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이 연예인에게 빠져드는 이유
학생들이 연예인에게 빠져드는 이유
  • 박영진
  • 승인 2012.12.27 09: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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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영진<대전대신고등학교 교장>
학교마다 대입수능시험 이후 두 달 가까운 기간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을 어떻게 지도해야할 것인가?’하는 문제가 커다란 골칫거리이다.

중·고등학교 6년 동안 오직 대입수능시험만을 준비해 온 학생들로, 시험이 끝난 뒤에는 그 결과에 의해서 대학을 진학하는 일만 남아 있기 때문에 오로지 출석부만 생각하고 등교할 뿐이다. 그리고는 마치 고삐 풀린 망아지와 같이 해방감에 젖어서 마음대로 행동하기 때문에 통제가 불가능하고 평소와는 달리 일탈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그렇기에 학교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서 운영하고 있어도 학생들에게는 호응도가 매우 낮다. 명사 초청특강, 현장 견학, 문화유적 답사, 영화·연극 관람, 체육대회, 장끼자랑, 대학방문, 대학입시 설명회, 스키캠프, 등산 등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아이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하지만, 정작 학생들은 시큰둥한 채 참여 하기를 머뭇거리지만, 그래도 호응을 얻는 것은 2박3일간 실시하는 ‘스키 캠프’ 정도다.

우리학교에서는 이 기간에 ‘대신 Academy’라는 이름으로 사회에 진출해서 성공한 선배들을 모셔다가 특강을 통해 학생들의 진로탐색과 비전설정에 도움을 주고 있다.

하지만 기업체나 전문분야에서 성공한 CEO나 관리자들을 어렵게 모셔오면 그 이야기는 들으려고 하지 않고 연예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선배들이 강의하는 시간에는 학생들이 경청한다. 그리고 강의가 끝난 뒤에는 박수소리가 요란하고 사인을 받거나 함께 사진을 찍곤 한다. 이런 일을 보면서 우리 아이들의 가치관이 염려스러울 때가 있고, 우리 사회의 앞날을 걱정하기도 한다.  

대기업의 임원으로 성공한 선배가 특강을 맡아 서울에서 내려왔을 때의 일이다. 모처럼의 학교 방문이기에 후배들을 위해서 선물도 준비하여 강의를 하면서 상품으로 전달하기도 했다.

대학에 입학한 뒤에 자신이 영어공부를 열심히 했던 경험을 들려주었다. 명문대학의 영문과를 졸업하고, 영어성적이 우수해서 해외지사에 근무하다가 그 힘으로 본부에 근무하면서 오십이 넘은 나이에도 영어에 대한 감을 잃지 않으려고 학원에 등록해서 공부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자신의 삶을 풍요롭게 가꾸기 위해서 취미생활로 악기를 불거나, 운동을 열심히 하라고 권장하면서 자신도 매일 한 시간씩 악기를 불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려주면서 성공한 삶을 만들어가도록 당부했다.

강의하는 동안 학생들 뒤에 앉아서 들어보았다. 매우 감동적이었다. 선생님들은 학생들 사이에 앉아계셨지만, 학생들은 여전히 잠을 자기도 했고, 고개를 숙인 채 핸드폰의 삼매경에 빠져있는 아이들도 있었다.

그런데 며칠 후 영화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선배의 특강이 있었던 날에는 그렇지 않았다. 선배가 들어서자마자 박수소리가 특강기간동안 가장 크고 길었으며, 아이들의 환호성으로 강당이 한동안 요란했다.

2시간 가까이 자는 아이들이나 핸드폰을 만지는 아이들도 없이 영화촬영 때에 있었던 선배의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강의가 끝난 뒤에는 선배와 함께 사진을 찍고 이야기를 나누느라고 강당 안이 혼잡스러웠다. 그러면서 가장 늦은 시간에 특강을 마치게 되었다. 

학생들의 이러한 현상은 우리 가정과 사회의 영향이 크다. 집집마다 TV 앞에 앉아서 연예 프로와 연속극에 푹 빠져있다. 채널을 돌릴 때마다 아이돌 그룹이 등장하고, 각종 오디션 프로가 많은 사람들을 열광하게 만든다. 그리고 방송국에서는 시청률 경쟁을 하느라고 다투어 오락프로를 제작하고 방영하기에 바쁘다.

유익하고 건전한 프로그램은 찾기가 어렵고, 온 가족이 모여서 시청하는 시간대에도 낯 뜨거운 장면이 노출되거나, 불륜이 아니면 삼각관계를 그리고 있는 연속극이 시청자들의 넋을 빼앗고 있다.

물레는 괴머리에서 병이 난다고 아이들은 어른들을 닮아가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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