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어린이·부모들의 천국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
장애어린이·부모들의 천국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
[기획-‘대전어린이재활병원 건립’ 기적을 현실로] ③국내 첫 어린이재활병원을 가다
  • 이호영 기자
  • 승인 2016.06.28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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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의 가장 큰 관심과 보살핌을 받아야 할 중증장애어린이들이 의료 사각으로 내몰리고 있다. 변변한 전문치료시설은커녕 이들을 보살펴줄 시설도 터무니없이 적다. 그나마 대도시엔 일반병원에 외래로라도 다닐 수 있지만 시·군 단위로 내려가면 아예 간단한 재활치료도 받을 수 없다.

중증장애아들은 꾸준한 재활치료를 받지 않으면 근육경화가 심화되면서 자칫 생명에 심각한 위협을 받을 수 있다. 부모들 입장에선 위험을 무릅쓰고 2~3시간씩 승용차를 끌고 하루 서너 곳씩 이 병원 저 병원 전국을 떠돌아다닐 수밖에 없다.

정부고 지자체고 어른과 노인들을 위해서는 각종 요양병원과 전문병원을 짓는다고 난리를 피우면서도 유독 중증장애아들에겐 무관심으로 일관한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은 잠재적 장애인이나 마찬가지다. 나와 내 아이에게도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대전에 왜 어린이재활병원이 필요하고 건립을 위해선 무엇을 해야 하는지, 국내 및 해외사례등을 종합해 6~7회에 걸친 시리즈를 시작한다.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 전경

[굿모닝충청 이호영 기자] 우리나라에도 이런 어린이재활병원이 있나 싶었다. 이달 초 대전에도 중증장애아동을 위한 낮병동이 운영되고 있다고 찾아간 어린이재활센터는 그야말로 ‘쪽방’ 수준에 불과했다.

1만여 명의 시민과 500여 개 기업, 지자체에서 사랑의 힘을 모아 세워진 장애어린이의 꿈과 희망을 담은 ‘기적의 병원’. 지난 주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국내 첫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을 찾았다.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 1층 로비

지난 4월 28일 개원한 푸프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은 중증장애어린이의 치료와 재활, 교육, 사회복귀를 목표로 국내 최초 시민과 기업,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기부로 건립됐다.

지하 3층~지상 7층 규모, 연면적만 1만 8000여㎡에 달하는 이 병원은 입원 병상 91개, 낮 병상 40개를 비롯해 재활의학과·소아청소년과·정신건강의학과·치과 등 4개 진료과와 물리·작업·언어 재활치료센터를 비롯해 병원학교, 수영장, 문화교실, 직업재활센터, 어린이도서관, 다목적홀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장애어린이를 포함한 지역 주민까지 하루 500명, 연간 15만 명이 이용할 수 있다.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 설립에 동참한 기부자 명단

2005년 ‘장애인과 가족이 믿을 수 있는 재활병원을 만들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비영리공익법인 푸르메재단과 구성원들이 무려 10년 간의 땀과 노력, 눈물로 이루어낸 성과였다.

2009년 재활병원 건립 선포식 이후 1만 여 명의 시민들이 ‘만원의 기적’ 모금에 동참했고, 500여 개의 기업도 후원에 나섰다. 그 외 오픈 기부와 학교 저금통 모금행사 등을 합하면 총 기부자는 2만 5000명, 기부액도 440억 원에 달한다.

특히 2014년 게임회사인 넥슨(NEXON)이 건립기금으로 200억 원을 선뜻 기부한 것은 병원설립이 가능했던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병원 관계자 역시 “당시 우리가 넥슨 만나지 못했다면 아직도 기금을 모으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각종 기구가 마련된 치료실

기부자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원래 7월 오픈 일정을 3개월 앞당겨 아직 입원병동은 개원하지 않았지만(8월 예정) 4개 진료과와 낮병동 등 나머지 시설은 이용자들의 대만족 속에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고, 병원학교도 순차적으로 오픈할 계획이다.

병원 측은 무엇보다 “공급자 위주의 운영보다는 부모들과의 소통을 통해 고객이 편리하고, 어린이들이 좀 더 좋은 환경에서 치료받을 수 있도록 시설과 프로그램을 채워나가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현재 시설만으로도 병원이라기보다는 장애 어린이와 가족을 위한 맞춤형 치료와 교육, 재활을 원스톱으로 병행할 수 있는 ‘장애인회관’과 같았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휠체어로 이동하는 점을 고려해 통로폭을 일반 병원의 2배로 넓힌 것은 물론, 통행불편을 없애기 위해 각 층에 휠체어 주차장을 따로 마련했다.

발달치료센터

언어·놀이·음악·작업·행동 등 분야별 전문성을 더한 치료실은 물론 외래진료센터와 직업재활센터, 휠체어를 타고 찍을 수 있는 엑스레이 장비, 널찍한 베드, 야외운동을 가능케 한 옥상정원, 로비 중앙에 마련된 놀이와 재활을 겸한 휴게시설도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또한 건물 중앙으로 햇빛이 관통하도록 만든 테라스, 3개 가정이 함께 머물며 지낼 수 있는 생활형 병실, 부모들이 치료시간 따로 휴식을 취할 수 있게 한 로비, 부모·어린이·주민까지 함께 모여 식사를 할 수 있도록 한 식당, 계단 추락을 방지하기 위한 안전문, 벽면을 가득 채운 재능기부자들의 알록달록한 그림 등 어느 것 하나 세심하게 신경 쓰지 않은 부분이 없었다.

병원 이용자, 주민 모두에게 개방된 어린이도서관

특히 1층에 위치한 어린이도서관은 병원 바로 옆에 위치한 초등학교 학생들과 부모들이 수시로 이용하고 있고, 지하 1층 수영장에서는 학교 수영수업을 진행해 비장애 어린이들이 장애에 대한 편견을 갖지 않고 스스럼없이 몸과 마음을 나누는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

채 2개월밖에 안 돼 아직 시설이 완전히 갖춰지지 않고, 다소 시스템이 지연되고 있는 부분이 있지만 병원 이용자들은 치료환경과 기구, 환경에 대해 “너무 편하고, 좋다”며 큰 만족을 표시하고 있다.

병원에 소속된 4개 과 의료진이 양심에 따라 최선을 다해 진료하고 장애정도에 따라 낮병동과 입원병동, 외래치료를 결정하는 시스템도 신뢰를 쌓는 부분이다.

푸르메재단 고재춘 실장

이러한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의 성공 개원에 대해 푸르메재단 고재춘 실장은 “지난 10년 말로는 다 표현하기 힘들 만큼 어려운 과정을 겪었고, 운영자금을 채우는 부분에서도 고민이 많다”며 “하지만 국내에서 처음으로 민간차원에서 만들어진 병원인 만큼 잘 운영될 수 있다는 선례를 보여야 국가와 지자체에서도 장애인복지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사명감이 막중하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사실상 일반 시민들의 기부로 병원을 짓는다는 게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고, 푸르메재단의 경우 다행히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활로가 뚫렸지만 결국 장애인복지 문제는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야 할 문제” 라며 “장애인구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상황에서 앞으로 국가가 지불해야 할 사회적 비용을 생각하더라도 장애 어린이들이 경제활동과 생산활동을 할 수 있도록 조기에 치료·재활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진 치료대기실

이런 측면에서 고 실장은 성인재활병원과 마찬가지로 정부가 권역별로 최소한 1곳씩은 어린이재활병원을 설립해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장애 어린이들은 지속적으로 치료받지 않으면 심한 경우 생명에까지 위협이 될 수 있는 특수성을 가지고 있는데, 공간은 적고 치료받을 데는 없으니 장똘뱅이처럼 전국을 전전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 뒤 “교육은 100년 대계라 하고, 의료는 아이들이 살기 편하고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있는 것처럼 똑같은 세상에 태어난 장애어린이들도 동등한 혜택을 누리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느냐”고 당위성을 설명했다.

놀이와 재활을 겸한 휴게시설

한편, 고 실장은 대전어린이재활병원 추진 문제와 관련 “서울의 경우 환경이 다소 나은 부분이 있지만 지방의 경우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만으로 병원을 설립하기는 어려움이 많을 것” 이라며 “결국 대기업 참여나 정부·지자체의 지원을 이끌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 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그는 “스마트폰은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현실에선 이루어질 수 없는 꿈같은 얘기였지만 결국 그렇게 됐다”며 “어린이재활병원 역시 꿈을 향해 한걸음씩 가다보면 곧 현실이 될 날이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 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장애어린이들을 위해 맞춤형으로 제작된 입원병동 침대
다양한 재활기구들
음악치료실 내부
직업재활센터 작업공간
병원 내 설치된 치과
인근 초등학교 학생 수업공간으로도 활용되는 수영장
산책과 운동을 즐길 수 있는 옥상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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