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8대 대선 결과에 문재인 후보 지지층들이 ‘깊은 침묵’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자신들이 지지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지 못한 것에 대한 허탈감과 실망감이 입을 닫게 한 것이다.
물론 예전에도 그랬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그 정도가 더 심해진 듯한 느낌이다. 어찌 보면 선거가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축제로 마무리되지 않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승자를 지지한 사람들이 대선과 관련해 말을 많이 하는 것도 아니다. 행여나 패자를 지지했던 이들의 마음을 상하게 할까봐 대선과 관련한 얘기를 극도로 아끼고 있다.
그러다보니 대통령 선거와 관련 서로 얘기하는 사람들이 없다. 언제 대선을 치렀는지 조차 모를 정도로 조용하다. 언론에서만 대선이 화제가 되고 있다. 이러다 자칫 정치 무관심만 더 키우는 것은 아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지 이틀째를 맞지만 어찌된 일인지 대선 얘기는 쏙 들어갔다는 게 직장인들의 전언이다. 박근혜 후보를 지지했던 이들이나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던 이들 모두 극도로 말을 아끼다 보니 삼삼오오 모여서 얘기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박 모씨(35)는 “모두 7명이 근무를 하는데 대통령 선거와 관련해 얘기를 하는 사람이 없다”며 “물론 선거가 있기 전에도 선거 얘기는 별로 안했지만 어느 누구도 선거 이야기는 꺼내지 않아 선거가 있었는지도 모를 정도”라고 말했다.
일부 문재인 지지자는 정치의 ‘정’자도 꺼내기 말라며 다소 격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오 모씨(48)는 “대선 얘기를 하는 사람이 있어서 앞으로 내 앞에서는 정치 얘기는 하지 말라고 했다”며 “앞으로 5년간은 정치 얘기를 하지도, 들으려고도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속으로는 부글부글 끓고 있지만 잘못하면 쌍소리가 나갈까 아예 침묵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박근혜 후보 지지자들도 대선 얘기를 안 하기는 마찬가지이다. 괜한 다툼의 소지가 될 수 있는데다 받아주는 사람이 없어 얘기할 기회가 없다는 게 이유이다.
최 모씨(44)는 “정치 얘기가 사라진지는 한 참됐다. 하고 싶어도 상대방이 받아주지 않아서 할 수가 없다”라며 “먼저 말을 꺼냈다가 다툴수도 있고...”라며 말을 흐렸다.
그는 또 “서로 생각이 달라도 선거가 끝나면 승자에게 박수를 쳐주고 패자를 위로하는 분위기가 이뤄졌으면 하는데 이상하게 모두가 말을 안 하니까 한편으로는 답답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