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식의 이 한 구절의 힘] 디디울나루, 그 곳 또는 그 어디에나 있는 곳
[이규식의 이 한 구절의 힘] 디디울나루, 그 곳 또는 그 어디에나 있는 곳
  • 이규식
  • 승인 2016.04.1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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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디울나루, 홍석출 그림

디디울나루, 그 곳 또는 그 어디에나 있는 곳

강물에 비친
새벽별
아름다운 영혼을 보았다

섬바위에 앉아 바라보면
도라지 꽃빛으로 출렁이던
뭇별들이 사라지고
촛불처럼 남은 하나

그대를 향한 사랑도
새벽별
저처럼 외로운 걸까

미명이 걷히고 나면
이슬로나 내려앉을 별이여
바람에 흔들리다가
가슴에나 남을 혼불이여
―리헌석, ‘디디울나루 새벽길’ 전부

▲ 이규식 한남대 프랑스어문학과 교수, 문학평론가

[굿모닝충청 이규식 한남대 프랑스어문학과 교수]디디울나루, 시인의 고향에 있는 금강의 작은 나루. 충남 공주시 웅진동과 우성면 평목리를 맞대고 있었는데 중·고등학교 6년 동안 여기서 나룻배를 타고 통학했다고 한다. 디디울나루는 그래서 시인의 청소년 시절 꿈을 키웠고 서정을 가슴에 담으며 포부며 웅대한 이상을 배양했던 현장으로 마음속에 남아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약 10km 시골길을 시인은 걸어 다녔다. 춘하추동 풍광이 그때마다 새롭게 펼쳐지는 금강나루는 잊지못할 추억과 서정을 키워준 보물창고이자 내밀한 감성의 소통로였을 것이다. 산 벚꽃이 손짓하던 봄날의 화사함, 강에서 불어오는 여름바람의 촉감은 폴 발레리의 시구처럼 “바람이 분다, 살아봐야겠다”라는 삶의 각성과 의지를 부추겼고 가을의 억새풀과 단풍 그리고 겨울, 온 세상을 뒤덮은 눈의 정결함에서 넉넉한 포용력의 교훈이 스며 나왔다.

“좋아하는 여학생이 있었다. 좋아하면서도 속내를 보이지 않았다. 물론 그 여학생도 나를 싫어하지 않는 눈치였지만, 내성적인 숙맥이라서 터놓고 사랑을 고백하지는 못했다. 언필칭 짝사랑을 하는 사이 세월이 흘렀다. 그때의 심정을 되새긴 것이 앞의 작품이다. 사랑을 고백하지는 못했지만, 그리하여 멋들어진 추억을 간직하지는 못했지만, 작품 한 점 얻었으니 그것으로 만족해야 할 일이 아닌가.”

시인의 고백처럼 디디울나루는 금강의 한갓진 나루터라는 특정 지명이지만 거기서 보내며 키웠던 감수성은 디디울나루를 아련한 향수와 원초적 순수의 보금자리로 자리매김 할 수 있을 것이다. 농촌이 피폐해지고 고향마을이 사라지는 이즈음, 놓치기 싫은 그 시절의 추억은 각박한 삶의 수레바퀴 속에서 우리에게 한 뼘의 여유와 넉넉함을 허락하는 윤활유가 되어준다. 디디울나루는 그러므로 누구나 저마다 가슴에 간직하고 있는, 간직하고 싶은 보편의 내밀한 향수로 치환시켜도 좋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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