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가면 이야기가 있다] 진심을 전시하는 갤러리
[그곳에 가면 이야기가 있다] 진심을 전시하는 갤러리
스토리밥 작가 협동조합의 ‘그곳에 가면 이야기가 있다’ (39) 대전 원도심에 문을 연 갤러리 미룸 대표 김희정
  • 스토리밥 작가 협동조합
  • 승인 2016.08.26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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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스토리밥작가협동조합] 올해 우리 나이로 갓 50줄에 들어선 김희정 씨가 온전히 대전 대흥동에 둥지를 쳤다는 소식을 들었다. 크게 이상할 것도 없는 일이다. 긴 시간 대전에서 활동했고 오래 시를 써온 시인이며 현재 한국작가회의 대전지회 회장이라는 큰 역할도 맡고 있는 사람이기에 이미 대흥동에서도 준 터줏대감쯤은 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는 또 활동가이다. 사회적으로 중요한 안건이 있는 자리에서 그의 큰 목소리를 듣는 일은 그리 낯설지 않다. 서울에서 그를 봤다는 얘기를 듣고 돌아서면 대흥동 어느 주점에서 선배를 챙기고 있는 그를 만난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목포 어느 시장에 그의 흰 고무신이 나타났다고 전하는 소식을 듣는다. 어느 자리에서도 활발하고 무얼 해도 열심인 그가 대흥동에 터를 하나 닦았는데 그 터의 주제가 조금 뜻밖이다.

“여기서 제 공식적인 직함은 갤러리 미룸의 대표입니다.”
그런 그를 만나기 위해 태미골 언덕을 올랐다. 태미창작센터 골목 아래 작은 집, 정겨운 골목은 어릴 적 엄마의 손을 잡고 이모네 집을 찾아가던 때를 기억하게 한다. 갤러리 미룸은 정감 넘치는 작은 집이었다. 대문 앞에 일견 상남자 같은 그가 나와 기다리고 있다.

시 쓰는 사람이 그림을 전시하는 일을 시작했다. 어떤 계기인지 궁금합니다.
원래 문학하는 사람이 완전히 새로운 분야의 일을 시작하니까 주변에 우려하는 분들이 적지 않아요. 저도 우려하니까요. 그런데 뭐 그리 어려운 문제는 아닙니다. 제가 20년 전부터 그림을 좋아했어요. 제가 그림을 좋아하고 나이 50에 이르니까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야겠다는 확신이 들었죠. 그리고 우리 민족은 예전부터 시서화(詩書畵)가 한 몸이었잖아요? 예술은 다 통하죠. 그게 이유에요. 사실 갤러리는 5년 전부터 준비해왔고 올봄에 좋은 인연이 되어 이 집을 만났죠. 3월부터 공사를 시작했는데 곡절이 많아요. 처음 15일은 혼자 철거 작업을 했고 돌아다니면서 내가 직접 자재를 사고 각 분야의 기술자 부르고 그렇게 두 달 반 동안 공사를 한 결과입니다. 아담하고 예쁘죠?

예 좋습니다. 갤러리로 변신하지 않았다면 내가 들어와 살고 싶은 집이네요. 이제 여기서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일은 뭐죠?
하고 싶은 일요? 많죠. 이런 문화적 환경에서 가장 먼저 시작할 일은 만남이에요. 각 분야에서 자기 작업을 하는 사람들을 불러 모아 만나는 거죠. 과거에는 미술과 문학이 잘 어울렸어요. 같은 영역에서 각자의 예술로 만났던 거죠. 문예지의 표지에서 화가 이중섭의 그림을 보는 일도 어색하지 않았어요. 그림 평도 문예지에 많이 실렸죠. 이런 문화는 80년대 이후에 사라졌어요. 작지만 여기서 미술과 문학이 만나고 또 많은 장르의 예술이 만날 겁니다. 두 번째로는 마을 공동체를 위한 공간도 될 겁니다. 이곳은 아직도 우리 고유의 공동체 문화가 살아있는 마을입니다. 제가 여기서 공사하고 있을 때에도 마을 어르신들은 자주 들어옵니다. 무얼 하느냐, 쉬었다 해라, 또 먹을거리를 싸들고 와서 나누기도 하고요. 그래서 미룸도 보답해야죠. 어르신들 모시고 영화도 상영하고 마을 이야기도 듣고 사랑방 역할을 하는 거죠. 세 번째로는 전시를 쉬는 시간 동안 청소년들을 위한 문화 공간으로의 역할도 수행할 겁니다.
 
왜 이 동네인가요?
여기가 대흥동 326번지인데 이 공간은 문화적 공간으로 장점이 많아요. 보문산 전망대가 저기 보이죠. 그리고 바로 뒤에 태미공원이 있어요. 위는 태미창작센터이고 관사촌도 바로 옆이잖아요. 예술적인 공간으로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는데 동네는 숨어있죠. 또 대흥동은 큰 변화를 겪고 있어요. 10여 년 전 공동화 현상으로 비어가다가 다시 활력을 찾는 순간 문화 예술인들이 다시 밀려나고 있죠. 이런 위기 안에서 대안 공간으로 문화예술적 맥을 이어갈 수 있는 곳을 찾고 있었어요. 이곳을 만났죠. 우리 갤러리를 와본 많은 예술인들이 기대하고 있어요. 갤러리를 비롯해 더 많은 예술인들이 들어와 새로운 예술의 터전으로 성장하길 기대하고 있는 거죠. 또 이 동네는 도심이지만 공동체 정신이 있어요. 바로 아래 100년 된 참나무 아래에 동네 사람들이 모여 밥도 먹고 좋은 일을 기원하기도 하죠. 가을이면 그 나무에서 나온 상수리로 묵을 쑤어 잔치도 한답니다.

개인적인 문학 작업과 갤러리 운영이 서로 영향을 줄까요?
지금까지 한동안 시를 못 썼죠. 바쁘기도 했지만 이 일을 기획하면서 조금 멀어진 것도 있죠. 많은 사람들이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이 갤러리가 내게 창살 없는 감옥이 될 거라고요. 단순히 돈 문제가 아니라 굉장히 외로울 거라는 거죠. 혼자 하는 싸움 말입니다. 저는 면벽한다고 다짐했습니다. 여기서 벽을 마주하는 거죠. 그렇게 마음먹고 시와 균형을 맞추려고 하는데 앉기가 쉽지만은 않네요.

이제 첫 전시입니다. 지금 전시를 소개해주고 앞으로 전시 계획도 궁금합니다.
미룸의 첫 전시는 한국화가 김호석의 “사랑방 이야기”입니다. 화가 김호석은 현대 사회가 잃어가고 있는 우리의 정서를 따뜻한 시선으로 깊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워낙 유명한 분이기도 하지만 그가 담고 있는 정서를 나누기 위해 첫 전시로 기획하면서 그냥 제가 찾아갔어요. 300회 이상 개인전을 한 분이 이처럼 작은 공간에서 전시에 응한 것도 제가 설명한 취지에 공감했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전시는 원시의 힘을 가지는 상형글자 그림이고 세 번째 전시는 대전의 작가로 독특한 조형미술을 하는 분을 모실 계획입니다. 이후로도 주로 대전에서 맛보지 못한 미술을 모실 계획입니다.

미룸이라는 갤러리도 분명한 자기 색깔이 있겠죠. 그것은 작가를 선정하는 가치관에서 나올 거라 생각되는데.
우리 미룸은 대관이 아니라 우리가 기획한 기획전시이기 때문에 당연히 색깔이 강하죠. 이 공간에 맞는 성격에 맞는 작품을 고르는 것도 중요하고 또 작가가 가지는 개성과 작품성도 중요하게 맞추고 있습니다. 또 하나는 대전에서 보지 못했던 작가들의 작품을 우선시하고 있습니다. 타 지역에 가야 볼 수 있었던 작품들을 부를 계획입니다. 물론 대전의 작가들을 등한시하는 것은 아닙니다. 일단 미룸이 가지고 있는 정신은 어떤 작가들의 어떤 작품을 보여주는가로 나타나기 때문에 우리 색깔을 먼저 만들어야죠.

미룸은 여러 약점을 가지고 있기도 하죠. 공간도 작고 역사도 짧고 또 대전이라는 지역 제한도 있죠.
작가를 직접 찾아가죠. 저도 기본적으로 예술하는 사람의 자세로 임합니다. 그리고 꾸미지 않은 진심으로 대하는 거죠. 상대방이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제가 진심을 다하지 않은 거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가진 모든 약점을 다 설명하고 예술로 다가가는 거죠. 지금까지는 모두 흔쾌히 마음을 모았습니다.

개인적으로 대전작가회의 회장 일과 갤러리 일, 두 가지를 같이 해나가야 하는데
일로는 철저하게 분리해야 합니다. 그래서 명함이 두 가지에요. 각 명함은 그 일을 하는 데에만 쓸 겁니다. 갤러리 일을 하는데 문학단체를 이용하지 않을 것이고 미술 쪽 일을 하는 데 문학인들의 힘을 빌리지 않을 생각입니다. 섞어서 생길 수 있는 오해와 부작용으로 어느 쪽에도 해를 끼치지 않을 생각입니다.

다 좋지만 먹고 사는 일도 중요하잖아요?
많은 사람들이 와서 그런 얘기를 해요. 새로운 도전도 좋고 발상의 전환도 중요한데 너는 어떻게 먹고 살 거냐고 걱정해줍니다. 그러면 저는 그러죠. 그것은 내 걱정이니까 와서 좋은 그림을 만나고 가라고. 그건 제가 고민할게요. 하여간 미룸은 제가 만들었지만 우리들의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많이 오셔서 좋은 미술 만나고 가세요. 맛있는 커피도 한잔 드리겠습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 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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