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칼럼] 향수, 추억에 관한 모든 것
[리더십칼럼] 향수, 추억에 관한 모든 것
  • 서상윤
  • 승인 2016.08.2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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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윤 Talk~톡 스피치 대표한국교육콘텐츠개발협회 회장

[굿모닝충청 서상윤 Talk~톡 스피치 대표] 저는 리더십 교육 현장에서 학습자들에게 이런 말을 자주 해왔습니다. “과거에 사로잡혀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미래 지향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라”, “꿈과 비전을 가져라”, “목표를 구체적으로 수립하고 이것을 행동으로 실천하고 지속적으로 피드백 하라” 입니다. 그런데 오늘은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감명 깊게 읽은 향수에 관한 책 ‘추억에 관한 모든 것’(다니엘 레티히 著, 황소자리 2016) 이라는 내용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사람들은 대부분 과거를 그리워합니다. ‘그때가 좋았지’, ‘그땐 그랬는데’ 하며 미소 짖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여러분들도 혹시 돌아가고 싶은 시절이 있으신가요? 그렇다면 그 시절을 그렇게 그리워하는 이유는 뭔가요? 과연 인간에게 향수란 무엇일까요? 과거를 추억하는 감정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은 얼마나 될까요.

오늘날 향수병 하면 고향을 그리워하고 과거를 그리워하는 아름다운 감정을 뜻합니다. 하지만 옛날에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향수병은 말 그대로 병이었습니다. 치명적인 질병취급을 받았습니다. 이 병에 걸리면 멀쩡하던 소녀가 살인을 하고 용맹한 스위스 용병이 몸져누웠습니다. 그래서 스위스 의학자 요하네스 호퍼는 향수를 뜻하는 단어를 노스텔지어(nostalgia)로 지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향수에 대한 인식이 바꾸기 시작합니다. 몸의 병이라고 시작했던 향수가 곧 마음의 문제라고 인식되기 시작했습니다. 단순한 장소에 대한 문제가 아닌 상황이나 시간에 대한 반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던 것입니다. 칸트는 향수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 했습니다. “향수는 병이 아니라 처한 상황에 대한 반응이다. 특정한 장소로 돌아가는 것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시간을 되돌릴 수 없다는 통찰에 대한 문제이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몸의 문제든 마음의 문제든 인간에게 부정적인 병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향수에 관한 연구가 계속되면서 사람들은 향수가 병이 아닌 약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상황이 나쁘면 나쁠수록 과거가 떠오르고 향수에 젖기 마련인데요, 이때 그 과거에 매몰되지 않는다면 향수는 병이 아니라 양기라는 겁니다. 슬픔이 아니라 기쁨을 주고 우울증을 막아주고 우리를 위로하는 감정이라는 것이죠. 우리는 향수에 젖지 않고도 과거를 기억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억하지 않고서는 향수에 젖을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향수라는 감정의 기반이 되는 기억에 대해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데요. 여러분은 기억이 좋으신가요? 혹시 작년 9월 11일 무엇을 하셨는지 기억하시나요? 대부분 아무도 기억을 못할 겁니다. 그렇다면 2001년 9월 11일은 어떤가요. 미국 9.11테러가 일어난 날입니다. 다들 나쁨의 기억이 있을 겁니다. 비행기가 빌딩과 충돌하면서 불길이 솟는데 처음에는 영화인걸로 착각을 했습니다. 제가 오래 전 일을 그렇게 기억할 수 있었던 것은 그 사건이 그만큼 충격적인 사건이었기 때문일 겁니다. 보통의 기억은 대부분 사라지지만 특별한 감정과 얽힌 사건은 세월이 지나도 생생하게 남아있는 거지요.

그런데 우리가 향수에 젖어 그리워하는 과거의 기억들은 대부분 아련히 아름다운 기억들입니다. 왜냐하면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 행복했던 것으로 포장되기 때문입니다. 이런 시스템 덕분에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것입니다. 좋지 않은 기억은 시간이 흘러가면서 퇴색하고 아름다운 기억만 남습니다. 뇌는 그런 방식으로 우리를 속입니다. 미화는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회상은 사람을 너그럽게 만듭니다. 따라서 추억은 우리에게 강력한 힘이 됩니다. 그리고 그 힘 안에는 사람을 위로하는 힘도 들어있습니다.

오래된 사진을 보는 것도 그렇습니다. 아내를 잃은 한 노인은 늘 아내의 사진을 봅니다. 사진에는 ‘우리가 함께했던 모든 것을 감사하며’ 라는 글이 쓰여 있습니다. 왜 그렇게 사진을 자주 보느냐라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저는 그냥 사진을 보는 것이 좋아요. 아내의 미소를 기억나게 해주거든요.” 사진이 그를 위로하는 겁니다. 아내가 이미 저 세상을 떠나 슬프지만 그래도 함께한 수십 년을 생각하게 하는 것이지요.

그런 과거의 시간여행은 치료효과가 있습니다. 자주 과거를 회상하는 사람은 가끔 회상하는 사람보다 더 행복합니다. 향수는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자존감을 강화하며 부정적인 경험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이처럼 향수는 우리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감정입니다. 과거를 기억하게 하고 이를 통해 연대감을 갖게 하기도 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동창을 찾고 고향친구를 찾는 것은 공통의 추억이 있기 때문입니다. 같은 시대를 살고 비슷한 옷을 입고 유사한 노래를 아는 사람들 사이에는 끈끈한 그 무엇이 있습니다.

그래서 향수는 많은 사람들의 사회적 행동과 소비행동을 결정하기도 합니다. 독일의 유명사전 랑겐 사이트는 2012년 올해의 청소년 단어로 ‘yolo’를 선정했습니다. ‘You only live once’의 약자로 인생은 한 번 뿐이라는 것이죠. 우리가 과거를 추억하고 행수를 느끼는 것도 모두 되돌아갈 수 없는 단 한 번뿐인 인생 때문입니다.

향수는 참 아름답고 대단한 감정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과거에 사로잡히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 현재 역시 언젠가 돌아보면 참 아름다운,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순간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혜민 스님은 행복한 삶에 대해 다음과 같이 주문했습니다.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그리고 그것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 아니라면 남 눈치 그만 보고,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 것 하고 사십시오. 생각만 너무 하지 말고 그냥 해 버리십시오. 왜냐하면 내가 먼저 행복해야 세상도 행복한 것이고 그래야 또 내가 세상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행복은 열심히 일하고 저축하여 인생의 끝자락에 누려야 하는 노력의 대가나 ‘나중에 받는 보너스’가 아닙니다. 오히려 행복감을 ‘지금’ 누리고 경험하는 것이 내 삶을 크고 풍요롭게 만듭니다. 현재의 삶을 잘 살아야 향수도, 추억도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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