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세평] 보금자리의 파괴, 그리고 죽음의 강
[목요세평] 보금자리의 파괴, 그리고 죽음의 강
  • 양해림
  • 승인 2016.08.25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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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해림 충남대 철학과 교수

[굿모닝충청 양해림 충남대 교수] 올 7.8월 들어 연일 30도 이상의 폭염이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낮에 달궈진 열이 밤사이 충분히 냉각되지 못하면서 나타나는 열대야가 지속되고 있다. 이처럼 한반도에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원인은 북태평양 고기압 영향권에 들면서 남쪽으로부터 덥고 습한 공기가 유입된 데다 낮 동안 강한 햇볕으로 기온이 크게 올랐기 때문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이젠 지속되는 폭염으로 인해 낙동강, 금강 등에 녹조가 확산되면서 우리가 매일 마시는 식수까지도 위협받고 있다. 계속되는 폭염의 기세에 사람만 견디기 힘든 것이 아니다. 생명의 젖줄인 강물도 여기저기서 비명을 질러대며 신음하고 있다. 현재 4대강 가운데 한강을 제외하고, 금강과 낙동강, 영산강에는 녹조확산에 따른 수질예보가 발령되어 있다. 특히 낙동강의 경우 4대강 사업으로 수중생태계 변화에 물고기들은 본능적인 반응을 보여 왔다. 낙동강 중상류, 그리고 대전·세종·청주권 시민의 취수원인 대청호를 넘어 금강 일대까지 녹조가 확산되면서 금강수변의 생태계도 점차 위협받고 있다. 4대강 사업 이전의 금강은 이젠 온통 연둣빛 물감으로 물들었다. 백제보, 공주보, 세종보 등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으로 건설된 보 주변에서는 어김없이 두꺼운 층의 녹조가 넘실거린다.

대전환경운동연합, 대전녹색연합 등 환경시민단체는 금강 일대의 녹조 면적이 해가 갈수록 늘어날 것이라 우려한다. 그 이유는 녹조확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환경조건중 하나가 기온이기 때문이다. 특히 물 순환이 제대로 안 되는 정체수역은 녹조에 더욱 취약하다. 금강에는 지난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으로 세종보, 공주보, 백제보 등 수중보 3개를 설치하여 그동안 유유히 흐르던 물길을 억지로 차단했다. 이 가운데 백제보의 녹조 상태가 가장 심각하다. 최근 백제보의 남조류 세포수는 2만 2천 5백30셀, 공주보 5천 4백 26셀과 세종보의 738셀에 비해 4배에서 30배나 많다고 한다. 이렇듯 백제보는 수질예보 관심단계 기준인 1만셀을 두 배 이상 초과했다. 따라서 4대강 사업으로 인해 강물의 흐름이 사라진 금강이 하루가 다르게 죽음의 강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생태학에서 생태(eco)라는 말은 그리스어의 오이코스(oikos:경제)와 로고스(logos:학문)의 논리를 그 어원으로 한다. 오이코스는“다스린다”라는 의미의 집을 의미한다. 여기서 생태학과 경제학이라는 단어가 파생되었고, 그 의미는“집에 관한 학문”, “거처”,“서식지”,“보금자리”, 또는“경영” 등을 함축한다. 그래서 오이코스는“집에 대한 학문”이라 풀이한다. 가정에 해당하는 그리스어 오이코스나 라틴어 피말리아(familia)는“자급자족의 경제단위”라는 의미가 훨씬 더 많다. 로마의 피말리아는 오늘날의 가정처럼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나, 동생 등으로 구성된 집단이 아니다. 일정한 크기의 장원(莊園)처럼 경제적 자급자족이 가능한 단위에서 동일한 가부장의 권위와 지배 하에서 생계를 함께 해결하는 모든 사람의 집단을 일컫는다. 본래 이 말은 유기체와 환경 사이의 관계를 연구하는 학문을 가리켰다. 하지만 최근 생태학의 위력은 처음에 낮 설게 시작했던 때와는 사뭇 다르게 전개되고 있다. 좁은 의미에서 생태라는 개념은“살아 있는 것들의 환경 또는 살아있는 것들과 그것들을 둘러싼 사이의 관계의 유형 또는 유기체들의 상호의존성에 관계하는 과학”을 말한다.

이렇게 생태학의 어원에서도 보듯이, 생태는 집, 보금자리, 서식지 등 살아있는 유기체들과 함께 관계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우리의 집, 보금자리인 4대강이 더 이상 살 수 없는 죽음의 강으로 변하고 있는 중이다. 이제껏 대다수 국민들이 염려하고 우려했던 것처럼,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의 피해가 현실로 여실히 드러났다. 녹조는 정체된 수역에서 발생하는 것인 만큼, 일시적이고 부분적인 보의 개방이 아니라 보의 상시적 개방 혹은 전면개방을 통해 강이 다시 흐르게 숨통을 터줘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금강을 비롯한 4대강에 설치한 보를 철거하는 것이 경제적, 환경적 요인을 위해서라도 4대강을 살리는 근본적인 길이다. 4대강이 충격적일 정도로 빠르게 훼손되고 있지만, 그동안 4대강 사업에 앞장섰던 그 누구도 국민 앞에 사과하는 책임자가 없다, 하루빨리 '4대강 사업 검증 및 인공구조물 해체, 재자연화를 위한 특별법안' 발의의 해당 법안통과, 그리고 4대강사업 책임규명을 위한 국회 차원에 청문회 실시가 동반되어야 한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 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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