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세평] 여성혐오 살인사건
[목요세평] 여성혐오 살인사건
  • 김제선
  • 승인 2016.05.26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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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제선 풀뿌리사람들 상임이사

[굿모닝충청 김제선 풀뿌리사람들 상임이사] “우연히 살아남았다.” 30대 남성이 20대 여성을 살해한 서울 강남역 살해 사건에 대한 추모 문구 중의 한 구절이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여성 혐오 현상을 바라보는 문제의식이 폭발하고 있다.

사건 현장 주변인 강남역에는 임시분향소가 설치됐고, 추모객들이 바친 국화꽃이 무릎을 덮을 만큼 쌓였다고 한다. 피해자를 추모하고 여성 차별을 고발하는 쪽지가 수천 장이 빼곡하게 붙었다.

우리 사회 여성들의 폭력에 대한 불안감이 이 사건을 계기로 폭발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살인, 강도 등 강력범죄의 가해자는 남성이 98%로 압도적으로 많은 반면 피해자는 여성이 84%로 나타났다.

90년대 강력범죄 피해자 중 여성의 비율이 30%에서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살인산건 피해자의 51%가 여성인데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사우디아라비아조차도 여성 피해자가 30% 대에 그치고 있다.

성폭력도 해마다 늘어 2014년 10만 명당 58.2명으로 10년 전(2005년 23.7건)보다 250% 늘었다. 범죄 불안감을 느끼는 여성은 2010년 67.9%에서 2014년 70.6%로 해마다 늘고 있다.

데이트 폭력 등 여성 대상 폭력은 점차 잔혹해지고 있다. `치안이 우수한 나라, 밤늦게 여성 혼자 돌아다녀도 안전한 나라` 신화는 이미 깨져버렸다.

범죄의 피해자와 가해자가 성별로 뚜렷이 구별되는 상황에서 여성들의 불안은 구체적이고 현실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우리가 더욱 주목해야 할 것은 사건을 대하는 사회적 시선이다.

인터넷에선 강남역 살인 사건을 놓고 “여자가 그 시간에 왜 밖에 있었느냐”고 말하는 이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그래서 이 사건을 접한 부모들은 딸에게 “밤늦게 다니지 말라”고 할 것이다. 아직도 우리는 피해자인 여성의 문제를 거론하고, “피해자가 되지 말라”고 당부해야 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추모열기의 한쪽에서 일고 있는 반발은 치졸하기 그지없다. 강남역에서도 극우 인터넷 사이트 ‘일간베스트’ 회원과 추모객들 사이에 충돌이 벌어졌다.

사건의 동기를 피해 여성의 옷차림과 음주에서 찾아보려는 시도가 없지 않다. 남녀 갈등이나 남성 역차별의 문제로 몰아가는 것도 큰 문제다. 극우보수 인터넷 커뮤니티인 일간베스트저장소의 일부 이용자들은 일베 손가락 표시를 하고 쪽지를 떼 낸 인증샷을 올리기도 했다.

최근 몇 년 간 일베를 비롯한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여성을 비하하고 혐오하는 글들이 크게 늘었다. 은수미 의원의 빅데이터 분석 결과에 따르면 여성 관련 연관어 1위는 폭력·범죄·살인이며 2위는 여혐·비하 5위는 성폭력 성범죄였다고 한다.

그리고 2012년 대비 ‘여혐’ 언급량이 21.5배, ‘차별·성차별’ 언급량이 9.8배나 증가했다고 한다. 사치스런 여성을 빗댄 ‘된장녀’ ‘김치녀’나 이기적인 젊은 엄마를 뜻한다는 ‘맘충’(mom+蟲)과 같은 여성 비하 표현이 흔해졌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온라인 설문조사에서 여성 혐오 표현에 공감한다는 남성 응답 비율은 54%에 달했고, 남자 청소년 응답률은 66.7%나 됐다.

과거에도 유사한 ‘묻지마 살인’ 사건이 일어났지만 이런 추모 행사가 만들어졌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강남역 살인’ 피해 여성에 대한 추모 열기는 최근 온라인 공간을 중심으로 ‘여혐’(여성 혐오) 논란이 커지는 현상과 무관치 않다.

깜작 놀란 서울시는 남녀 공용화장실을 분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단다. 서울시에 그칠 일이 아니다. 정부가 나서고 전국의 지자체가 함께해야 한다. 공중화장실 범죄 1800여건 중에 살인, 성범죄 등 강력 범죄가 74%였다.

아울러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고 실업률이 치솟고 생계가 불안해질수록 개인적 분노와 좌절을 사회적 약자인 여성에게 분출할 가능성은 더 커진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가정은 물론 학교, 직장에서 남녀가 공존하는 바람직한 문화가 만들기 위해 노력하면서 보다 평등한 경제, 사회구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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