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화동 음식특화거리 추억 맛보세요
선화동 음식특화거리 추억 맛보세요
저렴한 가격에 인심까지 넉넉… 남녀노소 꾸준한 발걸음
  • 김형철 기자
  • 승인 2012.12.26 10: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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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 여기 칼국수 사리에 소주 한 병 추가요~.”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았던 시절 친구들과 함께 허름한 식당 안에서 두부두루치기와 소주를 기울이며 세상 이야기를 나눴던 곳. 이마와 콧잔등에 땀을 뻘뻘 흘리며 새빨간 고추양념에 버무려진 두부 한 점을 입안에 넣으면 세상 근심·걱정이 눈 녹듯 사르르 사라진다. 또한 세 명이 배불리 먹어도 단돈 1만원이 넘지 않으니 절로 단골이 될 수 밖에….

80~90년대 대학생활을 한 청·장년층이라면 선화동 음식특화거리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1970년대 말부터 형성되기 시작한 선화동 전문음식특화거리는 칼국수, 두부두루치기, 오징어두루치기, 수육 등 서민들의 애환과 정서가 가득한 장소로 많은 시민들이 즐겨 찾고 있는 추억의 명소다. 충남도청 맞은편부터 갤러리아백화점 일원에 걸쳐 100여 개 음식점이 들어서 있으며 영양탕, 쌈밥, 돌솥밥, 부대찌개전문점, 황태구이백반 등 토속음식점들도 많이 자리 잡고 있다.

대전시청을 비롯해 법원, 검찰청이 둔산동으로 이전하면서 상권이 많이 위축되기는 했으나 아직도 옛 향수를 못 있는 이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20여 년간 이곳에서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한 업주는 “얼마 전 서울에 살고 있는 한 임산부가 대학시절 맛보았던 두부두루치기의 매콤한 맛을 잊지 못해 찾아왔던 적도 있다”며 “예전보다 매출은 줄어든 편이지만 60~70대 어르신부터 청·장년층까지 꾸준히 손님들이 찾오니 힘들어도 어찌 일손을 놓을 수 있겠느냐”고 주름진 얼굴에 미소를 띠우며 말했다.

류철규 상가번영회 회장은 “이곳은 서민들이 즐겨 먹던 음식과 토속적인 음식점이 많은 것이 특징”이라며 “저렴한 가격에 인심이 넉넉한 주인들의 손맛을 느낄 수 있다”고 전했다.

선화동 음식특화거리는 지하상가, 으능정이 거리, 대흥동 문화예술의 거리로 연결되는 대전 중심상권의 삼각 축이다.

하지만 으능정이 거리와 대흥동 문화예술의 거리는 지자체의 지원을 받아 점점 상권 활성화에 탄력을 받고 있는 반면, 선화동 음식특화거리는 주택재개발사업의 지연으로 상점 폐업 및 빈집이 늘어나 슬럼화 현상이 가속되는 모양새다.

한 식당 업주의 말에 따르면 “대로변을 보면 상당수의 건물들이 도심의 특징을 가지고 있지만 10미터만 들어가보더라도 속사정은 상당히 다르다”며 “상가 및 주거지역이 노후화가 진행되고 있고 야간 조명까지 어두워 저녁 5시만 넘으면 이곳을 오가는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과거 시청이나 법원이 있었을 땐 대전에서 제일 잘나가는 유흥가였지만, 지금은 몇몇 음식점을 빼면 유지하는 것조차 힘들다”며 “도청마저 이전하게 되면 상인들 입장에선 뭘 먹고 살아야할 지 막막할 따름”이라고 하소연했다.

이곳 상점들은 왕래인구가 적어서 그런지 가격경쟁이 심하다. 손님들 입장에선 싼 가격에 음식을 맛볼 수 있어서 좋지만, 상인들 입장에선 이윤이 적기에 장기적으로는 폐업을 하게 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또한 지역 재활성화 차원에서 가장 큰 잠재력을 가진 역사적 상징성 및 문화적 공간으로서 대표할 수 있는 건축물조차 찾아보기 힘들어 오가는 사람들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류철규 상가번영회 회장은 “지역상권을 살리기 위해선 지자체의 지원이 절실하지만 재개발도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며 “번영회 차원에서도 손님들의 발길을 되돌릴 수 있도록 이 지역을 대표할 수 있는 다양한 음식메뉴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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