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고민 Q&A] 노인이 노인을 모시며 살고 있는데
[어르신 고민 Q&A] 노인이 노인을 모시며 살고 있는데
  • 임춘식
  • 승인 2016.08.05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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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춘식 前 한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사)노인의 전화 대표이사

[굿모닝충청 임춘식 前 한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Q. 저는 71세 임에도 불구하고 할 수 없이 92세 노모님을 모시며 살고 있는데 너무나 힘이 듭니다. 주위에서는 노인이 노인을 모시고 산다며 그리 좋지 않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 더 답답합니다. 저와 같은 처지의 이웃도 있습니다.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자식을 죄인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국가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없을까요? (서천)

A. 건강수명(73세) 대비 평균수명 (82.3세)이 10년 쯤 늘어나면서, 고령자(자녀 혹은 배우자)가 거동이 불편한 고령자(부모 혹은 배우자)를 간병하는 가정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아니 70대 노인이 90대 노부모를 간병하는 새로운 형태의 노노(老老)간병 시대가 온 것입니다.

노노(老老)가정은 최근에 생겨난 것은 아니다. 핵가족화 되면서 노부부 둘이 사는 가정은 이제 일반화 되어 버렸습니다. 최근 들어 노인이 노인을 간병하다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끊이지 않아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사회를 떠들썩하게 한 ‘간병살인’과 ‘간병자살’도 대부분 노노 간병의 결과들입니다.

지난해 10월 전북 익산에서 75세 남자노인의 아내 살해와 자살이나 올해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이모 노인(78)이 부인을 죽인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었습니다. 노부부간 ‘노노 간병’ 뿐만 아니라 간병을 맡은 아들이나 딸이 부모를 학대, 살해하는 사건도 빈발하고 있습니다. 차마 입에 담기조차 어려운 비인륜적인 ‘가족 살인’이 늘고 있는 것이 고령화 사회의 현실입니다.

노노 가정은 빛보다는 그림자가 짙습니다. 나이 때문에 건강이 좋지 않고 경제적으로도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에 외로움, 소외감, 상실감 등이 우울증으로 깊어질 수 있고 자살 또는 살해-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위험이 크다는 점입니다. 가족 중 한 명이 거동이 불편해 지거나 병을 앓게 되는 등 노노 가정에 돌봄이 필요한 노인이라도 생기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 집니다. 상대적으로 건강한 노인이 몸이 아픈 노인을 간호해야 하는데 자신의 몸을 돌보는 것도 힘든 노인이 다른 노인을 보살피는 일을 버거울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부양 부담에 병 수발의 이중고를 겪어야 합니다.

이런 상황은 우리 모두에게 직면하는 현실입니다. 노령인구의 증가에 따른 병원비 급증, 노인 부부간의 갈등, 결코 오래 사는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이 우리 현실로 가족뿐만 아니라 사회적 문제임을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입니다. 특히 본인 건강을 챙기기도 쉽지 않은 나이에 일상을 간병인으로 지내야 한다면 이로 인한 고민이나 스트레스는 상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바로 어르신의 경우입니다.

따라서 정부 주도의 노인의료 및 복지시스템 구축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정부의 대책은 미진할 뿐입니다. 최근 노인요양시설이 늘어나면서 몸이 불편한 고령층의 입주가 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가정에서 가족들의 보살핌을 받는 노인들이 많습니다. 이제 간병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하 노력은 가정에서 시작됩니다. 부모는 사전에 가족간의 대화를 통해 자신의 간병인과 간병방법에 대한 의견을 충분히 공유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울러 자식 입장에서는 부모의 건강상태를 수시로 체크하는 것은 물론, 혹여 발생할 수 있는 간병상황을 미리 준비해 두어야 합니다.

노부부 가정, 노노 부양 가구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입니다. 황혼 자살, 노노 학대 등 사회적 문제를 줄이기 위해선 노부부는 스스로 돌보며 신체적 건강은 물론 정신적 건강을 챙기고, 자녀는 부모에게 더욱 신경 써야 합니다. 그리고 노인간병 프로그램, 노인장기요양보험 등 의료 및 사회복지제도 확대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습니다. 개인 차원을 넘어 사회, 국가적으로 간병 문제에 대한 더 많은 관심과 준비가 필요할 때임을 빨리 우리 모두가 인식을 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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