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광장] 가습기 살균제·방조제 시신사건, 부러진 뼈에 연고 바르기?
[청년광장] 가습기 살균제·방조제 시신사건, 부러진 뼈에 연고 바르기?
  • 김지영
  • 승인 2016.05.19 13: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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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영 충남대 일반대학원 언론정보학과 2학년

[굿모닝충청 김지영 충남대 학생] 5년이 걸렸다. 가습기 살균제의 피해자와 가족들의 눈물이 주목을 받고, 옥시가 고개를 숙이게 되기까지 걸린 기간이 5년이다. 이 기간은 정부의 안일한 대응과 가해 업체들의 면피 시도가 맞물려 있었기에 가능했다.

아직까지 옥시의 뒤에 숨어있는 가해자들, 애경, 롯데쇼핑, 홈플러스, 세퓨, 이마트, SK 케미칼, GS 리테일 등 가습기살균제를 제조 및 판매한 살인 기업들이 남아있다. 더욱 문제인 것은 유독물질 관리에 실패한 정부, 피해자 구제에 나 몰라라 했던 정부의 침묵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으로, 사실 외양간을 제대로 고치고 있는지도 못 미더운 정부의 행태는 몇 년간 뼈아픈 재앙들을 확대 재생산 해왔다.

그에 비해 단, 2일. 5월 5일에 검거된 방조제 시신 사건의 피의자의 신상정보가 2일 만에 공개되었다. 공개 목적은 국민의 알권리 보장과 재발 방지이다. 범행 수법이 잔인하고 사망이라는 중대한 결과를 가져온 점에서 공개대상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고 한다.

피의자의 신상정보가 공개되자, 가족과 지인의 신상이 말 그대로 ‘털리기’ 시작했다. 부랴부랴 뒤늦게 피의자의 신상 공개에 대한 매뉴얼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더해, 피의자 주변인의 신상정보를 공개하거나 모욕적인 글을 게시할 경우 명예훼손, 모욕죄 혐의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뭔가 이상하다. 무엇이 그렇게 급했을까. 철저한 원칙과 그에 따른 매뉴얼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공개 후의 사회적 파장과 권익 침해 등을 심사숙고하지 않았음을 스스로 고백하는 것과 다름없는 발표였기에 더욱 실망스럽다.

멀쩡한 제비 다리를 부러뜨리고서는 대충 치료한 후 날려 보내는 놀부의 심보와 다를 것이 무엇일까. 회복 불가능한 주홍글씨를 피의자의 가족과 지인들에게 주고서는, 그들의 주홍글씨를 떠드는 자들을 처벌하겠다고 한다. 계속해서 주홍글씨를 가리키며 말이다. 사법당국이 대중 앞에 손가락질할 대상을 데려다 놓고 손에 돌멩이를 쥐어준 셈이다.

이렇게 방조제 시신 사건의 피의자는 사법당국에 의해 재빨리 대중의 형장 앞에 올려졌다. 가습기 살균제의 가해자들은 정부가 눈을 가리고 있는 동안 조직적으로 증거를 인멸했다. 4년이 지나서야 사법당국이 나서기 시작했다. 그에 앞서 대중들의 옥시 불매운동이 시작되었다.

부러진 뼈에 연고를 바르는, 문제의 진단과 해결법이 엇갈리는 일련의 사건들이 우리에게 많은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비도덕적인 거대 기업들의 횡포와 국민에 무관심한 정부. 국민의 생명과 안전, 권리를 우선으로 하는 국가 원칙의 부재. 나열하고 보니 참 절망적이지만, 다른 사람의 아픔과 분노를 이해하는 손길들, 더 나은 삶과 사회를 위한 목소리들, 그리고 시민의 연대된 힘들이 있기에 분명 희망은 있다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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