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건강·노후대책… 여전히 미래 불확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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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50이상의 고민]베이비부머 세대 아직 경제 부담… 60·70대는 "짐 되기 싫어"
  • 이호영 기자
  • 승인 2013.01.03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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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50이상 60·70대 대전 시민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가장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50대 후반의 베이비부머세대들은 은퇴 후 일자리와 노후대책, 자녀들의 대학 학자금과 결혼 등 경제적인 부담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60-70대들은 건강에 대한 걱정이 가장 앞섰다. 혹시라도 중병에 걸려 가족들에게 짐을 지울까 하는 고민이다. 자녀들이 아직 경제적으로 자립을 한 경우도 많지 않아 자식들에게 의지하기도 부담스럽다. 홀로서기를 하고 싶지만 나이나 여건이 맞지 않아 생활고에 시달리는 경우도 있었다.

50대 “아직 아무 것도 준비가 안 됐다”
50대 중반의 주부 김 모(월평동·여·56) 씨는 건강과 앞으로 노후대책이 가장 큰 고민이다. 몇 해 전 갑작스런 위암 3기 진단으로 위를 3분의 2나 절개해 지금도 운동과 음식 등 꾸준한 관리가 필요한 상태다.

50대 후반의 남편도 직장에서 은퇴할 때가 가까워져 앞으로의 어떻게 생활할지 고민이다. 김 씨는 “내후년 남편이 퇴직을 앞두고 있어 장사를 하든지 새로운 일을 찾든지 해야 할 텐데 아직 결정을 하지 못했다”며 “큰 아들이 30대에 접어들었고, 20대 후반의 딸도 모두 결혼을 앞두고 있어 결혼비용으로 목돈이 나갈 형편이라 고민이 더 크다”고 털어놨다.

대학 교수인 조 모(만년동·남·53) 씨는 대학 졸업 후 바로 대학원에 진학해 박사학위를 받았지만 15년 넘게 시간강사 생활을 하며 근근이 살아오다 2년 전 겨우 지방대 전임강사직을 얻었다.

모아놓은 돈도 없고 아직 고등학생인 자녀 둘을 키우고 있다. 아내가 직장에 다니고 있지만 20평대 아파트를 장만하면서 받은 주택대출을 갚느라 형편이 빠듯하다.

조 씨는 “사립대 전임강사라고 해봐야 월급이 뻔하고 그나마 계약직이어서 언제 그만둘지 모르는 형편”이라며 “올해는 어떻게든 부교수로 승진해 신분이 안정됐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말했다.

공기업 직원인 최 모(송촌동·남·51) 씨는 낮에는 직장에 다니지만 밤에는 대리운전을 하고 있다. 아내도 공인중개사를 하고 있어 생활이 어려운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미래를 위해서 부업을 하고 있다. 아직 아이들이 대학교에 다니고 막내는 고등학교에 다닌다. 가정도 화목하고 아이들도 큰 탈 없이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하지만 최 씨는 “40대 때는 일하느라 정신없었는데 50대가 되고 보니 이제 앞으로 가정을 어떻게 꾸려나가야 할지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며 “몸이 건강할 때 한 푼이라도 더 벌어 든든한 울타리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대리운전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60대 “배우자 건강·자식 뒤치다꺼리 벅차”
가정주부인 이 모(만년동·여·65) 씨는 5년 넘게 병상에 누워있던 남편이 2년 전 세상을 먼저 뜨면서 38살의 아들과 단둘이 살고 있다. 하지만 아들은 회사일로 늘 아침 일찍 출근해 밤늦게 들어오기 때문에 집안에서 혼자 지내는 시간이 대부분이다.

막내딸은 벌써 출가해 외손자도 봤지만 41살인 큰아들도 아직 결혼을 안 하고 타지에서 혼자 지내고 있어 눈만 뜨면 늘 걱정이 앞선다.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 한 마리가 유일한 친구”라는 이 씨는 “올해는 두 아들이 꼭 결혼을 했으면 하는 게 가장 큰 소망” 이라고 말했다.

역시 가정주부인 최 모(월평동·여·67) 씨는 몇 해 전부터 큰딸이 이혼하면서 남편과 함께 외손자를 도맡아 키우고 있다. 근처에 사는 딸은 직장에 출근하기 전 아이를 맡기고 저녁에야 찾아간다. 유치원에 다니는 외손자 때문에 한시도 개인시간을 갖기 어렵다.

최 씨는 “아직 젊은 나이에 이혼한 딸을 보고 있자니 늘 가슴이 아프다”며 “재혼이라도 했으면 좋겠는데 본인은 그럴 생각도 없고, 아이는 커가고 걱정”이라고 말했다.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장 모(신성동·남·62) 씨는 요즘 심각하게 귀농을 고민 중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생활비 벌이는 됐지만 최근 들어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수입이 줄어 가게 임대료 내기도 빠듯하다. 나이는 먹어가고 자영업을 하다 보니 변변한 노후대책도 없다. 더구나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자식까지 두고 있어 앞으로 생활이 막막한 상태다.

장 씨는 “20년 전 자식들 교육을 위해 대전으로 이사를 왔는데 도시생활이라는 게 수입은 적고 여기저기 돈 들어가는 일 뿐”이라며 “고향 논산에 부모님이 남겨주신 땅이 조금 있는데 차라리 텃밭이라도 가꾸며 사는 게 낫다 싶어 귀농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70대 “움직일 수만 있으면 자식들에게 짐 되기 싫어”
올해 70대 후반의 김 모(만년동·여·78) 할머니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매일 아침 8시면 어김없이 집을 나와 버스를 타고 대전근교에 있는 텃밭으로 출근을 했다. 소일거리 남아 채소를 키우는 게 낙이자 직업인 것이다. 요즘은 날씨가 추워 아파트 경로당에 나간다.

자식들과도 떨어져서 홀로 지낸지가 10년이 넘었지만 아직 건강이 허락하는 만큼 자식들에게 기댈 생각이 없다.

김 할머니는 “지금은 괜찮은데 혹시라도 내가 치매라도 걸리면 자식들에게 짐이 될까 그것이 가장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70대 양 모(둔산동·여·73) 할머니는 남편이 병을 앓고 있어 집밖 출입을 전혀 못한다. 건강하게 다시 일어났으면 좋겠지만 그럴 형편이 못된다.

양 할머니는 워낙 활달한 성격에 경로당도 나가야 되고 이웃들 집에 마실도 다녀야 하는데 삼시 세끼 식사를 챙겨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답답한 것이 이만저만 아니다. 자식들이 매달 생활비를 대주고는 있어 그나마 걱정은 없다. 그렇다고 자식들과 함께 살자니 불편이 클 것 같아 그것은 싫다.

양 할머니는 “나이를 먹어 부부가 모두 건강한 사람들을 보면 늘 부러운 마음이 든다”며 “남편이 얼른 자리를 털고 일어나 함께 여행도 다니며 늦게나마 젊어서 누리지 못한 행복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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