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 눈] 등산로 주변 장터는 어르신의 공간이다
[시민기자 눈] 등산로 주변 장터는 어르신의 공간이다
  • 이기웅
  • 승인 2016.05.16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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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기웅 예산 시민기자

[굿모닝충청 이기웅 예산 시민기자] 내포지역 특히 가야산의 산골마을은 노인들이 많이 계신다. 한 때 덕산의 상가리는 200여호가 사는 큰 마을이었지만 지금은 60여호만 남아 있고 그마저도 노인들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조선왕조실록 고종 편에 상가리는 200여호의 주민들이 살았다고 기록한다. 1872년 덕산현지도를 보면 상가리는 가동으로 불렸으며 남연군묘의 제각과 사하촌이 있어 지금보다 더 큰 마을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894년 운양 김윤식이 여행하며 남긴 면양행견일기 속의 절집과 한양 왕실 규모라던 제각은 무너져 내리고 가야산의 품에 의지하며 살던 그 사람들은 떠나 버렸다. 가야산과 그 중심에 있는 가야사와 명덕사 대원군이 제수 음식을 만들던 전사청이야기 100년 전 상가리 사람들의 내밀한 이야기는 어디에 있을까?

우리들의 삶을 이어준 탯자리에서 나온 전해지는 이야기는 거의 없다. 역사책이 기록하지 못하는 가야산의 이야기는 어르신들 삶속에 있었다. 대원군과 하정일 그리고 허민 윤 참봉 이야기 그리고 오페르트 사건, 가야사와 백암사 폐사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 황진기의 도피. 충남서부지역에 동학에 참여하셨던 분들이 일본군과 민보군의 추격을 피해 도피했던 민초들의 이야기는 역사책에 전하지 않는 내밀한 이야기들이다.

마을의 내밀한 역사와 문화는 노인의 삶에 묻어나는 기억이 유전자가 돼 마을의 이야기 속에 들어 있는 것이다. 우리들 몸에, 마음에 깊게 들어와 잠자고 있는 어르신들이 전해주는 가야산의 이야기는 마을과 가야산의 오래된 나와의 연들이며 우리 삶의 버팀목인 것이다. 주말이면 마을의 등산로 주변에서 어르신들이 모여서 가야산과 논과 밭에서 나온 무공해 임산물을 팔고 계신다. 대단한 것을 파는 것도 아니고 그냥 소박한 자리를 펴고 사람구경 말동무를 하실 겸 나오셔 한자리 차지하고 마을의 문화를 팔고 파신다.

1월부터 3월까지는 전국에서 산신에 치성을 드리기 위해 많은 분들이 찾는데 어르신들은 가야산 산신과 굿이야기를 파시고 오월이면 단오와 초파일 이야기 파신다. 전라도에서 오신 여 씨 할머니는 음식 솜씨가 좋아 간장 ,식혜도 파시며, 그렇게 일 년 열 두달 이어가는 가야산 이야기는 등산로 장터의 문화상품이다.

오래전에 있던 읍내 덕산장 양조장 옆에 있던 나무전과 산나물을 팔던 장터들은 시장 현대화로 시장도 사라지고 어르신들의 이야기 자리는 사라졌다. 사람들과 지역을 이어가던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은 이야기를 팔지 못하고 떠나셨다.

다행히도 덕산장의 사라진 자리를 가야산 자락의 등산로 주변에서 그렇게 이야기를 이어가는 가고 있다.

그러나 가야산도 토건사업과 현대화 사업의 광풍은 예외가 아니어서 멀쩡한 길을 두고 새 길을 만들며 많은 것들이 사라져간다. 속살을 내어준 마을주민들에 미치는 부작용도 심각하다. 걷는 길을 추진할 때 최소한 그 마을의 땅과 집과 골목길이 지닌 그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살펴봄이 기본이다. 아쉽게도 그곳에 주민은 없고 사업과 치적만 있었다. 가야산과 상가리을 돈벌이 수단으로만 보면 남는 것은 주민들의 피해자가 되고 마을 곳곳을 파헤치기와 아스팔트뿐이더라.

이것은 마을의 역사인 과거를 살리는 사업이 아니라 그들의 삶과 역사를 지우는 작업이다.  성리학자들의 이상과 가야산의 비경이었던 가야구곡을 연결하는 사업을 한다며 마을의 중앙에 현대화된 상가를 만들고 등산로 주변 어르신들에 건물 안쪽에서 장사하도록 한다.

그러나 어르신들은 등산로 주변의 개방된 광장에서 게시길 원하신다. 애초의 건축물은 청년회와 마을 주민들의 소통의 장소였다. 유일하던 소통의 건축물은 헐리고 용도가 애매한 건축물이 신축돼 주민들이 외면하는 등 애물단지가 돼 버렸다. 단순히 건축물 하나가 사라진 게 아니고 마을이 소통하고 전통을 이어가던 공동체의 연결고리가 사라진 것이다.

이참에 모두가 외면하는 건축물의 용도에 대한 해법을 찾아 주민과 예산군의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마을과 예산군 모두가 책임을 떠넘기며 말이 많은 건축물이다. 건축물을 주민들에 돌려주어 스스로 꾸려갈 수 있는 작은 전시관을 만드는 게 바람직하다. 마을문화박물관이 그 예다.

노인들이 돌아가시면 버려지는 옛것을 이곳에 모아 마을의 역사와 문화를 보전할 수 있는 마을을 위한 훌륭한 문화공간으로 고려했으면 한다.

예산군은 어르신들이 존중받고 편한 곳에 계시도록 도와드려야 한다. 그분들이 계시는 곳은 예전에 마을사람들이 장에 가고 나무하며 오가며 장담을 나누던 익숙한 만남의 장소인 것이다. 그곳에 있을 법한 치열함도 눈치싸움이나 갈등도 없이 평화로운 모습이다. 어르신들이 모여 계신 곳은 마을의 추억이 어린 곳이다. 그곳은 그분들이 외지인과 만나는 소통의 장소인 것이다. 지금은 사라진 예전의 우물가와 빨래터와 같은 소통의 공간인 것이다.

우리는 또 다시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그분들의 재미와 소통의 공간을 빼앗으면 안 되는 것이다. 우리는 역사와 삶을 이야기하는 장터를 없애는 바보 같은 사람들이다. 가야산과 상가리의 미래는 저 노인의 이야기 속에 들어있는 것이다. 그분들이 만들어내는 공간에 차와 식사를 할 수 있고 추위와 더위를 피할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을 만들어 드리는 정도의 소박한 장터시설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은 마을의 내밀하고 소중한 역사와 문화를 이어가고 지키는 일이다. 또 타 지역과 차별화하는 대표 문화상품이 되는 것이다. 주민들 스스로 자신들의 이야기로 자신의 미래를 이야기하고 만들어 가면 좋겠다. 그럴 수 있도록 정책은 세워지고 도와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가야산을 살리는 문화마케팅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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