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식의 잡학사전] 밀도 밥이다
[김근식의 잡학사전] 밀도 밥이다
25-밥과 생명 이야기 둘
  • 김근식
  • 승인 2016.04.14 16:1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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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식 더클래식아카데미 원장 前) 국회의원 보좌관 T.041-565-8004 http://cafe.daum.net/theClassic

쌀,돌,풀,꿀... 그리고 밀
[굿모닝충청 김근식 더클래식아카데미 원장] ‘ㄹ’자를 받침으로 하면서 한 글자로 뜻을 이루는 우리말은 한결같이 아름답고 우리와 친숙한 단어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쌀,돌,달,별,물,불,솔,뻘,들,풀,술,얼,뜰,꿀...... 그리고 밀.
백곡(百穀) 중에서도 ‘ㄹ’자를 받침으로 하는 것이 ‘쌀’과 ‘밀’뿐임이 어찌 예사로운 일이겠는가.

밀은 인류가 농경생활을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재배한 작물이다. 지금까지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밀은 1만 5천년 전부터 아프가니스탄에서 코카서스에 이르는 지역에서 재배되기 시작하여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우리나라의 경우 경기도 용인군 점동면 흔암리 유적지와 경주 반월성지에서 발견된 탄화밀의 생성시기가 기원전 5세기로 추정됨을 미루어 짐작컨데 밀은 쌀과 더불어 반만년 역사를 우리 민족과 함께해온 주요 식량이었음을 알 수 있다.

우리 조상들의 식생활 문화를 가늠할 수 있는 차례상과 관혼상제 밥상차림을 보라. ‘결혼한다’는 말이 ‘국수 먹는다’는 말과 동일시되고 전,구절판용 밀전병에다 밀개떡에 이르기까지 삶의 빈부를 떠나 우리 민족의 식생활 구석구석에 스민 밀의 위치는 가히 쌀과 견줄만한 정도이다.

일제 강점기인 1940년도에 34만 8천 ha에서 28만톤의 밀을 생산한 바 있으며 해방후 혼란기인 1947년도에도 8만여 ha에서 6만여톤의 밀을 생산했던 기록이 말해 주듯이 밀은 우리 밥상의 한 자리를 조용히 지켜온 제2의 주곡이다.

더욱이 60년대에 쌀과 보리,콩을 위주로 했던 식생활이 이제는 쌀과 밀 중심으로 변해버려 지난 1990년을 기준으로 국민 1인당 소비량이 보리가 2kg에 불과한데 반해 밀은 30kg을 넘어섰다.  밀은 분명 ‘밥’이다.   

꽉찬 밀·텅빈 밀
우리 땅에서 재배해온 우리밀은 그루밀,올밀,은파밀,조광밀 할 것 없이 한결같이 키가 작고 도복이 덜 되는 매우 우량한 품종이었다.

1974년도에 밀 생산량을 획기적으로 증대(단보당 1,400kg 생산)함으로써 인류의 식량문제 해결에 지대한 공로를 세웠다 하여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미국의 Borlaug 박사에게 그토록 큰 영광을 돌리게 한 밀 종자가 바로 1904년경 일본인 교수가 연구삼아 가져갔던 우리 토종밀의 먼 조상뻘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우리의 앉은뱅이 밀이 세계 녹색혁명의 일등공신 노릇을 했건만 오늘날 우리가 한해에 5천억원 이상의 밀을 수입해 먹는 처지가 된 것을 누구에게 하소연할 것인가? 

수입밀로 키운 지금의 아이들을 보라. 그들은 비록 우리 땅에서 자랐지만 이미 우리 한민족의 모습을 잃어가고 있다. 사람의 젖이 아닌 소의 젖을 먹고 농약에 찌든 수입밀을 먹으며 자란 오늘의 아이들은 소처럼 밀처럼 덩치만 크고 키만 컸지 40kg 컴바인 자루 하나 짊어지지 못해 자빠지는 속빈 강정처럼 되고 말았다.

소젖을 먹이고 사람으로 자라나기를 바라는 이 땅의 어머니들은 알아야 한다. 오늘날 인륜상실과 패륜을 일삼는 비행 청소년 문제가 비단 저소득층과 결손가정에서뿐 아니라 그대들이 지극히 정상적이라고 주장하는 아이들에게까지 확산되고 있음이 바로 먹을거리를 잘못 선택한 그대들의 잘못된 손길 때문임을...

한국전쟁 이후 쏟아져 들어오는 미국산 밀가루 배급을 받기 위해 줄을 서야 했던 쓰라린 기억 뒷편에 우리의 쌀 시장을 무너뜨리려는 다국적 곡물 메이저들의 음흉한 미소가 있었음은 차치하고라도 미국의 교묘한 식량정책에 휘말려 매주 수요일을 ‘분식의 날’로 정해 밀가루를 주식으로 삼지 않으면 나라가 망하는 것처럼 떠들어대던 과거를 돌이켜 보라.

쌀 시장을 무너뜨리고 밀가루로 세계를 점령하려 했던 미국의 무서운 식량정책의 결과로 불과 반세기 전만 하더라도 쌀을 주식으로 해온 이라크,이란 등 일부 중동국가가 마침내 밀가루를 주식으로 하는 나라의 대열에 서게 되었음을 알고 있는가. 금세기는 참으로 무서운 식량 전쟁의 시대이다.

소비자들이여. 부두의 하역작업 노동자들이 냄새만 맡아도 쓰러진다며 작업을 기피할 정도로 방부제와 농약에 찌든 수입밀을 국내에 들여와 찰기를 높이기 위해 또다시 화학물질을 투입하는 과정을 알면서도 수입밀을 먹을 것인가. 소비자들이 먹어만 준다면 얼마든지 밀을 더 심겠다는 애타는 농민들의 목소리를 귀기울여 들으라.

멋모르고 물 건너가 미국사람 노벨평화상 수상에 기여한 토종밀의 억울함을 달래 주어야 한다. 그리하여 저 유명한 ‘켄터키 후라이드 치킨’의 튀김옷을 우리밀로 입히고 ‘맥도널드 햄버거’ 와 ‘피자헛 피자’를 우리밀로 반죽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판매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밀 살리기 운동에 더 많은 국민들이 동참해야 한다.

그리하여 우리 모두가 사랑하는 싯귀의 표현대로 ‘강나루 건너서 밀밭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처럼 풍요롭고 건강한 삶을 후손들에게 물려 주어야 한다. 밀도 결코 내줄 수 없는 우리의 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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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기 2016-04-16 14:15:47
김근식원장님, 역시 클래식에만 해박하신 것이 아니었군요. 밀에 대해서도 이렇게 모르고 있었던 사연이 많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한국에도 고유한 우리 먹거리의 밀이 있다니, 우리 농민분들이 우리 밀을 많이 생산하고 또 널리 퍼지게 해 주시면 참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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