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서울 ‘하이힐 장학사’ 재판되나
2009년 서울 ‘하이힐 장학사’ 재판되나
매관매직 최고위층까지 번질지 관심 집중
  • 한남희 기자
  • 승인 2013.01.11 14: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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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2월 서울 한복판 길거리에서 서울시교육청 소속 고모(여) 장학사가 동료 임모 장학사를 하이힐로 내리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회식자리에서 불거진 감정싸움에 의한 단순폭행 사건으로 끝날 뻔 했던 이 사건은 몇 달 뒤 ‘서울시교육감 구속수감’이라는 메가톤급 파장을 몰고 왔다. 당시 고 장학사는 폭행관련 경찰조사를 받으면서 자신이 장학사 시험을 치르는 과정에서 임 장학사에게 2000만 원의 뇌물을 줬다는 진술을 했다. 술이 깬 다음날 이들은 서로의 처벌도 원치 않고 고 장학사는 뇌물 관련 진술을 번복하려 했지만 이미 살은 시위를 떠난 뒤였다.

서울 서부지검의 본격적인 수사로 서울시 교육청의 관행적인 매관매직 비리행태가 만천하에 알려졌다. 결국 고위직을 포함한 교육청 직원 39명이 기소됐다. 매관매직 먹이사슬의 가장 높은 자리에는 공정택 교육감이 앉아 있었다. 공 교육감은 교육청 고위 간부로부터 승진 자리를 봐 주는 등의 대가로 모두 1억 4600만 원을 받은 사실이 인정돼 그 후 대법원에서 징역 4년 벌금 1억 원, 추징금 1억4600만 원의 확정판결을 받았다.

공 교육감은 교육정책국장에게 100만 원을 받은 사실이 밝혀지자 2010년 5월 “100만 원은 뇌물로 생각하지 않는다”라는 말을 남겨 주변으로부터 집중포화를 맞기도 했다.

장학사 ‘공시가격’은 2000만원

최근 충남교육청에서도 불거진 장학사 시험문제 유출사건 역시 서울 교육청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서울 교육청의 경우 시험문제 유출은 아니었지만, 선발 평가 항목 중 하나인 현장실사평가(30점) 점수를 잘 받게 해주겠다는 명목으로 관련 장학사가 응시자로부터 2000만 원을 받았다. 일부는 1000만 원을 건네기도 했지만, 충남교육청과 같이 기본금액은 2000만 원이었다.

우연의 일치겠지만 '39'라는 숫자도 두 사건에서 공통적으로 나온다. 당시 검찰에 기소된 서울시교육청 장학사와 직원이 39명인데, 이번에 충남지역 장학사 시험에 합격한 인원이 39명(유초등 20, 중등 19)이다. 물론 이들 모두가 범행에 가담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이지만, 1차 수사대상인 중등부문 합격자 19명 중 15명이 구속된 노모(47) 장학사와 접촉한 정황이 드러났다.

특히 서울과 마찬가지로 이번 충남 사건 역시 단순히 시험문제 유출이 아닌 평가과정에서의 윗선 개입여부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럴경우 장학사 시험은 응시과정에서 단순한 시험문제 거래가 아닌 매관매직을 위한 하나의 제도적 장치에 불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응시 장학사들 추가 폭로 이어질까

서울교육청이 ‘하이힐 장학사’로 사건이 알려졌다면 충남교육청은 지난 8월 첩보를 입수한 경찰이 내사를 시작한 뒤 11월 2명의 장학사를 압수수색하면서 혐의가 나오기 시작했다. 현재 충남경찰은 응시자들과 접촉해 돈을 요구한 노모 장학사와 돈을 주고 시험문제를 전달받아 합격한 김모(47) 교사를 구속했다. 수사대상 중 한 명 였던 출제위원 박모(47) 장학사는 지난 8일 음독자살을 기도, 병원 치료도중 11일 오전 숨졌다.

박 장학사의 사망으로 연결고리를 캐내려던 경찰 수사에 일정부분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경찰은 당시 응시생 중 추가로 2명에게 가담했다는 진술을 얻어냈지만, 나머지 교사들로부터는 추가 진술을 받아내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찰은 자진해서 진술하는 응시생들에게는 관련기관들과 함께 최대한 선처를 하겠다고 공표했지만, 처벌을 두려워해 대부분이 입을 다물고 있다.

강압에 의한 것으로 선처 가능할까

서울시교육청 ‘하이힐 장학사’ 사건에서 “현장실사 평가를 잘 받게 해 줄 테니 돈을 달라”는 임모 장학사에게 500만 원을 준 응시생 임모 교사는 당초 2010년 6월 교육청으로부터 파면징계를 받았지만, 그해 12월 행정소송을 통해 파면취소 처분을 받아냈다.

서울행정법원은 “장학사가 달라는 돈을 주지 않을 경우 불이익을 받을 것을 우려한 점이 인정됨으로 파면처분을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장학사의 강압에 못이긴 점과 더 많은 액수를 주고도 3개월 감봉처분을 한 다른 교사와의 징계형평성도 고려한다“고 밝혔다. 공정택 전 교육감 시절 일부 장학사들이 인사를 미끼로 일선 교사들에게 노골적으로 돈을 요구하고 이를 상급자에게 전달한 구조적 비리에서 임씨는 희생자라는 점을 참작한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앞서 임 장학사에게 1000만 원을 바친 노 모 교사에 대해서는 감봉 3개월 징계처분에 그쳤다. 검찰수사에 적극 협조했다는 이유였다. 이를 놓고도 의견이 분분하다. 서울시교육청 내규에 따르면 500만원 이상의 금품비리를 저지른 교사는 해임이 아닌 파면에 처하게 돼 있다.

하지만 시교육청이 검찰 수사협조 이유를 들어 자체적으로 징계를 감면해줄 수 있느냐는 점 때문이다. 결국 노 씨에 대한 감면징계가 임 교사의 행정소송에도 영향을 미쳤다.
당시 재판부는 “수사에 적극 협조한 점은 형사법정에서 법관이 피고인의 정상을 참작하는 것으로 족하고, 교육청이 징계사유로 삼을 때까지 고려해야 할 사항은 아니다”며 징계의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임 교사의 취소처분을 받아들인 것이다.

지난 5일 구속된 충남교육청의 노모 장학사에 해당되는 서울 임모 장학사는 당시 임 교사를 포함해 네 명의 교사에게 모두 4600만원을 받아 이 가운데 일부를 당시 공정택 교육감의 측근에게 상납한 것으로 밝혀졌다. 구속된 임 모 장학사는 재판정에서 “당시 최고 윗분(공정택 교육감)이 재판 중이라 짧은 소견에 비용이 들어간다고 생각해 돈을 받아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임 장학사는 실형을 선고받았다.

충남교육청 사건에서 추가로 응시생 중에 자진해서 사건관련 진술을 할 인물이 나올지는 미지수다.
자수할 경우 강압에 의한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인정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내부고발에 해당할 수도 있기 때문에 파면이나 해임까지는 가지 않을 수 있다. 현행 공무원 법에는 내부고발 때문에 신고자의 범죄가 드러나도 신고자에 대해서는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하고 공공기관의 징계 처분에 대해서도 같은 규정을 준용토록 하고 있다.

하지만 며칠 동안 추가 진술자가 나오지 않는 것을 보면 '안 걸리고 넘어갈 수도 있는데 긁어 부스럼을 만들 수도 있다'는 얄팍한 생각이 이들의 저변에 깊게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찰이 이번 비리사건의 전모를 밝혀내기 위해 어떤 묘수를 쓸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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