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식의 이 한 구절의 힘] 청춘은 아파야 하는가? 청춘을 돕고 힘을 주자
[이규식의 이 한 구절의 힘] 청춘은 아파야 하는가? 청춘을 돕고 힘을 주자
  • 이규식
  • 승인 2016.05.25 09: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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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은 아파야 하는가? 청춘을 돕고 힘을 주자

청춘!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다. 청춘! 너의 두 손을 가슴에 대고, 물방아 같은 심장의 고동을 들어 보라. 청춘의 피는 끓는다. 끓는 피에 뛰노는 심장은 거선(巨船)의 기관(汽罐)같이 힘 있다. 이것이다. 인류의 역사를 꾸며 내려온 동력은 바로 이것이다. 이성(理性)은 투명하되 얼음과 같으며, 지혜는 날카로우나 갑 속에 든 칼이다. 청춘의 끓는 피가 아니더면, 인간이 얼마나 쓸쓸하랴? 얼음에 싸인 만물(萬物)은 죽음이 있을 뿐이다. (.....)

사랑의 풀이 없으면 인간은 사막이다. 오아시스도 없는 사막이다. 보이는 끝까지 찾아다녀도, 목숨이 있는 때 까지 방황하여도, 보이는 것은 거친 모래뿐일 것이다. 이상의 꽃이 없으면, 쓸쓸한 인간에 남는 것은 영락(零落)과 부패(腐敗) 뿐이다. 낙원을 장식하는 천자만홍(千紫萬紅)이 어디 있으며, 인간을 풍부하게 하는 온갖 과실이 어디 있으랴? (.....)

이상! 빛나는 귀중한 이상, 이것은 청춘의 누리는 바 특권이다. 그들은 순진한지라 감동하기 쉽고, 그들은 점염(點染)이 적은지라 죄악에 병들지 아니하였고, 그들은 앞이 긴지라 착목(着目)하는 곳이 원대하고, 그들은 피가 더운지라 실현에 대한 자신과 용기가 있다. 그러므로 그들은 이상의 보배를 능히 품으며, 그들의 이상은 아름답고 소담스러운 열매를 맺어, 우리 인생을 풍부하게 하는 것이다.

- 민태원, ‘청춘예찬’ 부분

▲ 이규식 한남대 프랑스어문학과 교수, 문학평론가

[굿모닝충청 이규식 한남대 프랑스어문학과 교수] 몇 년 전 아프니까 청춘이다 라는 제목의 책이 엄청난 판매부수로 이른바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래 머무른 적이 있었다. 이 책이 왜 그렇게 많이 팔렸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이제 생각하니 청년수난시대가 시작되는 시대상황과 맞물린 감상적인 서사와 특히 출판마케팅에 크게 의존한 가운데 무언가 위로와 치유의 메시지를 줄 것 같은 막연한 기대심리에서였을 것이다. 지금처럼 청년취업난과 젊은이들의 갖가지 곤경이 극도로 심각해지기 이전이었던 계기적 여건도 있었다. 청춘이라고 왜 아파야만 할까. 지금 기성세대가 예전에 그랬기 때문에 지금의 청춘, 너희들도 그래야한다는 마음보에서일까.

이럴 때 충남 태안 출신의 작가이자 언론인인 우보 민태원 선생의 ‘청춘예찬’을 다시 읽어본다. 중, 장년들은 교과서에서 공부한 기억이 날 법한 명문장이다. 이 글은 나지막히 소리 내어 음독을 해야 맛이 더 살아난다. 더러 힘차게 목소리를 높이기도 하고 때로는 속삭이는 음조로 읽어가며 청춘은 아파야 할 대상이 아니라 예찬하고 북돋워 줘야할 거의 유일한 우리 사회의 꿈이라는 사실을 확인한다.

일부에서는 민태원 선생의 ‘청춘예찬’이 앞을 내다보지 못한 글이었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추진동력이었고 민주화를 이끌었을뿐더러 청년의 땀과 열정으로 이룩한 오늘의 성장인데 청년들이 지금 겪고 있는 어두운 현실 앞에서 이런 미사여구의 당위론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반문한다.

그러나 그럴수록 청춘자체의 본질과 가능성에 대한 확인과 긍정이 필요하다. 청춘은 이상을 지녔으므로 그 소중한 미덕과 가능성을 낭비하지 않도록 어른들이, 사회가 도와주고 보살펴야 한다. 너희 때는 다 그랬어 그러니 너희들도 아파보고 고생을 겪어야 해, 그러다보면 나름 해결책이 생기고 길이 보이는 법이야 라고 무책임하게 방치하지 않아야 한다. 그러기에는 지금 현실이 너무 각박하고 참담하다. 우리나라 현대 산문의 걸작 ‘청춘예찬’, 청춘은 모름지기 어떤 존재이며 어떤 잠재력이 있으며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가를 명쾌하게 힘있게 일깨워준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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