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아동, 우리는 ‘환자’ 취급… 일본은 ‘자립’ 대상
장애아동, 우리는 ‘환자’ 취급… 일본은 ‘자립’ 대상
[기획-‘대전어린이재활병원 건립’ 기적을 현실로] ⑤일본 선진 병원을 가다 - 시가현립소아보건의료센터
  • 이호영 기자
  • 승인 2016.08.22 15: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 사회의 가장 큰 관심과 보살핌을 받아야 할 중증장애어린이들이 의료 사각으로 내몰리고 있다. 변변한 전문치료시설은커녕 이들을 보살펴줄 시설도 터무니없이 적다. 그나마 대도시엔 일반병원에 외래로라도 다닐 수 있지만 시·군 단위로 내려가면 아예 간단한 재활치료도 받을 수 없다.

중증장애아들은 꾸준한 재활치료를 받지 않으면 근육경화가 심화되면서 자칫 생명에 심각한 위협을 받을 수 있다. 부모들 입장에선 위험을 무릅쓰고 2~3시간씩 승용차를 끌고 하루 서너 곳씩 이 병원 저 병원 전국을 떠돌아다닐 수밖에 없다.

정부고 지자체고 어른과 노인들을 위해서는 각종 요양병원과 전문병원을 짓는다고 난리를 피우면서도 유독 중증장애아들에겐 무관심으로 일관한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은 잠재적 장애인이나 마찬가지다. 나와 내 아이에게도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대전에 왜 어린이재활병원이 필요하고 건립을 위해선 무엇을 해야 하는지, 국내 및 해외사례등을 종합해 6회에 걸친 시리즈를 진행한다.

 

시가현립소아보건의료센터 요육부. 사진 채원상 기자 wschae1022@goodmorningcc.com

[굿모닝충청 이호영 기자] 일본의 장애인복지 역사는 이미 195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본 중부 시가현(滋賀県) 모리야마시(守山市)에 위치한 시가현립소아보건의료센터(滋賀県小兒保健醫療センター) 역시 1957년 지체부자유아시설로 시작해 1980년 시가현립소아정형외과센터를 거쳐, 1988년 일본 내 19번째 어린이종합의료기관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어 1992년엔 시가현립심신장애아종합요육센터가 개설됐으며, 2005년부터 의료센터와 요육센터를 통합, 산하에 요육부(療育部)를 확대 신설했다.

현재 난치성·만성 질환을 앓고 있는 장애아동들을 대상으로 의료·보건·교육·복​​지 등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며 의료형과 복지형을 함께 갖춘 몇 안 되는 병원 중 하나다.

요육센터 작업치료공간. 사진 채원상 기자 wschae1022@goodmorningcc.com

의료부문인 의료센터에서는 현재 소아과와 소아신경학과를 전문으로 정형외과·재활의학과·이비인후과·안과·성형외과를 비롯해 알레르기, 비만, 내분비, 대사, 심장, 신장, 혈액, 관절염 등 다수의 진료과에서 외래진료와 입원진료, 재택 의료지원을 병행하고 있다.

또한 복지부문인 요육센터에서는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언어치료사 등을 통해 주로 취학 전 아동의 재활을 전담하고 있으며, 지역별로 위치한 요육교실에 대해 순회치료교육상담 및 요육 연수회를 통해 장애아동 재활 및 복지의 허브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요육센터는 아동복지법에 따라 아동발달을 지원하는 시가현립소아보건의료센터의 핵심시설로, 의료센터와 함께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복지가 중심이 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요육센터 운영 시스템을 설명하고 있는 시가현 파견 공무원 타니무라 후토시(谷村 太) 요육부 주임전문원. 사진 채원상 기자 wschae1022@goodmorningcc.com

시가현 파견 공무원인 타니무라 후토시(谷村 太) 요육부 주임전문원은 “장애아동과 관련해서는 과거 의료형이 주를 이뤘지만 앞으로 복지형으로 가라는 것이 정부의 방침” 이라며 “우리 센터 역시 복지시설이 주가 되고, 의료는 서포트 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는 전문 치료시설도 없어 부모가 아동을 데리고 전국의 병원을 전전하고 있는 형편이지만, 일본은 이미 재활과 치료라는 의료적 단계를 넘어 국가와 자치단체를 중심으로 보육과 교육을 통해 자립을 뒷받침할 수 있는 서비스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요육센터 놀이치료공간. 사진 채원상 기자 wschae1022@goodmorningcc.com

요육센터 최대 수용인원은 70명으로, 현재 하루 약 54명이 1인당 주 2~3일 정도 치료와 재활에 참여하고 있다. 규모에 비해 이용자가 다소 적은 것은 지역마다 요육교실이 있어 똑같은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어 중증장애가 아닌 경우 구태여 이곳을 이용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일본의 요육시스템은 병원진단을 통해 장애가 발견된 경우 센터 내 진단과 판단을 거쳐야 하며, 이 심사를 통과해야 비로소 지자체 서비스 신청과 계약을 통해 치료에 들어가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장애 진단부터 치료, 재활, 보육 과정이 체계적으로 정립된 까닭이다.

통행에 불편이 없도록 널찍하게 구성된 센터 내부. 사진 채원상 기자 wschae1022@goodmorningcc.com

실제로 타니무라 씨에 따르면 현재 시가현에는 약 16개의 요육교실과 요육센터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2015년 기준 445개 센터와 교실이 속한 전국아동발달지원협의회엔 시가현에서 오직 이곳만 가입돼 있다고 밝혀, 전국적으로 센터와 교실이 수천 개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특히 관심을 끄는 부분은 일본 시스템에선 장애아동의 치료와 보육은 자부담 10%를 기본으로 하고 있지만 시가현의 경우 전액 무료를 방침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이들의 눈높이와 장애 특성에 맞춰 다양하게 준비된 엑스레이 기계. 사진 채원상 기자 wschae1022@goodmorningcc.com

이에 대해 타니무라 씨는 “다른 지역은 10%를 받지만 시가현이 무료로 하는 이유는 장애어린이가 집에서 생활하면서 가까운 요육교실을 이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해서” 라고 설명했다. 치료와 재활에 돈이 들지 않기 때문에 굳이 병원과 센터를 찾아다닐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다만 그는 “우리 요육센터의 경우 치료비는 무료이지만 매일 아동들의 상태를 체크하는 진료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 진료비는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집과 가까운 요육교실에서 무료로, 또는 진료비만 내고 하루 종일 치료와 재활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은 시간당 몇 만 원씩 하는 치료비를 내야 하는 한국의 실정에서는 상상조차 어려운 일이다.

시가현립소아보건의료센터 전경. 사진 채원상 기자 wschae1022@goodmorningcc.com

타니무라 씨는 또 “치료는 의학적인 부분이지만 일본의 보육은 부모가 가정에서 같이 지내며 자립을 도와주는 역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따라서 이 센터에서는 모든 치료·재활과정이 부모가 직접 참여해 집에서 어떻게 아이들을 운동시키고 교육시킬 것인가를 같이 가르치고 배우는 개념에서 진행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요육센터를 방문한 날에도 각 치료실에서는 치료사와 아동, 부모가 함께 어울려 활동하고 있었으며, 야외에서는 엄마와 아이들이 함께 풀장에서 물놀이를 진행하고 있었다. 부모와 아동이 분리될 시점을 고려해 발달수준에 따라 혼자 자립해서 학교를 다니고,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단계적 훈련을 거치고 있는 것이다.

부모와 함께 야외 물놀이를 즐기고 있는 장애 어린이들. 사진 채원상 기자 wschae1022@goodmorningcc.com

우리나라 낮병동이나 병원 외래진료 과정 부모들을 휴게실이나 복도를 전전하게 만들고, 장애아동을 오로지 환자로 치부하는 한국의 현실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여기에 교육은 기본이다. 시가현립소아보건의료센터 내에는 시가현립 모리야마양호학교라는 특수학교가 위치해 장기 입원한 아이들이 의료센터와 요육센터를 오가는 자신의 수준에 맞는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센터 내 위치한 시가현립 모리야마양호학교. 사진 채원상 기자 wschae1022@goodmorningcc.com

타니무라 씨는 “여기서의 요육은 치료라기보다는 놀이의 개념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아이들의 얼굴을 보면 병원을 갈 때와 센터를 올 때 표정부터가 다르다”며 “지역 내 요육교실에서 하지 못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만큼, 보다 특성화되고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한국의 장애 어린이와 부모들이 이 시설에 와본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하루 빨리 전문 재활·보육시스템을 갖춘 전문병원을 만들고 이들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것이 정부와 지자체의 기본 도리가 아닐까 한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 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굿모닝충청(일반주간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0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다 01283
  • 등록일 : 2012-07-01
  • 발행일 : 2012-07-01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창간일 : 2012년 7월 1일
  • 굿모닝충청(인터넷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7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아00326
  • 등록일 : 2019-02-26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굿모닝충청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굿모닝충청.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mcc@goodmorningcc.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