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동안 뭘 했어?
4년 동안 뭘 했어?
시사프리즘
  • 김세원
  • 승인 2012.07.12 14: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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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까지만 해도 과학관련 재단에서 활동했던 한 의원과 관련된 일화다. 지역구가 다르다 해도 굵직한 행사일 경우 현역의원들을 초청해 인사말을 청하는 것이 관례였던 시절의 얘기다. 그는 타 선거구 내의 한 시설 준공식에 참석했다. 그리고 소개를 받자, 오늘의 이 시설이 마치 ‘온전히’ 자신의 힘으로 건립된 것처럼 축사를 했다.

계속되는 자기PR에 행사를 주관했던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남의 잔치에 와서 밤 노아라 대추노아라 하는 격이네”라는 점잖은 말에서부터 “아니 이사람 얼굴 두껍다고 하더니 정말 인두겁이구먼! 남의 동네에서 일어난 일을 자기 공으로 돌리다니‘라는 고성까지 나왔다.

사태를 의식했음에도 불구, 문제의 의원은 침착하게 자신이 이 시설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가를 반복한 후 지루한 축사를 마쳤다. 남의 잔치에 가면 곱게 축사를 하고 내려올 일이지 왜 자기 공으로 돌려 물의를 빚었느냐는 질문에 그는 손사래를 치며 이렇게 말했다. “ 고춧가루 뿌렸으면 오늘과 같은 행사도 없었어. 내 역할이 전혀 없었다고 하면 서운하지!”

‘훼방 놓지 않고 가만히 있어준 것 만해도 큰 도움‘이라는 의미로도 해석될 소지가 있는 그의 말과 행동이었고, 보통사람들은 그가 정도를 넘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선거직의 경우, 대체로 이런 상황을 ’어느 정도‘ 이해한다. 선거에서 이긴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다 이긴 것처럼 보이다가도 바람에 휩쓸리면 그간의 우세는 헛된 것이 되고 만다. 여론조사 결과 완승이 확실시되다가도 헛소문이 한번 돌면 상황이 역전되는 경우도 다반사다.

선거철이 되면 현역의원들은 ‘억지로라도’ 내가 한 일을 선전하고 이를 유권자들에게 각인 시키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때로는 자신이 하지 않은 일이라 할지라도 마치 ‘일조’한 것처럼 주장하고 싶은 충동에 빠진다.   

4.11 총선에서 낙선한 한 의원도 위장, 가장, 허위, 과장의 유혹에 빠졌었음을 고백했다. “뽑아 줬더니 뭐 했어?”라고 윽박지르는 유권자들 앞에서 4년간의 행보를 차분히 설명해 주었지만 전혀 소용이 없어 좌절했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임기 내내 ‘큰 실적 하나 해야 할 텐데’라는 강박을 떨칠 수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충남지역에서 승리를 거둔 한 의원도 재선은 했지만 벌써부터 고민이라고 밝힌다. “당세가 약화돼 굵직한 국책사업은 고사하고 지역구의 민원조차 해결하기 힘들어져, ‘한 건’을 바라는 유권자들에게 욕구를 어떻게 충족시킬지 난감하다”는 것이다.

국회의원을 비롯한 정치인들은 표로 평가 받는다. 바람과 운도 있겠으나 유권자 나름대로의 평가기준에 의해 간택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지역의 대표로 긍지를 갖고 일해 달라는 것이 바로 표심이다. 

국회의원은 꼭 필요한 법을 제정하고, 불필요한 법은 과감히 바꿔야 한다. 국가와 국민들에게 필요한 조약이라면 반대를 무릅쓰고라도 체결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국가예산을 자신의 돈처럼 심의확정하고, 그 책임을 져야 한다. 국정 감사와 조사를 통해 국정 운영의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행실도 중요하다. 청렴해야하고, 사익보다는 국익을 우선해야 하며, 지위를 남용해서도 안 된다.

 ‘한 건 하려고’ 혹은 ‘일한 것처럼 보이려고’ 에너지를 낭비할 것이 아니라 맡겨진 책무와 국민들의 바람을 실현하려는 당선인이라면, 4년 후 ‘뽑아 줬더니 뭐 했나?’라는 질책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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