지으면 지을수록 빚이 늘어나는 농가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매실 역시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농산물 값은 떨어지는데 생산비는 오르고... 한마디로 농부들에겐 진퇴양난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봄이 시작되면서 대한민국의 악순환이 올해도 어김없이 농부들을 찾아왔다.
구제역 바이러스가 충남도의 방역망을 뚫고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면서 농가쪽에도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며칠 전에는 충남 논산에서 구제역이 발발해 수많은 돼지들이 도살되었고,  전국최대 축산단지인 충남 홍성 홍동면에서도 예찰 활동 중 비육돈 4마리 발굽에서 의심증상이 또다시 발견 되면서 농가들의 공포를 확산시키고 있다.

그리고 구제역의 확산을 막기 위해 논산시는 시의 최대 축제인 딸기축제를 포기했다. 준비했던 시도 마찬가지겠지만, 이로 인해 딸기를 재배하는 농가들의 피해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한 달 전쯤 칠순을 넘긴 노부부가 새벽부터 과수원에 나와 딸기들의 병충해 방제를 위해 소독하고, 가지를 솎아주는 등. 해도 해도 끝없는 농사일에 매진하는 모습을 방송 카메라에 담은 적이 있다. 사람을 쓰기엔 인건비가 턱없이 모자라고, 그렇다고 평생 피땀 흘려가며 마련한 이 땅을 그냥 내버려둘 수도 없다며, 그들은 이 딸기 농사를 숙명처럼 여겼다. 하지만 노부부의 얼굴엔 그닥 힘든 기색이 없었다. 숟가락 한 개도 없이 시작한 결혼 생활, 할 수 있는 고생이란 고생은 다 해본 젊은 시절. 그렇게 땅을 늘리고, 그렇게 아이들을 키운 그들에게 있어 무엇보다 땅은, 땀 흘린 만큼의 대가에 인색하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농부에게 땅은 ‘농부로 살아가는 이유’, 그 자체다.
땅이 있는 한, 농부는 희망을 일구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기에 우리가 농촌을 살려야 할 이유가, 그리고 우리 농산물을 사랑해야 할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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