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식의 이 한 구절의 힘] “가장 절망에 찬 노래가 가장 아름답다”- 세기아 뮈세의 고백
[이규식의 이 한 구절의 힘] “가장 절망에 찬 노래가 가장 아름답다”- 세기아 뮈세의 고백
  • 이규식
  • 승인 2016.07.22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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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젠 라미, '10월의 밤', 1859, 프랑스 말메종 국립박물관 소장.

“가장 절망에 찬 노래가 가장 아름답다”- 세기아 뮈세의 고백

나는 힘과 삶을 잃었다.
친구와 쾌활함도 잃었다.
나의 재능이라고 믿게 하던
자존심마저도 잃어버렸다.

내가 진리를 알게 되었을 때,
그것이 나의 친구라 믿었다
내가 진리를 이해하고 느꼈을 때,
나는 벌써 거기에 싫증이 났다.

그러나 진리는 영원한 것,
그것을 모르고 살아 온 사람들은
이 세상에서 아무것도 알지 못한 셈이다.

신은 이야기 한다. 대답해야 한다고.
이 세상에서 내게 남은 유일한 재산은
몇번 울었다는 것 뿐이다.

- 알프레드 드 뮈세, ‘슬픔’ 전부

[굿모닝충청 이규식 한남대 프랑스어문학과 교수] 18세 되던 해 프랑스 낭만주의 문학 동아리 ‘세나클’에 소개되어 눈부신 재능과 조숙성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잇따라 발표한 빛나는 시편들은 그를 ‘세기아’로 부르게 만들었다. 연상의 작가 조르주 상드와의 격정적이었지만 불안했던 사랑은 결국 파탄으로 끝났지만 이 불행한 애정관계는 뮈세의 걸작인 ‘밤’ 연작 4편을 쓰게 하였다. 5월, 8월, 10월 그리고 12월의 밤 등 4편의 긴 시에서 시인은 사랑에 고통받는 시인의 독백, 시인을 위로하여 다시 시를 쓰도록 권면하며 힘을 주는 뮤즈와의 대화를 통하여 사랑에 버림받고 삶의 의욕을 잃은채 고민, 방황하는 시인의 내적 갈등을 섬세하게 노래하였다.

1840년 이후 이미 쇠진한 심신으로 작품을 거의 발표하지 못하고 무절제한 삶이 가져온 환멸에 싸여 곤궁한 세월을 보낸 후 세상을 떠났다. 그 당시 유럽의 특징적인 여러 사회, 심리현상을 온몸으로 구현했던 이 ‘세기아’는 결국 타고난 능력의 과잉, 초기에 경험한 넘치는 기대와 환대, 그리고 스스로의 퇴행적 감상성향으로 성년 이후 연이은 불행을 온전히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특히 조르주 상드와의 격정적인 사랑과 이탈리아 베니스로의 도피, 거기서 맛본 결정적인 배신과 환멸은 그를 고통의 시인, 슬픔의 시인, 절망의 시인으로 성장시켰으나 삶의 의지와 열망, 힘을 결정적으로 무너뜨렸다.

천부의 감성과 재능을 지녔음에도 때이른 창조능력의 고갈은 시인의 삶이 그려온 무절제한 궤적과 의지박약 등으로 인하여 때이른 쇠퇴로 이끌었던 것이다. 서른 살 이전에 이미 지적, 정서적 창조력이 거의 멈춰버린 천재시인의 고통과 슬픔의 고백은 19, 20세기를 가로질러 지금에까지 메아리친다.
온갖 충격과 자극에 노출되어 어지간한 일에는 감정이 무디어지도록 종용하는 이즈음 가장 슬프고 절망에 찬 노래가 가장 아름답다는 뮈세의 체험적 토로에 귀기울인다. 눈물이 메말라가는 세상 울음이 점차 사라지는 사회, 물질적인 풍요속에서도 점차 내면의 소통과 섬세한 반응에는 무디어져 가는 우리에게 이런 시는 어떤 울림을 줄까.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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