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으로 힐링, 입으로 힐링”
“눈으로 힐링, 입으로 힐링”
대전 ‘시내버스 여행’ 체험
  • 남현우 기자
  • 승인 2016.06.02 09: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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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른한 토요일 아침 8시, 5월 기온이 8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곤 하지만 이른 아침 날씨는 상쾌했다. 여행이라도 떠나고 싶은 상쾌함이다.
청바지 밑단을 시원하게 말아올리고 운동화에 면티 한 장 걸치니 제법 여행자의 느낌이 났다. 말끔한 정장에 넥타이를 매고 출근하던 평소와 달리 가벼운 마음이 들뜨기까지 했다.
하지만 여느 때와 다름없이 한 손에는 카메라, 다른 한 손에는 펜과 수첩을 들고 시내버스에 몸을 실었다. 버스 창문 틈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하다.
오늘은 ‘수습기자 남현우의 시내버스 여행기’를 위해 취재여행을 떠나는 날이다.
대전시는 올해를 ‘시내버스 여행의 해’로 정하고 지난 3월 말부터 ‘6대 명산 코스’와 ‘6개 계절별 코스’를 운영하고 있다. 지역 언론의 수습기자로서 구미가 당겼다. 그래서 떠났다.
6대 명산코스는 수통골, 계족산, 식장산, 보문산, 장태산, 만인산으로 9개 노선이 운행 중이다. 6개 계절 코스는 신탄진, 동학사, 침산동, 대청호, 추동, 대둔산으로 총 11개 버스 노선에 몸을 맡기면 갈 수 있다.
애초에는 모든 코스와 모든 노선을 타보겠노라며 야심차게 여행을 기획했지만, 특유의 ‘어리버리함’ 덕분에 3개의 명산 코스와 1개의 계절 코스 취재에 그치는 다소(?) 아쉬운 성과를 남겼다.
하지만 여행은 ‘다다익선’이 아닌법!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라고 긍정적으로 마음을 고쳐먹고 카메라와 펜 뚜껑을 열고 걸음을 재촉했다.
   
▲ 세천생태공원
   
▲ 세천생태공원

빡빡한 일상 속 ‘순간의 여유로움’ 만끽
대전 ‘시내버스 여행’ 체험 - 명산코스 탐방

[굿모닝충청 남현우 기자] 여행코스는 산으로 정했다. 식장산, 보문산, 수통골, 동학사가 눈에 들어왔다. 버스 노선을 확인하고 여행길에 올랐다. 여행이 주는 기대와 설렘이 컸다. 부담 없이 둘러보고 느껴봐야겠다는 마음과 달리 취재의 부담이 컸을까. 돌아오는 길에 아쉬움이 묻어났다.

식장산·세천공원, 냉면=자가용 나들이에 어울릴 듯
충남대 정문 정류소에서 106번을 타고 20여 분을 달려, 효촌큰마을아파트 정류소에서 611번으로 환승했다.

식장산은 멀었다. 8시에 출발해 도착하니 9시가 훌쩍. 종점인 세천공원 정류장에 내렸는데 이정표가 따로 없어, 등산객들을 눈치껏 따라가니 세천생태공원에 도착할 수 있었다.

탁 트인 잔디밭에는 주말 나들이를 온 젊은 부부들이 아장아장 걷는 아이들과 평화로운 오전을 즐기고 있었고, 데이트를 나온 젊은 커플들도 눈에 띄었다.

길을 따라 좀 더 들어가보니 세천근린공원과 등산 진입로가 보였고, 마찬가지로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는 부부와 한껏 등산복을 꾸며 입은 등산객들의 모습이 활기차 보였다.

그러나 1시간 남짓 둘러보면서 ‘시내버스 여행 코스’라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특별한 볼거리나 먹을거리가 없어 1시간 정도 공원을 산책한 게 전부. 여행의 보람을 느끼기에는 허전했다. 이른 시간이었다 해도 시내버스를 타고 온 여행객은 혼자였다.

게다가 대전시가 식장산 코스와 함께 홍보한 전통 냉면집마저 찾기 어려웠다. 물어물어, 버스 종점에서 15분 정도 걸어 내려가야 했다.

허전한 마음은 냉면이 달래줬다. 60년 전통의 ‘원미면옥’은 오랜 시간 볶아낸 메밀을 사용, 검고 굵은 면발이 특징이었다. 닭고기로 육수를 만들어 시원하면서도 MSG를 하나도 넣지 않은 건강한 맛을 자랑했다. 가격은 한 그릇에 6,000원.

가게가 붐벼 시내버스 여행 효과인가 하고 원미면옥 측에 물어보니 “식장산 여행객보다는 단골 손님 위주로 온다”며 시가 마련한 ‘시내버스 여행상품’과는 큰 영향이 없는 듯 했다.

▲ 산채비빔밥과 메밀전

보문산, 보리밥=대전이 한눈에! 버스 공원 앞까지…
식장산에서 보문산까지 63번과 802번 시내버스를 이용, 50여 분 달려서 도착했다.
환승에 애를 먹은 구간이다.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을 이용해 환승 도보 구간을 최소할 것을 권한다.
보문산 공원 입구. 뒤를 돌아보니 대전 원도심이 한 눈에 들어왔다. “고생해서 온 보람이 있구나” 싶었다.

산책로 가장자리에 줄지어 있는 나무들 길쭉하고 멋있게 뻗어 마음까지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한낮 뜨거운 햇볕을 적당히 가려주는 고마운 친구들이다.

보문산도 아쉽기는 마찬가지였다. 경사 높은 등산로를 시내버스 여행객이 선호할 것 같지 않으며, 보문산 공원 역시 경사지역까지 진입하는 자가용도 풍광에 어울리지 않았다.

보리밥 가게도 마찬가지다. 공원을 방문한 여행객들이 쉽게 찾기 어렵다. 진입로 입구까지 걸어와야 하는 수고로움이 필요하다.

정작 시내버스 여행 상품을 아는 시민들도 거의 없었다.
버스 탑승객 윤모 씨(42, 여)는 “시에서 시내버스 여행 스티커를 붙인 건 봤지만 누가 보리밥 먹으러 보문산까지 시내버스를 타겠나”라고 반문했다.

한 보리밥 집 주인 역시 “스티커는 붙였지만 보리밥 식당을 오랫동안 유지하고 상품화시키려는 시의 노력은 없는 것 같다”고 퉁명스러운 답을 던졌다. ‘대중교통 이용을 장려하기 위한 작은 이벤트성 사업인가’라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 수통골 등산로

수통골, 수제비=접근성 좋지만, 수제비는 어디에?
대학시절 단골 MT장소였던 수통골 가는 길. 허허벌판이었던 한밭대 인근에 아파트 단지가 형성돼 있었고, 하나 둘씩 건물들이 들어서고 있었다.

103번 버스 종점역에서 자그마한 천을 따라 올라가보니 한창 푸름을 자랑하고 있는 계룡산 국립공원이 보였고 이미 꽤 많은 방문객들이 등산을 하거나 한가로운 오후 산책을 즐기고 있었다. 주차장도 이미 자가용들로 꽉 찬 상황.

함께 시내버스를 타고 온 유성구 어은동 윤모 씨(56세, 여)는 “오늘은 버스를 이용했지만 대개 자가용을 이용한다”며 “시내버스 여행 홍보 스티커는 봤지만 등산을 하거나 휴식차 오는 사람들이 20분 거리를 40분, 50분 들여서 오겠느냐”고 말했다.

시에서 추천한 수제비를 전문으로 하는 가게도 없었다. 대부분 보양식 전문점에서 간단한 식사메뉴로 수제비를 판매하고 있을 뿐이지, 수제비를 대표음식으로 하는 가게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 동학사 입구

동학사, 산채비빔밥=여름 피서지로 제격일 듯
취재여행을 다니면서 가장 오래 걸린 코스. 동학사를 가는 유일한 버스 노선인 107번을 타고 20여 분쯤 달려 도착한 동학사. 입구에서부터 등산객들과 식당들이 눈에 들어왔다. 걸음을 멈출만한 고소한 부침개 향과 산뜻한 산나물들이 코끝을 맴돌았다.

마침 보이는 ‘천안 낙원 식당’에서 산채비빔밥과 메밀전을 주문했다. 기다리는 동안 계곡 물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눈을 감으니 ‘무릉도원’이 따로 없겠다 싶었다.

산채비빔밥과 메밀전은 기대이상. 인심 좋은 주인아주머니 덕에 도토리묵무침과 도토리전도 맛볼 수 있었고, 깔끔하게 나오는 밑반찬을 올려 비빔밥 한그릇을 뚝딱하니 기분 좋은 포만감이 밀려왔다.

아쉬운 점은 버스 노선이 부족하다는 점. 동학사 입구까지 107번 하나뿐이어서 많은 사람들이 환승을 필수로 해야 하는 불편함이 예상된다. 등산 성수기나 시에서 홍보한 벚꽃여행을 원활하게 운영하려면 버스 노선의 확충을 시즌제 식으로 도입하는 것이 효율적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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