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쉬는 4.16] 노란 우산이 세월호 아픔을 안아 줄 수 있다면…
[숨쉬는 4.16] 노란 우산이 세월호 아픔을 안아 줄 수 있다면…
스토리밥 작가 협동조합-굿모닝충청 세월호 공동기획 ‘숨쉬는 4.16’(26) 8월 27일 서대전시민공원에서 노란 우산을 편다
  • 스토리밥 작가 협동조합
  • 승인 2016.08.19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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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스토리밥 작가 협동조합]

“우리 같은 개미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연일 폭염이 이어지는 8월 어느 날. 나무에 세월호 각인을 하는 고충환 님의 작업실로 대여섯 명의 시민이 모였다. 그들은 서로가 아는 사람의 또 다른 아는 사람들이었다. 서로의 휴대폰으로 삐-삐- 릴레이 하듯 ‘폭염 경보’ 재난 문자가 울렸다.

지난 달 23일, 세종시에서 열린 세월호 노란우산 기억행동을 보고 대전에서도 열어보고자 다양한 개인들이 모인 것이다. 세월호 노란 우산 기억 행동을 처음 시작한 서영석 님(굿모닝 충청 6월 16일 게재, ‘그가 세월호를 기억하는 방식)을 비롯해 으능정이에서 화요일과 주말에 리본 나눔을 하는 노란 리본 아저씨 유랑자님, 대전에서 세종을 오가며 해수부에서 세월호 피켓팅을 해온 송안나 님, 세월호와 관련해 글을 써온 두 아이의 엄마 조연미 님 등이 자리에 모였다.

“자, 뭐부터 할까요?”

처음 본 이들의 자리치곤 꽤나 뜨거웠다. 하지만 이 자리는 세월호 이야기 하나로도 10년을 만난 사람들처럼 말이 잘 통했다. 각자 자기들의 자리에서 개개인이 작게나마 세월호를 기억하는 행동을 하는 이들이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누가 뭐랄 것도 없이 대전 세월호 노란우산 기억행동을 어떻게 꾸밀지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누가 이끈 것이 아니었다. 그야말로 ‘자발적인 개인들이 만드는 기억 행동’이었다.

처음 만남을 소집했을 때,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여기저기에서 흘러 나왔다. 하지만 우리가 만난 후,  세월호를 기억하는 어떤 행동이든 할 수 있다는 것을, 각자의 삶을 살면서도 ‘세월호’를 통해 하나의 끈으로 연결 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슬프지만 슬프지 않은, 기쁘지만 기쁘지 않은 ‘세월호의 기억’ 그것이 우리를 감싸고 있었다.

“8월 27일 4시 16분! 서대전 시민공원에서 기적을 꿈꾸다”
첫 만남 이후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200여일이 넘게 새누리당 당사에서 세월호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했던 안선영 님도 대전 세월호 노란우산 기억행동 개미군단에 합세했다. 서대전 시민공원에 집회신고를 내고, 홍보 방법과 프로그램을 짜기 시작했다. 어떤 시민 운동 단체나 단위가 아닌 개미들이 시작한 행동이다 보니 앞으로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 지 몰랐다. 각자가 아는 사람들을 모으고,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전시, 공연 해 주실 분들을 찾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누가 ‘잘 알지도 못하는’ 개미들의 프로젝트에 참여 할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었다. 그러나 마음은 마음을 더하는 법이었을까. 세월호의 아픔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아도 심연에서 남겨두고 있는 이들이 많다는 것을 느껴졌다. 여기저기에서 함께 하겠다는 분들이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

세월호를 잊지 않는 개미들의 행동
첫 번째로 마음을 모아 준 곳은, 덕암동 엄마들이었다. 8월 27일 토요일, 서대전 시민광장에 모인 사람들과 아픔을 공유하고 마음을 나누기 위해 노란 종이배를 접어주기로 한 것이다. 덕암동 엄마들은 아이들과 함께 고사리 손으로 종이배를 접어주시기 시작했다.

공연을 함께 하기로 한 개인들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세월호 기억을 주제로 노래 공연과 율동 공연을 하고 싶다는 문의도 많았다. 기억행동을 준비하던 팀들은 처음에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서 점점 ‘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커져갔다. 단순히 행사를 잘 치를 것이라는 자신감이 아니었다. 많은 사람이 세월호 사고에 가슴 아파하고, 잊지 않기 위해 무언가라도 하고 싶어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세월호 특조위가 종료되고 기억 교실이 옮겨가면서, 세월호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적어진다고 생각했다. 이기적인 사람들만이 살아가는 대한민국으로 변해간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오히려 그런 모습이, 일부만 보고 있던 것은 아니었을까. 집회장에 가진 못해도, 누구나 전사가 될 순 없어도, 세월호를 기억하고 아파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 세월호를 잊지 않는 개미들이 이렇게나 많다는 사실은 대전 노란우산 기억행동 팀을 감동시켰다.

8월 27일, 304개의 우산을 들어주세요.
대전 세월호 노란우산 기억해동은 8월 27일 토요일 4시 16분에 진행된다. 정해진 프로그램이 없이, 공연과 전시에 참여 하고픈 단체나 개인들을 모으고 있다 보니 아직 확실한 순서는 없다. 오히려 전날이라도 함께 하고 픈 사람이 있다면, 개의치 않고 자리를 내 줄 셈이다. 

대전 세월호 노란우산 기억행동 팀은 곳곳에서 시민들을 만나고 있다. 세월호 기억 행동을 하는 많은 단체와 개인들 뿐만 아니라 옆집 할머니, 동네 미용실 원장님, 헬스장 관장까지... 정치적이지만 정치적이지 않은 영역에서 많은 사람을 만나고 알릴 계획이다. 페이스북에서도 활발히 나름대로 홍보전을 치르고 있다.

얼마나 올 까? 얼마나 많은 이들이 우산을 들고 기억 행동에 동참해 줄 수 있을까? 처음 자발적인 개미들의 우려는 점점 감동과 눈물로 커져가고 있다. 여전히 자신의 일상에서 세월호를 기억하고 아파하고 관심 가져주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을, 사람들을 만나가며 깨우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월호는 현재 진행형이다. 매체에서 거리에서 사람들이 관심 없는 듯 보여도, 자신의 일상에 지쳐 표현하지 않는 것 뿐이다. 2014년 4월 16일, 대한민국 사람들의 마음 속엔 ‘세월호’가 남아있다. 분노이든 부정이든 정 반대의 혐오든, 그들은 세월호를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4월 16일 차가운 바닷 속에 잠긴 아이들을 생각하고 있다. 세상에 지쳐 깊은 곳을 바라보지 못하는 것 뿐이다.

8월 27일, 대전 세월호 노란우산 행동팀은 이런 개개인의 시민들과 함께 노란 우산을 들어 볼 참이다. 언론에서 세월호의 ‘세’자도 말하지 않아도, 정부에서 세월호 특조위를 무력화 시켜도, 거리에서 ‘아직도 세월호냐’는 사람들이 있어도. 우리는 우리의 방식대로 세월호를 기억하고 아픔을 꺼내고 유족들과 함께 할 것이다. 언론이 없고, 정부가 없고, 힘이 없어도. 옆집 아줌마의 눈물에서, 헬스장 관장님의 관심에서, 동네 미용실 원장님의 분노에서 다시, 세월호 진상규명과 온전한 선체 인양, 미수습자 수습을 위한 행동을 시작해 보려고 한다.

너희에겐 권력과 힘이 있지만, 우리에겐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보다 많은 시민이 8월 27일 토요일 4시 16분, 세월호 노란우산 기억행동에 참여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가 가진 기억의 힘으로, 끝나지 않을 폭염을 이겨볼 참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 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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