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호의 극동러시아 기행] ①시베리아횡단철도의 시작 블라디보스토크
[임영호의 극동러시아 기행] ①시베리아횡단철도의 시작 블라디보스토크
  • 임영호 코레일 상임감사
  • 승인 2016.07.13 15:20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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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각계 300명으로 구성된 ‘유라시아 횡단 친선열차 원정대’는 광복 70주년을 맞아 7월 14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출발해 모스크바, 베를린까지 19박 20일의 대장정을 펼쳤다. 당시 박근혜정부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구상 현실화 임무를 띤 원정대는 유라시아 각국의 주요 도시를 경유하며 세계 경제현장을 돌아보고, 대한민국 철도산업 발전을 미래를 구상했다.

당시 나는 아쉽게도 북경을 거쳐 몽골에서 본진에 합류했다. 그 뒤로 시베리아횡단철도의 동단이자 우리 민족의 아픈 근현대사를 간직한 블라디보스토크는 내가 꼭 가봐야 할 곳이 됐다. 그리고 1년이 지나 나는 그 자리에 섰다. 지난 6월 4일부터 7일까지 4일간의 여정을 기록으로 남긴다.

 

6월 4일 나를 블라디보스토크로 보내준 오로라 비행기

2016. 6. 4. 아침 일찍 일어났다.
중요한 일정이 있으면 잠을 제대로 이룰 수 없다. 마음이 먼저 저만치 가면 몸은 따라 가려고 바쁘다. 블라디보스토크를 가기 위하여 배움의 빈 여행 가방을 메고 6시 42분 대전역에서 출발하는 인천공항으로 향하는 열차를 탔다. 하늘에 구름은 있으나 단비를 기대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블라디보스토크를 가는데 배편을 이용할 수도 있다. 동해시에서 일주일에 한번 블라디보스토크로 출항한다. 만 24시간이 걸린다.

인천공항에서 중국 관광객은 여전히 갑이다. 치킨과 맥주를 먹으며 크게 떠들어도 밉지가 않았다. 이런 불경기에 그들이라도 있으니 천만다행이다. 더군다나 큰 보따리는 마음을 흐뭇하게 한다.

블라디보스토크 행 12시 50분 러시아항공을 탔다.
비행기명은 오로라이다. 오로라는 가장 놀라운 신비스러운 자연현상이다. 우리의 무지개와 같다. 제주항공과 비슷한 격의 오로라 항공사의 비행기는 북한 영공을 지난다. 이것이 이점이라면 이점이다. 우리 비행기를 타는 것보다 50여 분 빨라 2시간 정도 걸린다.

비행기 안을 둘러보니 러시아인은 없었다. 온통 우리나라사람 뿐이다. 게다가 젊은 대학생 또래가 대부분이다. 러시아어 전공 학생이 자유여행하면서 대학에서 배운 러시아어를 사용하고 싶어서 가는 것 같은 분위기이다. 사람에게 필요한 땅은 많다.

톨스토이와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들

나에게 러시아는 호기심이 발동하는 나라다. 문학을 통하여 이해했다. 톨스토이와 도스토예프스키 소설들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한다. 죄와 벌, 인간윤리, 폭력과 성스러움과 같은 어려운 철학적인 주제와 신과 같은 형이상학적인 문제를 소설에 담고 있다. 소설 속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을 곰곰이 생각하면 ‘나의 소중한 삶, 어떻게 살 것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시베리아 횡단철도가 시작된다.
오후 4시. 비행기는 정시에 도착했다. 현지 시계로는 오후 5시이다. 하늘은 여전히 코발트빛이다. 블라디보스토크는 ‘동방을 지배한다.’는 뜻이다. 자신들이 강국이라는 자부심이 있다. 조금은 건방지다. 국가라는 존재는 성찰이라는 말도, 겸손이라는 단어도 어울리지 않는다. 오직 정의라는 이름의 행동뿐이다.

부산항 같은 블라디보스토크

블라디보스토크는 러시아의 유일한 얼지 않는 항구다. 이 항구를 얻기 위하여 얼마나 노력했는가. 마지막 짜르, 니콜라이 2세의 꿈에서 시작되었다. 배가 정박하는 해안가 쪽을 제외하고 나머지 뒤로는 경사가 있는 산비탈이다. 가파른 산비탈에 건물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는 모양이 우리나라의 부산항을 연상케 한다.

1903년 시베리아철도가 블라디보스토크까지 들어왔다. 러시아는 미개척지인 시베리아를 개발하기 위하여 철도를 건설했다.

혁명광장

공항에서 내리자마자 가이드는 도심지로 안내했다.
1시간 정도 가서 내린 곳이 혁명광장이다. 10년 전 개봉한 장동건, 이정재 주연의 영화 ‘태풍’의 촬영지이다. 광장은 늦가을처럼 스산했다.

작다고 느낀 개선문이 있었고 러시아의 주요 도시 마다 꼭 있는 전사자들을 위한 참전비와 충혼탑이 있었다. 그 가운데에서 불타고 있는 ‘영원의 불꽃’은 늘 꺼지지 않는다. 참전 사망자 명단이 궁금했다. 전부다 그 지역 출신들이라고 한다. 고려인들도 있을 것 같았다. 러시아어는 까막눈이라 확인하지는 못했다.

영원의 불꽃

전쟁에서 죽은 사람들의 영혼을 달래는 작지만 아름다운 러시아 정교회의 예배당이 맨 꼭대기에 자리 잡았다. 강한 나라는 왜 강한 나라인지 그 이유를 설명해주는 것 같았다. 국가는 참 위선적이고 영특하다.

러시아 정교회 예배당

2차 세계대전 당시 전쟁에 투입됐던 잠수함이 기념비처럼 덩그러니 있고 얼마 되지 않은 거리에 러시아 극동 함대사령부가 위치하고 있었다. 무슨 전쟁유적이 이렇게 많을까? 계몽주의 시대이후 신의 자리에 인간의 이성이 자리 잡았지만 여전히 탐욕스럽다. 신이 인간을 훈계하지 않으면 싸움 잘하는 짐승처럼 될 수 있다.

언뜻 나폴레옹이 괴테를 만나고 나서 한 말이 생각났다. “펜이 칼보다 강하다.” 나폴레옹은 말했다. 그럴까? 일반적으로 무가 문보다 강하다는 뜻일 게다. 괴테에 한하여 예외를 말한 것이다.

잠수함

5시 밖에 되지 않았는데 꽤 쌀쌀한 느낌이 든다.
기온을 보니 20도다. 아침에는 더 내려 간다고 한다. 지나가는 행인들을 보니 아직도 두꺼운 옷을 입고 있었다. 우리 일행들은 너도 나도 트렁크에서 바람막이 옷을 꺼내 입었다. 이곳에는 골프장이 없다고 한다. 잔디가 자랄 만큼 따뜻한 시간이 없다.

버스로 이동하면서 창밖을 보았다. 우리와 비슷한 풍경이다. 블라디보스토크에는 공장이 없다. 우리나라에서 미세먼지에 시달려서인지 맑은 공기가 부러웠다. 가끔 LG광고가 보인다. 해외에 나와 우리나라 광고를 보니 반갑다. 이곳 사람들은 LG제품이 비싸서 사지 못한다고 한다.

숲속에 비석이 간간히 보인다. 마을주민 공동묘지이다. 나무를 자연그대로 놓고 사이사이에 화장을 하여 묻고 비석을 세운 것 같다. 묘지는 인간세계 가까운 곳에 있어야 한다. 우리는 죽음을 통해 삶을 생각한다.

화물열차가 기다란 뱀 꼬리 모양으로 지나간다.
러시아 철도는 주 수입이 화물에서 나온다. 1만km 되는 장거리에는 열차만한 것이 없다. 우리나라 서울-부산 간 철도의 연장길이는 500km가 채 안 된다. 만성적자일 수밖에 없다. 화물차로 운송하는 것이 편리하고 경제적이다. 화물열차가 시베리아를 횡단하여 유럽까지 갈 날을 기대해 본다.

현지식 저녁식사

저녁메뉴는 현지 식이었다. 감자, 하나로 된 커다란 식빵, 보드카가 차려졌다. 시끄러웠다. 신나게 떠드는 소리는 우리 못지않다. 생일 축하모임을 하고 있었다. 테이블에 가서 축하인사를 했다. 그들이 뜻밖의 축하에 반겼다. 우리에게 북한사람인지 남한사람인지를 물었다. 남한 사람이라고 말하자 부산을 안다고 했다. 선원으로 와 본 모양이다. 우리와 무관한 자는 아무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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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운 2016-07-15 23:15:14
임감사님 ! 유라시아 철도여행 하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장준근 2016-07-14 20:41:47
시베리아를 횡단하여 유럽까지 가는 그날을 위하여 화이팅~! ^^*

채재학 2016-07-14 00:03:51
선배님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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