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너무 다른 일본의 복지시설… “장애아동 관리는 국가 의무”
한국과 너무 다른 일본의 복지시설… “장애아동 관리는 국가 의무”
[기획-‘대전어린이재활병원 건립’ 기적을 현실로] ④일본 선진 병원을 가다 - 교토부립 마이즈루어린이요육센터
  • 이호영 기자
  • 승인 2016.08.16 12:5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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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의 가장 큰 관심과 보살핌을 받아야 할 중증장애어린이들이 의료 사각으로 내몰리고 있다. 변변한 전문치료시설은커녕 이들을 보살펴줄 시설도 터무니없이 적다. 그나마 대도시엔 일반병원에 외래로라도 다닐 수 있지만 시·군 단위로 내려가면 아예 간단한 재활치료도 받을 수 없다.

중증장애아들은 꾸준한 재활치료를 받지 않으면 근육경화가 심화되면서 자칫 생명에 심각한 위협을 받을 수 있다. 부모들 입장에선 위험을 무릅쓰고 2~3시간씩 승용차를 끌고 하루 서너 곳씩 이 병원 저 병원 전국을 떠돌아다닐 수밖에 없다.

정부고 지자체고 어른과 노인들을 위해서는 각종 요양병원과 전문병원을 짓는다고 난리를 피우면서도 유독 중증장애아들에겐 무관심으로 일관한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은 잠재적 장애인이나 마찬가지다. 나와 내 아이에게도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대전에 왜 어린이재활병원이 필요하고 건립을 위해선 무엇을 해야 하는지, 국내 및 해외사례등을 종합해 6회에 걸친 시리즈를 시작한다.

 

일본 교토부립 마이즈루어린이요육센터 전경. 사진=채원상 기자 wschae1022@goodmorningcc.com

[굿모닝충청 이호영 기자] 장애아동재활시스템의 선진국으로 평가받고 있는 일본엔 현재 장애어린이의 재활과 치료, 교육을 담당하는 요육(療育)센터가 전국에 걸쳐 약 200개가 운영되고 있다.

국내 장애인재활병원이 주로 성인에 국한돼 단순히 재활과 치료를 목적으로 하고 있는 것에 반해 일본의 경우 광역거점기능을 담당하는 요육센터가 부(府)와 시(市), 현(縣) 별로 최소 2~3곳씩 운영되고 있다.

마이즈루어린이요육센터 휴게실. 사진=채원상 기자 wschae1022@goodmorningcc.com

이러한 요육센터는 특히 재활과 치료를 중심으로 한 의료형과 재활·치료·교육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는 복지형으로 구분되는데 의료형이 약 80~90곳, 나머지가 복지형이다.

이와 함께 각 마을별로 요육교실이 따로 운영되고 있는데, 2015년 기준 일본 전국아동발달지원협의회에만 소속된 요육센터와 요육교실이 445개에 달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전국적으로 장애어린이 요육을 담당하는 기관은 수천 개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마이즈루어린이요육센터 심리치료 모습. 사진=채원상 기자 wschae1022@goodmorningcc.com

일본 교토부(京都府) 마이즈루시(舞鶴市)에 위치한 교토부립 마이즈루어린이요육센터는 장애어린이 전문병원과 입원실을 갖춘 의료형 요육시설의 대표 모델이다.

1958년 국가공무원공제조합연합회에 의해 지체부자유 어린이를 위한 병원 및 입소 시설인 ‘마이즈루공제제사학원’으로 개설된 뒤 1979년 ‘교토부립 마이즈루어린이요육센터’로 거듭났다. 이어 지난 4월엔 교토부의 예산지원으로 현대적 시설을 갖춘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신체·중증·발달장애아 35명을 수용할 수 있는 생활형 병실을 갖추고 있으며, 소아과·정형외과·치과·이비인후과·정신과 등 외래진료도 하루 평균 40명이 이용하고 있다. 특히 이 병원은 성형분야에 정평이 나 방학기간을 이용한 장애아동들의 치료가 집중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학, 작업, 언어, 심리치료 등 집중적인 재활·치료도 병행된다.

마이즈루어린이요육센터 병실속 정원. 사진=채원상 기자 wschae1022@goodmorningcc.com

이 요육센터 외래병원엔 의사가 4명이 상근하고 있으며, 진료과에 따라 비상근 의사도 투입된다. 또한 재활을 담당하는 치료사가 10명, 간호사가 2명이 배치돼 있으며 수술실, 약국, 엑스레이실 등 원스톱 치료가 가능하다.

특히 관심을 끄는 부분은 생활형 입원병동으로 18명의 간호사와 3명의 보조사 3명, 지도원 3명 등 총 30명에 가까운 인력이 2교대로 운영된다. 입원아동이 35명임을 감안하면 간호사 1명 당 평균 2~3명의 아동을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입원기간도 단기 3개월부터 1년에서 5년까지 장기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부모는 따로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될 정도로 부담이 적다.

또한 병원 내에는 특수지원학교가 분교형태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병원과 학교를 오가며 중학교 과정까지 공부가 가능하다.

마이즈루어린이요육센터 간호사들. 사진=채원상 기자 wschae1022@goodmorningcc.com

이렇게 보면 과연 장애아 부모들의 부담이 엄청날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 입원과 치료비는 의료보험에서 70%, 교토부에서 20%의 비용을 부담하고 나머지 10%만 수요자가 내년 형식으로, 이마저도 장애정도와 소득에 따라 부담률이 달라지기 때문에 최저비용으로 최고의 치료를 보장받을 수 있다.

교토부립 마이즈루어린이요육센터 요육시스템이 특히 관심을 끄는 부분은 장애아동이 자립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모든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는 점. 병원이 주가 아니라 가정에서 교육받고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모든 서비스의 바탕이 된다.

새로운 건물을 세우고 시설을 배치하는 콘셉트 역시 이러한 목표에 따라 전문 교수진이 직접 설계를 맡았다.

마이즈루어린이요육센터 공동설계를 담당한 쓰쿠바기술대학 야마와키 교수가 병원 구조와 시스템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채원상 기자 wschae1022@goodmorningcc.com

실제로 공동설계를 담당한 쓰쿠바기술대학 야마와키 교수는 “이번 설계를 담당하며 폐쇄적이고 아동들의 프라이버시가 보장되지 못했던 기존 건물의 단점을 보완하고, 단순한 입원치료가 아닌 생활공간으로서의 병원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병원 전체를 ‘가정-학교-병원’으로 이어지는 관계성을 바탕으로 입원부문과 왜래부문, 학교부문으로 유니트화 했다.

특히 야마와키 교수는 “아이들이 입원을 한 상태에서 학교와 재활치료시설을 오가며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장소를 만들고, 긴 시간을 생활하면서 개인이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공간을 구성하는 것은 물론, 개인적으로 놀이와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다양한 공간을 배치하고, 장애아들의 신체와 정신적 특성을 고려한 것이 이 건물의 특징” 이라고 강조했다.

마이즈루어린이요육센터 온돌형 거실. 사진=채원상 기자 wschae1022@goodmorningcc.com

이에 따라 아동들은 새로운 공간에서 신체·발달·중증 장애 등 특성에 따라 개인실과 4인실에서 생활하며 각자의 방에서 생활하며 마치 기숙사처럼 자신의 공간을 꾸미고, 그 속에서 개인시간을 보내며 심신의 안정을 취하고 있다.

또한 이전 시설과 달리 한국의 온돌형 거실을 곳곳에 배치해 휠체어에만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걷고, 눕고, 기어다니는 등 자신의 의지에 따라 활동이 가능해졌다.

 

 

직접 밥하는 냄새를 맡고, 보고, 먹고, 조리를 도울 수 있도록 주방을 한 공간에 배치해 가정에서 생활하는 것과 같은 분위기를 조성함은 물론, 장애아동의 가장 큰 문제인 화장실도 곳곳에 개인의 특성과 취향에 따라 스스로 찾아가 이용이 가능하도록 다양한 형태와 높이를 반영했다. 아울러 목욕실은 중증장애아동을 위해 리프트 시설을 따로 설계, 간호사의 보조로 누워서 직접 탕 안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세심하게 신경을 썼다.

이렇게 장애아동만을 위한 특화된 시설이 인구 9만의 소규모 도시에 있다는 것이 오히려 놀라울 정도였다.

한국의 경우 이러한 시설이 생기면 수요자가 대거 몰릴 수 있지만 일본의 경우 시스템에 의해 꼭 필요한 어린이에게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운영에 무리가 따르지 않는다.

마이즈루어린이요육센터 맞춤형 화장실. 사진=채원상 기자 wschae1022@goodmorningcc.com

우선 지역 내에서 가정과 시설을 오가며 치료와 교육을 받는 것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이러한 시설에 들어오는 아동은 가정에서 생활이 어려운 경우에 해당된다. 시설 입소는 병원에서의 종합진단과 국가가 운영하는 아동상담소의 판단에 따라 이루어지기 때문에 개인이 입원하고 싶다고 해서 무조건 가능한 것이 아니다.

대신 지역 내에서도 가정을 오가며 얼마든지 치료·재활·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반이 이미 갖추어져 있고, 요육센터에 입소할 경우엔 그에 따른 별도의 지원이 제공되는 형식이다. 장애아동에 대한 책임은 개인이 아닌 국가가 져야 한다는 인식이 저변에 깔려있기 때문이다.

마이즈루어린이요육센터 관계자들. 사진=채원상 기자 wschae1022@goodmorningcc.com

이와 관련 오오츠키 히데오(大月 秀夫) 마이즈루어린이요육센터 사무부장은 “우리 센터의 경우 입소와 관련한 모든 권한과 판단은 교토부에서 하고, 병원은 진단과 치료·재활만 담당하도록 기능이 분리돼 있다”며 “장애아동에 대한 관리를 기본적으로 국가와 지자체가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시설을 위탁운영하고 있는 센터 입장에서는 오히려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로지 장애아를 둔 부모가 치료부터 재활, 교육까지 거의 모든 부분을 감당하며 일부 낮병동과 외래진료과를 전전하고 있는 한국의 상황에서 바라보면 격세지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일본 교토부립 마이즈루어린이요육센터. 사진=채원상 기자 wschae1022@goodmorningcc.com

특히 치료수가도 맞추기 힘든 현행 의료보험제도 때문에 개인적으로 비용을 쏟아부어야 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과 관심이 절실해 보인다.

어린이재활병원 설립을 민간에만 맡겨두고, 또 단순히 경제성과 경영의 차원에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생명의 존엄성과 인권을 보호하고 보장하는 최소한의 조건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 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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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예 2022-08-24 19:33:29
일본 싫지만 이건 잘하네요.
우리나라도 정애인들에 대한
실질적인 돌봄이
이루어져야한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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