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 어린이집 가보니…보육정책에 보호자·보육교사 모두 힘들다
[시민기자] 어린이집 가보니…보육정책에 보호자·보육교사 모두 힘들다
  • 이종훈 시민기자
  • 승인 2016.07.13 17:45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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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부터 맞춤형 보육제도가 시행되며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일부 보호자들은 곤욕을 치르고 있다.

대전 서구에 소재한 한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한 보호자는 13일 오후 3시경 자신의 아이를 데리러 가기 위해 어린이집을 찾았고 그곳에서 원장과 보육교사가 하는 얘기를 듣게 되었다.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상당수의 어린이들이 종일반이 아닌 맞춤반을 이용하기 때문에 어린이집 운영이 힘들다며 어떻게 해서든 종일반을 신청할 수 있도록 보호자들을 설득하라는 말이었다.

심지어 어린이집 관계자가 보호자와 함께 주민센터에 함께 방문하여 종일반 신청을 하려다 자격이 되지 않는 다는 담당공무원의 얘기를 듣고 투정을 부렸다는 것이었다. 문제는 이런 유형이 전반적인 어린이집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한 보호자의 말에 따르면 "맞벌이 집이 아니라 제가 육아를 보고 있는데 오후3시가 되면 아이를 데리러 어린이집에 가는데 그때마다 원장을 만나면 눈치가 보이곤 해요. 단지 종일반이 아닌 맞춤반을 이용해서만은 아닐 테지만 왜 종일반 신청을 하지 않느냐며 저에게 묻곤하죠. 사정이 이만저만해서 해당사항이 없다고 말을 했지만 남편 앞으로 있는 사업자에 취업했다는 서류를 작성해 보라며 허위신청을 강요하기도 했어요"라고 불편한 속내를 밝히기도 했다.

보건복지부는 맞춤형 보육제도의 안착을 위해 어린이집 현장점검에 나선다고 했다. 맞춤형 보육제도는 0~2세반(만 48개월 이하) 영아에 대한 보육 체계를 맞벌이 가구 등은 하루 12시간까지 이용할 수 있는 ‘종일반’으로, 홑벌이 가구 등은 하루 최대 6시간에 필요할 경우 월 15시간 긴급보육바우처 추가 이용이 가능한 ‘맞춤반’으로 이원화하는 것이다. 이달 11일부터 29일까지 현장점검 등을 벌여 이런 부정행위를 발견하면 시정명령, 운영정지 등의 행정처분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종일반을 이용하는 보호자도 불편한 것은 마찬가지다. 종일반을 이용하는 한 보호자는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또래 친구들이 대부분 종일반이 아닌 맞춤반을 이용하다보니 제가 퇴근하고 아이를 데리러가보면 친구들이 없고 제 아이만 덩그러니 남아 저를 기다리고 있다. 미안한 마음도 들고 안쓰럽기는 하지만...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그런데 갈 때마다 눈치가 보인다. 우리 아이만 남아 보호를 받고 있는데 퇴근도 못하며 우리 아이를 보는 선생님들은 그런 내색을 하지는 않지만 제 기분이 그래서 인지 미안한 마음만 든다. 정해진 보육시간표가 아직 없어서 종일반을 이용하기에 매우 당혹스러운 일"라고 말했다.

복지부는 종일반과 맞춤반 아이를 위해 종일반, 맞춤반 가정에서 희망하는 등·하원 시간을 조사하고, 조사 결과를 운영에 최대한 반영해 반·교사를 배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보육시간표도 계획하고 설정하라 지시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것은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보호자의 마음이다. 현실적인 대책이 강구되지 않은 상황에서 생계를 위한 가정의 보호자들은 무능한 정책에 시름할 뿐이다.

여기에 한 가지 더 문제가 되는 것이 보육교사들의 업무량과 늦은 퇴근시간이다. 종일반과 맞춤반에 대한 행정서류를 준비해야하고 이에 따라 교육을 진행함에 과다한 업무량과 늦은 퇴근은 보육교사들의 불평등한 처우라는 소리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한 보육교사는 "맞춤형 보육 정책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또 보육교사에 대한 처우는 생각치 않고 발표되는 보육정책에 대해 한심하다고까지 덧붙였다.

한 조사에 의하면 보육교사들의 평균 근무시간은 주당 55.1시간에 달하며 근로기준법 상 근로시간을 15시간 이상 초과하여 근무해도 초과근무수당을 받는 경우는 8.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근무조건과 만족도 조사에서도 5점 만점에 3점대로 나타났다.

정부가 제시한 보육정책에 양날의 칼이 서 있는 느낌이다.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보호자들이 느끼는 불편함과 아이를 돌보는 보육교사간의 팽팽한 긴장감이 있고 여기에 어린이집을 운영하기 위한 일부 부도덕한 원장들의 편법이 더해진 느낌이다.

이런 긴장감 속에 상처 받고 차별 받을 수 있는 우리 어린 아이들이 걱정만 된다. 정부는 보호자와 보육교사가 서로 이해할 수 있고 납득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 행복하고 아름다운 보육문화를 이루는데 중점을 둬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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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신 2016-07-15 12:06:04
일부 부도덕한 원장이 아니라 "폐원 위기에 몰려 전전긍긍하는 원장"이라 표현해야 맞아요. 왜냐하면, 아이들 모두가 종일형이고 반 정원이 꽉 차도 교사들에게 최저임금 밖에 줄 수 없는 보육료 수준인데, 반마다 정원이 꽉 찰 수 없어 살얼음판 운영중인데다가, 맞춤반이란 이름으로 보육료는 깎고, 교사들 잡무는 늘리는 정책이 나타났으니 평생 해온 사업을 접어야만 할 벼랑 끝에 내몰린 거죠.

김정희 2016-07-14 15:11:31
교사들도 맞춤반 아동이 많은 반은 운영상 힘들까봐 눈치가 보여요 저희도 만1세가 3명이 맞춤반이고 바우처사용도 하지않아요 단축 근무를 해야하는지.. 단축 근무도 할수 없고 저도 월급받고 생활하는 사람이라... 고민스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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