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이 딴따라라고? 아니, 연극은 인생수업!
연극이 딴따라라고? 아니, 연극은 인생수업!
25년 연극반 지도, 온양 용화고등학교 전장곤 교사를 만나다
  • 글=윤현주 시민기자
  • 승인 2016.08.08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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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글=윤현주 시민기자, 사진=채원상 기자] 그는 고등학교 국어교사다. 그것도 25년차 베테랑이다. 그러나 그에게는 교사라는 직함보다 ‘연극인’이라는 수식어가 더 많이 따라다닌다. 그도 그럴 것이 교사로서 학교에 부임한 1991년부터 지금까지 그는 부임하는 학교마다 교내 연극반을 꾸려 이끌어 왔다. 그와 함께했던 연극반 학생들만 해도 500여명이 넘고 그 중 현재 연극계에 발 들이고 있는 이가 25명에 달한다. 도대체 연극이 무엇이길래 그는 이렇게 연극을 꽉 움켜쥐고 있는 걸까? 왜 학생들에게 연극을 가르치는 걸까?

우연은 운명을 만든다.
전장곤 교사가 연극의 맛을 알게 된 건 스무 살 때였다. 학과에서 연극발표를 하는데 배우가 없어 어쩔 수 없이 참여하게 되었던 것이 그 시작이었다.

“처음엔 정말 멋모르고 했어요. 할 사람이 없으니까. 그런데 하다보니까 빠져 들더라고요. 연극은 혼자 하는 게 아니라 함께하는 거잖아요. 함께하는 작업이 주는 아름다움이 굉장히 매력적이었죠. 그리고 무대 위에서 다른 사람의 삶을 살아낸다는 것도 연극의 매력이었어요.”

전 교사는 대학시절 내내 연극에 빠져 지냈다. 그리고 대학 졸업 후 임용고시에 합격해 교사가 되어서도 연극을 놓지 않았다. 연극은 그에게 ‘취미’가 아니라 ‘일상’이었고 ‘인생수업’이었기 때문이다. 전장곤 교사는 “연극을 통해 내가 배우고 느꼈던 것들을 학생들에게 전해주고 싶었다”며 20여 년 전 이야기를 이어갔다.

“선생님, 우리 애 딴따라 만드실 거예요?”
처음 연극반을 만들었을 때 학교나 학부모들의 시선은 그리 곱지 않았다. 교사는 학생들의 공부에 주안점을 두어야 한다는 게 보편적인 어른들의 생각이었다. 간혹 부모님이 학교에 찾아와 아이가 공부를 해야 하니 연극반에서 빼달라는 경우도 있었다.

“사실 마음고생도 좀 했어요. 그런데 희한하게도 그만 둬야겠다는 생각은 안 들더라고요.”
그 바탕에는 연극이 아이들을 성장 시키는 거름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그래서 연극반을 뽑을 때 연기력이 아니라 성실성을 우선시 했다. 성실함을 바탕에 두어야 존중이나 배려가 가능하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리고 가끔은 ‘튀는 아이’에게 먼저 손을 내밀기도 했다.

“순간의 감정을 적극적이고 직선적으로 잘 표현하는 아이들이 있어요. 공부와 조금은 벗어난 아이에게 연극반을 권하죠. 그런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과 어우러져 함께 작업을 하면서, 그리고 다른 사람의 삶을 연기하면서 스스로 깨우치는 게 많거든요.”

전장곤 교사의 이런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연극반을 보는 시선이 한층 부드러워졌고 언젠가부터 그와 연극반을 응원하는 이도 많아졌다.

무대에서 혹은 무대를 만들면서 자라는 아이들
연극반을 보는 시선이 부드러워진 건 그의 부단한 노력 때문이었다. 전장곤 교사는 2005년 천안아산에 거주하는 교사들로 구성된 교사 극단 <초록칠판>을 창단해 연극을 교육과 접목시키려 애썼고 끊임없이 무대를 만들었다. 그 사이, 아이들은 눈에 띄게 자랐다. 전장곤 교사는 아이들의 감정에 주목했다.

“지난해 성소수자들의 이야기를 무대에 올렸어요. 처음엔 아이들이 전혀 공감하지 못했어요. 그런데 연습을 거듭할수록 아이들이 감정이입을 하는 게 눈에 보이더라구요. 그냥 연기를 하는 게 아니라 타인의 감정을 고스란히 느끼면서 이해하게 되는 거예요. 요즘 우리 아이들이 가진 가장 큰 문제가 뭐라고 보세요? 저는 공감 능력 부족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연극을 통해 아이들이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기 시작했어요. 그게 바로 성장이죠!”

“제자들과 함께 무대에 오르면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2013년부터 전장곤 교사는 제자들과 함께 무대에 오르기 시작했다. 막연히 꿈꿔왔던 일이 현실이 된 것이다. 그러나 사실 이는 그가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위함이 아니다. 연극인을 길러낸 스승이라는 타이틀을 얻기 위함이 아니었다. 자신을 통해 연극을 알게 되었고 연극인이라는 어려운 길을 택한 제자들이 지역에서 배우로 인정받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생각해낸 일이다. 그래서 그는 제자들과 함께 무대에 오를 때면 더욱 가슴이 벅차다. 잘 자라준 제자들이, 꿈을 품고 그것을 이룬 제자들이 한없이 고맙기 때문이다.

“올 해도 제자와 함께하는 무대를 준비 중이에요. 같은 무대에 선다는 것 자체가 제겐 감동이죠. 만약 제가 연극을 놓았다면 이런 감동을 느낄 수 있겠어요? 저는 은퇴식도 연극으로 할 겁니다. 연극은 제 인생수업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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