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듯한 월급에 대출까지… "그래도 희망은 있다"
빠듯한 월급에 대출까지… "그래도 희망은 있다"
[새해 40대들의 고민]카드값·보험료·자녀학비… 사는 게 아니라 살아지는 삶
  • 황해동 기자
  • 승인 2013.01.03 10: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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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의 가장 큰 고민은 돈과 직장이다. 돈과 직장 문제가 비단 40대에게만 해당하는 고민일까 마는… 자식은 커가고, 모아놓은 돈은 없고, 직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눈치를 봐야하는 시간이 많아지는 40대에게는 ‘돈과 직장’이 목을 죄어오는 거대한 족쇄다.

특히 월급봉투 두께가 고만고만한 월급쟁이들이라면 그 족쇄의 압박이 꽤나 견디기 힘들다는 것을 잘 알 것이다. 아파트 관리비, 학비, 보험료, 대출 이자, 세금, 카드 값… 내 통장에 머무는 시간이 갈수록 짧아지는 월급은 만져볼 수 없는 ‘사이버 머니’와 다를 바 없고, 경조사라도 많은 달이면 마이너스를 피할 길이 없다. ‘월급 빼고 다 오른다’는 말이 이만큼 절실하게 다가오는 때가 있을까?

갈수록 월급은 부족한데 그렇다고 다니는 직장을 때려치울 수도 없다. 나이가 만만치 않으니 젊었을 때처럼 ‘상품가치’가 높지도 않다. 용기도 점점 없어진다. 상사를 보필하고 치고 올라오는 부하를 경계하자니 힘에 부친다. 그만두고 싶지만 손에 쥔 게 없다. 아니꼽고 치사해도 어쩔 수 없다.

심하게 비관적으로 비유하자면 누구말대로 ‘생각하는 대로 사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는 대로 생각하는’ 삶이 곧 40대의 삶이다.

그러나 아직 용기와 희망을 잃을 때는 아니다. 커가는 자식들이, 인생의 동반자인 아내가 있다. 이들에게서 힘을 얻는다. 통장에 마이너스가 찍히더라도, 몸이 힘들고 지치더라도 나를 위해 또 처·자식을 위해 힘을 내본다.

그러자면 건강에 신경을 써야 한다. 나이가 그러하다. 정기적 건강검진도 받고 꾸준히 운동도 해야 한다.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스트레스와도 맞서야 한다. 술과 담배는 될 수 있으면 멀리하는 것이 좋단다. 직장, 돈, 건강, 가족… 신경 써야 할 일이 많다고 투덜거리지 말자.

이 월급으로 목돈은 언제?
대전에서 올해로 18년째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43세 이 모씨(서구 둔산동)는 300만원 남짓의 월급을 받는다. 맞벌이하던 아내가 직장을 그만둘 무렵 다행히 월급이 올랐지만 아이 둘 학비를 감당하려니 빠듯하다. 최근 직장을 옮기고 나서 꽤 오른 편이지만 아직 저축을 생각할 정도는 아닌 듯하다.

이 씨는 “대전의 신도심이라서 그런지 주변에 부자들이 많은 것 같아요. 아이들에게 많이 못해주는 것 같아 미안해요”라며 씁쓸해했다. 특히 요즘처럼 방학이면 해외여행을 떠나는 가족을 많이 본다. 아이가 아직 저학년이라 다행이지만 더 크기 전에 목돈을 모아야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다급해질 때가 많다. 새로 옮긴 직장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내기도 만만치가 않다.

결혼하고 싶어요!
30대 후반까지 공인회계사 공부를 하다가 그만두고 집에서 도움을 얻어 대전 유성구 노은동에 영어학원을 차린 박철현(가명. 44) 씨는 아직 미혼이다. 그의 가장 큰 고민은 결혼이다. 친구들은 벌써 학부모가 되고 자녀 입시 고민을 나누고 있는데 자신은 여자 친구도 없다. 연애할 겨를도 없이 공부에만 매달렸지만 결실을 거두지 못한 게 자책으로 남는다. 선 자리에도 몇 번 나가봤지만 ‘사랑의 작대기’를 맞추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박 씨는 “친구들 모임에도 점점 나가는 횟수가 줄어요. 공통된 주제가 없으니 재미도 없고, 친구들 걱정도 이제는 귀에 거슬리더라구요”라며 한숨짓는다.

마이너스 언제 탈피하나?
직장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는 경우도 많다. 주로 월급과 자리불안 문제다.
대전 동구 삼성동 이정혁(42) 씨는 “적어도 너~무 적은 월급은 오를 생각을 하지 않고 물가는 고무공 튀듯 쭉쭉 올라요. 5000원짜리 한 장으로는 점심 해결도 어려습니다”라며 “급한대로 아내 몰래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어 사용하고 있는데 갚을 길이 막막하네요. 들키면 끝장인데…”라며 말끝을 흐리고 괜히 맞지 않는 로또복권에만 화풀이다.

최창우(48) 씨는 월급 때문에 직장을 옮겼는데 자리가 불안해졌다. 20년 가까이 다녔던 전 직장에서는 나름 자리를 잡고 승진도 앞두고 있었는데 월급이 너무 적고 미래가 담보되지 않아 결단을 내렸다. 최 씨는 “전 직장에서 쌓아놓은 무형의 인센티브를 포기하면서까지 뭔가 새로운 전환점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뜻대로 되지가 않네요. 마음먹은 것보다 몇 배는 더 열심히 해야 할 것 같아요”라고 전했다.

직장이냐, 사업이냐?
직장을 그만두고 사업을 시작할까 고민에 빠진 43세 황 모씨. 주변에서 사업을 시작한 친구들이 만날 때마다 죽는소리다. 엄살이라고 생각했는데 경기 상황을 보니 진짜 죽는소리가 맞는 것 같아 월급쟁이인 자신을 스스로 위로하고 있다.

“사업하는 친구들이 자금 회전이 안 돼 어려운가 봐요. 사업 시작할까 고민이라고 했더니 손사래를 치더라구요. 하더라도 경기 좋아지면 시작하라고…” 그런데 월급쟁이 자신의 신세가 불행인지, 다행인지 더 큰 고민에 빠졌다.

가벼운 장바구니 무서운 영수증
40대 중반의 한 주부는 요즘 장보기가 겁난다. 두 아들의 무서운 식욕을 감당하기에는 식탁이 너무 한가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장바구니 물가가 더 겁난다. 마트에서나 시장에서나 몇 가지 집어 올리다 보면 10만원은 기본이요, 제사나 생일 등 행사 준비는 20만원을 훌쩍 넘긴다.

4식구 생일과 시어머니 제사, 시아버지 생신 등이 몰려 있는 9월 이후와 추석, 설 등 명절에는 가계부를 쳐다보기가 힘들다. 다른 건 다 오르는데 남편 월급은 몇 년째 그대로인 것 같다. 건강이 좋지 않은지 요즘 들어 부쩍 힘들어하는 남편에게 표시내기도 미안하다.

“생활비 때문에 대출이라도 받아야 하나?” 남편 몰래 대출을 받았다가 카드 돌려막기로 고생하고 있는 친구 생각에 그마저도 답이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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