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식의 이 한 구절의 힘] “가장 소중한 자신, 자기를 함부로 주지 말아라”
[이규식의 이 한 구절의 힘] “가장 소중한 자신, 자기를 함부로 주지 말아라”
  • 이규식
  • 승인 2016.06.04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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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주풀꽃문학관 앞뜰에 핀 꽃 사진=이규식

“가장 소중한 자신, 자기를 함부로 주지 말아라”

자기를 함부로 주지 말아라
아무 것에게나 함부로 맡기지 말아라
술한테 주고 잡담한테 주고 놀이한테
너무 많은 자기를 주지 않았나 돌아다 보아라

가장 나쁜 것은 슬픔한테 절망한테
자기를 맡기는 일이고
더욱 좋지 않은 것은 남을 미워하는 마음에
자기를 던져버리는 일이다
그야말로 그것은 끝장이다

그런 마음을 거두어들여
기쁨에게 주고 아름다움에게 주고
무엇보다도 사랑하는 마음에게 주라
대번에 세상이 달라질 것이다
세상은 젊어지다 못해 어려질 것이고
싱싱해질 것이고 반짝이기 시작할 것이다
자기를 함부로 아무것에나 주지 말아라
부디 무가치하고 무익한 것들에게
자기를 맡기지 말아라
그것은 눈 감은 일이고 악덕이며
인생한테 죄 짓는 일이다

가장 아깝고 소중한 것은 자기 자신이다
그러므로 보다 많은 시간을 자기 자신한테
주는 데 주저하지 말아야 할 일이다
그것이 날마다 가장 중요한
삶의 명제요 실천 강령이다.

- 나태주, ‘자기를 함부로 주지 말아라’ 전부

공주풀꽃문학관은 충청지역을 넘어 이제 전국적인 문화명소가 되었다. 적산가옥을 보수하여 아담하게 가꾼 작은 공간인데 나태주 시인의 시 ‘풀꽃’에서 유래한 이름만큼이나 주변 경관이며 내부 시설이 소박하고 평화롭다. 그리고 관장 나태주 시인의 따뜻한 안내와 이야기로 세상의 잡담함을 벗어나 삶과 시를 생각하는 힐링장소로 꼽을만 하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 나태주, ‘풀꽃’ 전부

▲ 이규식 <한남대 프랑스어문학과 교수,문학평론가>

[굿모닝충청 이규식 한남대 프랑스어문학과 교수] 1971년 등단하여 반세기 가까이 시작활동을 해오는 원로시인으로 이 ‘풀꽃’이 인구에 회자되면서 나태주 시인의 시와 삶은 더욱 크게 조명을 받게 되었다. 2007년 퇴임한지 10년이 되었지만 요즈음 전국 각지에서 쇄도하는 특강, 심사 등으로 분주한데 퇴직후 보람 있고 아름다운 노후를 보내는 모범사례로 꼽을만하다. 43년간 초등학교 교사, 교감, 교장으로 근무하면서 몸에 배인 자상함과 배려심 그리고 그림, 음악 등에도 두루 능통한 재능으로 풀꽃문학관에서는 협소한 면적을 뛰어넘는 교감과 소통이 이루어진다. 청소년부터 노년층에 이르는 방문객들을 아우르면서 시로, 문학으로 공감대를 이루는 순례지가 되었다. 시집에 자필서명을 해주는데만 10여분이 소요될 정도로 방문객 하나하나를 깍듯이 맞이하고 이야기를 나눈다.

‘자기를 함부로 주지 말아라’는 선생, 부모로부터 듣는 훈계의 연장 같지만 시편을 통해서는 고루하거나 상투성을 벗어난다. 판에 박힌 답답함을 찾기 어렵다. 새로울 것도 없고 내용에서도 상식수준이지만 그 울림과 여운은 오래 간다. 내재율의 적절한 리듬을 타고 흡사 나 자신에게만 해당되는 양 더러 뜨끔해지면서 지난 시간이 돌이켜진다. 자신을 결과적으로 상품화하거나 역동적인 삶, 자아성취라는 명분아래 너무 많이 노출시키고 여기저기서 소진시키지나 않았던가. 이 시를 나지막히 읽어보며 이제는 잡답한 세속의 일상에 머무는 시간을 조금은 줄이고 자신과의 대화를 깊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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